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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08. 2022

여름01-앞마당 소풍

앞마당 소풍     

  계속 코로나…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 사람이 오지도 못하고, 쉬는 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집에서 뒹굴뒹굴하기, 또는 사람 없는 시간에 나가 마스크 쓰고 산책하는 일뿐이다.     


“아휴, 발 시려.”

“에어컨 끌까요?”

“그래 꺼봐. 더워서 땀이 나면서도 발은 시리니 원.”

“그럼 잠깐 나갔다 올까?”


  엄마는 에어컨을 끄면 온몸에 땀이 나면서도 집 안에 있으면 그리 발이 시리단다. 그래서 에어컨도 무풍으로 샀는데… 아무튼 창밖을 보니 아파트 단지 내 벤치에 아무도 없다. 갑갑해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에어컨 튼 실내 공기를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잠시 나가본다. 엄마는 성경책을 읽으시고 난 엄마를 그린다. 밖에서는 물 마실 때 잠시 마스크를 벗는 것도 눈치 보이는 요즘이라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편치 않지만, 요즘 날씨에 엄마는 집안보다는 집 밖이 나은 모양이다. 책 읽는 모습이 조금은 편안해 보이신다.

  아이고, 벌써 거의 반년째, 나도 나지만… 집을 나서면 마스크 쓰고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일상에 엄마가 참 힘들어하신다. 아파트 정원에서도 사람이 없을 때, 잠시 물 마실 때나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갑갑한 게 사실이긴 하다. 확실한 코로나 치료 약도 없는 상태에서 환자 수가 오락가락하니 교회도 마음 편히 못 가시고, 학교에서 일하는 딸 때문에 더 조심스러우신 것 같다. 마침 한 실에 계신 동료분 어머님께서 교회 갔다가 확진자랑 동선이 겹쳐서 선생님도 검사받으시고, 음성인데도 학교에서 한참 조심스러워하셨던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는 더 그러신가 보다. 엄마 친구분들은 한두 명씩은 얼굴도 보고 하는 모양인데, 엄마는 정말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만 계신다. 매일 산책나가는 게 전부다. 대중교통 타고 이동하는 것도 무서워하시고.   

  

“마스크 잘 쓰고 다니면 괜찮지 않을까, 난 학교에서 애들도 보는데”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뭘 나가. 좀 참으면 나아지겠지. 나가려면 안경 쓰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김 서려서 앞도 잘 안 보이고, 내내 마스크 쓰고 있으면 숨 막혀. 그나저나 저 꽁꽁 싸매고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 빨리 해결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게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한 게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학교에서 여러 사람 만나는 딸 걱정, TV에서 보이는 온몸을 방역복으로 감싼 의료진 걱정… 그 걱정들에 본인의 사회생활은 조용히 내려놓으신 엄마다. 그러니 여유가 될 때면 조금이라도 엄마랑 시간을 더 보낼 수밖에. 산책할 때라도 조금 편하시라고 마스크랑 콧등이 맞닿는 부분에 휴지를 대면 안경에 습기가 덜 찬다고 알려드리니 주머니에 키친 타월 조각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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