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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08. 2022

여름02-어쩌다 마주친 공작

어쩌다 마주친 공작     

  코로나가 무서워 어디 가지도 못하겠고 집에 있자니 답답하고.. 드라이브나 다녀와야지 싶어 운전대를 잡았다. 엄마랑 함께 가는 건 아마도 나의 꼬꼬마 시절, 그곳이 자연농원이라 불리던 때 가보고 처음이려나..  

    

“우와 ~ 저기 주차장 좀 보세요.”

“차 엄청 많네. 사람들이 다 여기 와 있나?”     


  놀이공원을 지나며 보니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무섭지 않은가 보다. 우리가 소심한 걸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뉴스에서 자꾸 환자가 늘었다, 중증, 사망이 몇 명이다 하니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놀이공원을 지나 미술관으로 향한다.   

  

“어? 문 닫았나 본데?”

“그러네요. 여긴 야외라 들어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야외 미술관이나 들러볼까 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미술관은 폐관 상태다.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산책을 하기로 한다. 호숫가를 걷다 보니 큼직한 야생 공작이 다가온다.     


“어머, 쟤 좀 봐, 사람 무섭지도 않은가 봐.”

“여기 종종 나타난다고 하더라고요.”

“먹을 거 찾나 본데 뭐, 줄 게 없네.”     


  사람을 너무 자주 봐서일까, 당당하게 우릴 바라보며 다가오던 공작은 정말 먹이를 원하는지 길 앞을 딱 막고 고고하게 멈춰 선다. 차 안에는 줄 게 없는데… 마침 차 한 대가 다가와 서고, 꼬마 아가씨와 엄마가 내려 과자를 던져주니 공작은 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입장료도 안 내고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공작과의 한때를 즐길 수 있었다. 집에서 고작 20여 분 떨어진 곳에 나왔을 뿐인데 미소 가득한 엄마를 보니 좀 자주 나올 걸 싶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통과의례처럼 하는 일이 그날 찍은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고 엄마와 교환하는 것이다. 카톡으로 보내드리면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은 저장하고 친구분들한테 보내드리기도 하신다. 사진을 넘기다 보니 예전에 비해 엄마 표정이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 엄마랑 집을 합치고 외출해서 사진을 찍을 때 엄마는 미소에 조금은 인색한 편이었다. 엄마는 사진 속 나이 든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진 찍기를 피하는 것도 있고, 이제는 치열이 많이 흐트러져 입을 벌리면 입모양이 어색해진다고 이를 보이며 웃는 것을 꺼려하셨다. 뭐, 웃을 일이 별로 없기도 했을 거고.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벌써 함께 지낸 지 3년이 지났고, 코로나 이후 항상 붙어 다니며 어딜 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대니 엄마의 미소가 조금씩 자연스러워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무래도 집안에서는 사진을 잘 찍지 않으니 울 엄마 웃는 연습을 위해서라도 종종 드라이브를 나가야겠다.


* 그림이야기: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펜으로 슥슥 그리고 색연필로 약간의 색을 더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얼굴 그리는 건 늘 어렵다. 그나마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라 쉽겠지 했는데 입술에서 망. 엄마는 딸 얼굴이 왠 아저씨가 되었다며 타박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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