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아직도 일일 확진자가 몇 1,000명을 넘네, 곧 새로운 방역 대책이 발표될 거네 이런 뉴스들이 가득하다. 언제까지 집 안에만 머무를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조심스러울지, 그러니 언제까지 엄마랑 긴 시간을 보낼지 알 수 없다. 문득 몇 년 전에 엄마랑 찍은 사진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이듬해였던 것 같다. 사진전에도 출품했던 작품이라 아직 내 서재에 큼지막한 액자가 떡하니 놓여있다. 엄마랑 나의 그림자가 서로 마주 보는 사진이라 제목은 눈맞춤. 그리고 사진 설명은 한 줄.
“30년 전의 나에게 30년 후의 내가 묻다. 행복하니?”
사진을 찍던 날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난 엄마의 모습에서 나를 보고, 아마 엄마도, 내 모습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본다.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 과거의 엄마와 현재의 엄마가 동시에 만나는 순간이다. 사진 속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네 선택대로 사는 삶, 행복하니?”
“30년이 지난 그때는 어때? 후회는 없어? 행복해?”
그리고서, 엄마는 자신의 젊은 날을 닮았을 딸이 앞으로 행복하기를 기원하고, 딸 역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모습과 닮았을, 긴 세월 애써온 엄마가 이제는 좀 편안하고 행복하길 기원했다. (이 사진을 보며 엄마와 이런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그저 사진 속 그림자를 보며 내가 했던 생각이다.)
문득 그 사진이 생각나 끄적끄적 그림자를 그린다. 그림에서도 여전히 엄마와 딸은 눈맞춤을 하고 있다. 이제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그저 이 한마디를 건네고 있는 것 같다.
"고마워, 함께해 줘서. 행복하자, 우리"
이렇게 따뜻한 멘트를 날리는 맘으로 그린 그림인데 엄마는 보자마자,
"어, 딸, 왜 이렇게 화난 것처럼 그렸어. 입술을 앙~다물었는데?"
"아니 그게 손이 삐끗해서... ^^;"
그리다보니 삐끗해서 내 그림자에서입술이 사라져 버렸다. 맨날 힘들게 무슨 그림을 그리 그리냐고 하시면서도, 그림 한 장 그려 놓으면 꼭 챙겨 보시고, 나름 날카로운 분석과 평가를 하시는 엄마다. 아마 그림을 안 그리면 조금은 서운해하실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림을 보며 이제 좀 코로나가 끝나기를, 우리 사회에도, 나와 엄마의 인생에도 새로운 봄이 어서 찾아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