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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08. 2022

가을01-바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바다언제쯤 갈 수 있을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TV 보는 시간도 길어지고, 한층 건강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몸에 좋다는 건 어찌 그리 많고 내 몸의 증상을 보면 그 모든 것들 다 사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 하루는 TV에서 아보카도가 그리 몸에 좋다고 그거 먹고 건강해진 아주머니 이야기가 한참 흘러나왔다. 마침 동네 작은 마트에서 아보카도를 세일하길래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아보카도 괜찮죠?”

“글쎄, 별로 안 먹어본 것 같은데.”

“왜, 전에 비빔밥 비슷한 거 한 번 사 먹었는데.”

“너 먹고 싶으면 사.” 

    

  많이 사면 더 싸니 10개를 한 번에 샀다. 잘 숙성된 것을 골라 일부는 과카몰리를 만들고, 남은 아보카도로 명란 아보카도 덮밥을 만들었다. 밥 먹으며 하늘을 보니 몽실몽실 구름이 어찌나 예쁘던지.    

 

“엄마 일몰 보러 갈까?”

“그래~”     


  대부분 어디를 가자는 나의 질문에 엄마는 긍정적인 답을 주신다. 집에 있으면 답답하니까.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집에서 한 시간쯤 거리에 있는 궁평항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웬걸…. 코로나 맞아? 항구 입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은 정체되어 있고, 식당가 앞에는 무언가를 사겠다고 서 있는 줄이 족히 몇십 미터는 늘어져 있다.     


"어머, 무슨 사람이 저리 많아. 저게 어디 거리두기가 되니? 차 돌리자."     


  내가 봐도 그 인파를 뚫고 내려서 안전하게 일몰 감상을 하기는 힘들어 보여 주차장 진입 직전에 차를 돌렸다. 그래도 바닷가 갔으니 바람은 좀 쐬어야겠지? 차로 5분여를 되돌아 나와 사람 뜸한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렸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여전히 예쁜 하늘을 보며 산책! 마스크 쓰고 산책하고, 사진 찍고 영상도 찍고~ 길어야 10여 분? 20분쯤 걸었으려나.. 원하던 장소에서 일몰을 보지는 못했지만 즐거운 기분으로 외출을 마무리한다.     


“엄마, 저녁은 뭐 먹지? 집에 밥 있어요?”

“글쎄… 짜장면이나 먹을까?”     


  돌아오는 길에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소고기 짜장을 하는 곳으로 고고!(엄마는 돼지고기를 드시지 않는다) 사람 없으면 안에 들어가서 먹을까 했더니 작은 식당 안에 몇 팀 손님이 있다.  

   

“그냥 들어가서 얼른 먹고 나올까요?”

“됐어. 포장해 가자. 괜히 누가 너 선생님인 거 알고 왜 돌아다니냐고 하면 어째. 혹시라도 안에서 먹었다가 나중에 검사 받아라 어째라 하면 골치 아파.”     


  아… 짜장은 나왔을 때 빨리 먹어야 맛인데.(들어가서 먹고 싶은 마음 반, 정말 먹었다가 뭔 일 있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 반이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자영업 하는 분들 참 힘들겠다 싶다.) 결국 짜장면을 주문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음식을 받아왔다. 포장한 음식을 차 안에서 먹을까도 싶었지만, 식당 앞 주차장 차 안에서 그 식당 음식을 먹는 건 또 너무 코미디인가 싶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 돌아와 조금 불은 짜장면을 먹고,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구름이 예뻤어', '아, 여기서 손을 들었어야 되는데'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림은 색연필로 슥슥 대충 마무으리~!

   

“오늘도 하늘이 예쁜데 바다나 보러 갑시다! 이번에는 전곡항!”    


  엄마에게 한마디 던지고 준비를 시작했다. 전에 궁평항은 워낙 산책길이 예뻐서 사람들이 많았던 거고… 전곡항은 그냥 요트밖에 없는데 사람 좀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 것. 한 시간쯤 달렸을까. 항구는 아직 멀었는데 줄지어 선 차들에 브레이크 등이 꺼질 생각을 않는다. 네비게이터 속의 도착예정시간은 가까워지지 않고 점점 더 늦어질 뿐이고… ㅜㅜ     


“차 너무 막힌다. 가도 저번처럼 사람 많아 내릴 수나 있겠니. 그냥 차돌 리자.”

“와, 진짜 우리가 집에서 나오면 수도권 사람들은 다 집에서 나온 건가 봐. 지난번처럼 잠깐 차 세우고 바람이나 쐬고 가요.”     


  제방 길을 따라 바다가 보이긴 하니 오늘도 근처 산책만 하기로 하고 차 세울 만한 곳을 찾았다. 차를 돌려 천천히 운전하다가 사람들이 개인 요트를 가져와서 타고 있고, 길 따라 코스모스 잔뜩 피어있는 한산한 장소 발견! 한참 사진에 미쳐있을 때 여러 번 다녔던 길목일 텐데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때는 목적지만 보고 달려서 그랬던 모양이다. 전곡항에 가지 않아도 여기 참 좋다~싶은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 바람도 쐬고, 다리 운동도 할 겸 잠시 내려서 제방을 따라 걸어본다. 저 멀리 요트 오가는 것도 구경하고, 나름 코스모스 잔뜩 핀 구석을 찾아 사진도 몇 장 찍고 돌아왔다. 멀리서나마 바다 구경도 실컷 하고 가을 대표 코스모스도 만났으니 나름 성공적이었던 나들이!


* 그림이야기: 다음날 집에서 그렸던 거 같은데 여전히 사람 얼굴이 영… 그나마 왼쪽의 엄마 얼굴은 괜찮아서 다행이다. ㅋ 이날 이후 사람 얼굴 그리는 연습을 하겠다고 e-book을 한 권 샀던 것 같다. 연습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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