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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2. 2022

두번째 겨울01-걷다가...

걷다가

    

“오늘은 호수공원이나 갈까요?”

“그래, 그래.”     


 추위를 타는 엄마를 위해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고, 늘상 걷는 집 앞 하천 대신 호수 공원으로 차를 끌고 나간다. 종종 갔던 곳이지만 워낙 넓어서 아직 안 가본 코스들이 많아 똑같은 장소에서 운동하기 지겨울 때 방문하곤 한다. 넓은 공원이니 주차장도 여러 곳. 어느 주차장에 차를 댈까 잠시 고민하다 결국 익숙한 곳에 차를 멈췄다. 차에서 내려 길을 걷다가 갈림길에서 슬쩍 다른 선택을 하자고 제안을 해 본다.     


“아, 엄마 우리 저쪽 길로 가볼까? 저쪽으로 가면 전에 재즈 공연 보고 했던 쪽이랑 연결되는데.”

“그러던지~”

“근데 저쪽으로 가면 호수는 안 보여요. 들판 느낌?”

“괜찮아, 난 나와서 걷는 게 좋은 거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그렇게 잔디를 밟으면서 걷다가 사람 없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엄마가 즐겨 들으시는 노래 한두 곡 감상.     


“이제 돌아갈까요?”

“그래~”     


  그렇게 걷다 보니 문득 길가에 있는 반사경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 내 차량 진입 금지지만 공원 관리하는 차량을 위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듯하다.      


“아, 옛날에 사진 찍으러 다닐 때는 저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아니, 여기 볼 게 뭐 있다고?”

“저기 저 거울 봐봐요. 거울 보고 찍으면 누가 찍어주지 않아도 둘 다 나와. 우리도 찍어보자. 거울을 보세요. 하나, 둘, 셋!”  

   

찰칵!    

 

“봐봐. 이렇게 하면 둘 다 얼굴이 나오잖아요. 뒤에 배경도 나오고~ 돋보기 안 썼는데 보이려나?”

“아이고, 난 잘 안 보여. 이따 집에 가서 볼게.”   

  

  걷다 보니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원 전망대가 보인다.     


“저런 게 있었나?”

“응, 우리 안 올라가 봤지. 올라가 볼까요?”

“그래, 그러자.”

“근데, 저 둘레 올라가는 거 안 힘들려나?”

“계단이면 힘들고… 경사로면 슬슬 올라가 보지, 뭐.”     


  가까이 가보니 전망대를 빙 둘러 계단이 있고, 공원을 둘러보며 계단을 오르도록 만들어져 있다. 엄마 무릎 때문에 계단은 무리라 포기할까 하다가 엘리베이터를 발견! 전망대에 올라가 공원을 둘러본다.   

  

“이 아래가 우리가 항상 걷던 길. 저기가 처음에 차 대려 했던 주차장이고.. 오늘 다녀온 쪽은 저 뒤에..”

“그러네. 위에서 보니 예쁘다. 햇살에 물결이 반짝반짝하네.”  

   

  전망대를 한 바퀴 빙 둘러 공원 사방을 둘러보고 기념사진 찍고 내려오는 길. 4층 정도 높이인데 엘리베이터 안의 지나는 층을 나타내는 숫자가 안 바뀐다.     


“고장 난 거 아냐? 왜 숫자가 안 바뀌어?”

“일, 이, 삼.. 와, 한층 바뀌는데” 7~8초는 걸리나 봐요.

“진짜 느리다.”

“우리가 아파트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적응해서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느리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을 신기해하며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차에 앉아서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다리를 쉬었다가 귀가. 집에 와서는 여기저기서 찍은 인증샷을 보며 또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간다.    

  

“이거는 니가 잘 나왔다. 이건 나 이상하니 지우고.”

“괜찮은데? 머리가 바람에 좀 날리긴 했다.”

“여기선 또 언제 찍었데.. ”     


  바로 이것이, 나이 든 모습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던 엄마와 꼭 사진을 찍는 이유 중 하나 - 대화거리가 된다는 거. 맨날 보는 사이 뭐 그리 길고 새로운 대화 소재가 있을까. 딱히 어딜 가지 않아도, 집 앞 산책하다가 사진 몇 장 찍어두면 이렇게 한동안 그날의 산책을 곱씹게 된다. 나랑 엄마의 대화거리도 되고, 그러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이모나 친구분들께 보내니 지인들과의 대화거리도 된다.

  이렇게 오늘의 산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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