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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금홍 Feb 16. 2024

로또, 오늘 다시 한번 사볼까?

용의 기운으로

2020년 어느 날

처음으로 로또 복권을 샀다. 목요일 저녁이었다

추첨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한다고 했다.

토요일 밤, 자정을 넘긴 시각 문득 떠올랐다.

핸드폰을 열어 로또추첨이라고 검색어를 치니

바로 몇 시간 전 추첨한 번호가 나왔다.

지갑에 넣어 두었던 로또용지를 꺼냈다.

5000원어치. 복권이 다섯 장인 셈이다.

당첨 번호와 대조를 하는데 4번째 숫자까지 일치한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이미 추첨한 번호를 산 건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대조를 시작했다.

여섯자리 중 다섯 자리가 맞았다.

이건 뭐지?

그럼 2등인가?

난 어쩌지?

진정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기왕 맞을 거 여섯자리 다 맞추면 좋았을걸.

별 별 별의 별 별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쏟아진다.


허겁지겁 로또 등수와 당첨금을 검색한다.

다섯 자리를 맞추면 3등이다. 당첨금은 1백60만원.

으응?
다섯 자리나 맞췄는데 좀 더 줘야 하는 거 아냐?
적어도 천만원은 줘야 하는거 아냐?
그럼 도대체 2등은 누구한테 주는 거야?

슬슬 약이 오르고 화가 났다. 대체 어떤 비율로 3등 당첨금을 산출해 낸거야!

그냥 내 앞에 뚝 떨어진 돈이다. 원래는 없었던.

잠깐만, 이거 다시 한번 확인해야지. 복권 우측 상단에 있는 QR코드에 전화기를 들이댔더니 바로 축하 메시지가 뜬다. 역시나 3등 맞다.


누구한테든 당장 자랑해야지!

갑자기 여러 가지 생각이 앞을 다툰다.

아니다...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자

근데, 참을 수 없다. 누구한테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자정을 넘긴 시각이다. 자고 있던 아들을 깨운다.


“00아 엄마 어쩌지?

왜요? 잠결에 깜짝 놀란 아들. 엄마 왜그래요?

엄마 복권 당첨됐어. 어쩌지?

에이~ 엄마 왜 그래요. 자고 있는 사람한테.

내 눈빛을 보자 아들이 태도를 바꾼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엄마 눈이 홱 돌아 있다고.

엄마 얼마짜리 됐는데요? 10억?

아.... 섣부르게 자랑하면 안 되는 거구나. 얼른 태세를 바꾼다.

아니야. 엄마가 농담 한 거야.

아닌데, 엄마 눈을 보니까 농담하는 눈이 아닌데...

아니야. 정말로 로또 당첨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말해본거야...“


아! 맞다! 당첨금 전액을 다 받는 게 아니지!!

1백60만원에서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검색한다.

22프로를 제하고 나면

수령액이 125만원 정도다.

3등 당첨금에 흡족하지 않은 차에 35만원을 떼어난다니  단단히 손해 본 거 같다.

정말 애매한 액수네....흠....애매해

자리에 누워 뒤척뒤척 이 돈을 어떻게 쓸까 생각한다.

작년부터 맘에 두었던 아이패드프로를 사려면 이삼십 만원은 더 보태야 한다.


내 생애 다시 백만원 넘는 복권에 당첨될 일은 없을 텐데, 그럼에도 아쉽다.

왠지 다음 주에도 한 장 사면 이 금액쯤은 당첨될 거 같다. 아...이 끝없는 욕망이여. 한없이 찌질하고 후진 내 마음이여. 끝내 사그러질지 않는 아쉬움이여.

만약 복권 3등 당첨금이 천만원 이었다면 나는 뭘 하려고 했을까? 흠.....천만원은 좀 애매하네, 경차 한 대도 못사는 돈이네. 삼백을 더 보태야 살 수 있네....그러고 있겠지.


오늘 다시 로또 한번 살까?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다.

일등 당첨이 되면 어떻게 할까, 과연 아무 일 없듯 태연할 수 있을까. 이미 나에게 섣부른 경험이 있으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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