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아카데미'

변화와 고착

by 와플왕국

아카데미(Academy)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미래의 인재를 위한 교육과 학문에 관한 연구를 위해 설립한 '아카데미아'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지금 시기에는 학교, 학원, 학회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그 역할이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OO수학 아카데미 같은 학원의 이름으로도 빈번히 사용되어 들어본 적이 많은 용어일 것이다.


학생들은 교육을 받고 여러 지식과 배움을 얻는다. 이는 현대 생활에서 당연히 기본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특별한 능력에 관한 중점적인 교육이라면 어떨까?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

마법, 초능력, 신비 등의 특별한 힘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그것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존재와 그 기관 안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아카데미물'이라고 불렀다.


판타지 장르 소설에서 등장하는 여러 마법학교와 기사학교처럼 현실과는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기관 또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숨겨져 생활하는 집단을 아카데미로 부른다.


대표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와 <퍼시잭슨 시리즈>가 이에 해당되며 서양 판타지 배경의 소설 속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라이트노벨 속에서도 아카데미가 배경이 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다양한 매력을 지닌 학생들과 교수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웹소설에도 당연히 특수 기관에서 특별한 힘을 교육받는다는 작품은 존재했다. 하지만 한 작품의 등장 이후로 아카데미물의 판도가 뒤바뀌게 되었다.



아카데미물의 변화


웹소설 <소설 속 엑스트라>

2018년, 웹소설 <소설 속 엑스트라>의 등장이 아카데미물 붐을 발생시키고, 이후 나온 아카데미물의 전개와 설정의 정형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 속 엑스트라>는 '작가'인 김하진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자기가 만든 소설 속 세상의 작가인 자신조차도 모르고, 비중도 적은 '엑스트라 캐릭터'로 빙의를 당하게 되면서, 영웅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 안에서 '주요 인물'들과 엮이며, 다시 현실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무사히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여 결말로 향하는 이야기이다.


기존의 아카데미물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 웹소설만의 요소를 차용하고 결합했는데, 특히 '헌터물'에서 나오는 설정인 갑작스럽게 등장한 몬스터들과 이상 현상이 '일상화' 된 세계관, 여기에 '빙의'와 '상태창'이라는 특권 요소가 더해져 독특한 아카데미물이 탄생했다.


그리고 웹소설 보다는 라이트 노벨에서 주류였던 캐릭터 위주의, 특히 히로인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주인공 및 여러 인물과의 독특한 관계성을 중심으로 작품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웹툰 <소설 속 엑스트라>

그리고 가장 핵심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착각'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것인데,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행동을 오해하거나 착각하여, 자기 멋대로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호감을 갖거나 재평가를 하게 되면서, 주변 인물들의 관심과 신뢰를 끌게 되는 ‘착각물’ 요소가 매우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움이 본격적으로 이 요소를 활용하고 비슷한 양상의 아카데미물이 다수 탄생되었다.


웹소설 <아카데미 고인물이 다해먹음>과 <아카데미 편의점으로 힐링할게요>

아카데미물에서는 주인공이 아카데미가 메인인 특정 소설이나 게임에 빙의하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반적으로 아카데미물에서 빙의물 형식이 자주 활용되는 이유로는 빠른 전개와 더불어 개연성의 확보가 쉬웠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아카데미물의 주인공은 자신이 들어온 세상의 원작인 게임이나 소설의 설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작품의 주요 스토리 전개뿐만 아니라, 중요 인물들의 핵심 설정은 물론이고, 획득 가능한 아이템과 스킬이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얻는 방법까지도 빠듯이 알고 있었다.


이런 주인공의 특성으로 인해 강력한 스킬이나 아이템을 빠르게 입수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초반에는 주연 캐릭터들과 비교해서 많이 모자랐던 주인공이 노력과 전략, 미래 정보를 활용해 점점 실력을 키우면서, 초반과 후반의 격차가 확연히 나타나, 독자들에게 감개무량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었다.


특히 주인공의 위치와 지위가 낮을수록 실감이 더 크고, 납득 가능한 배경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빙의하는 대상은 보통 주연이나 조연 캐릭터보다는 비중이 적은 '엑스트라' 캐릭터였다.


웹소설 <아카데미 편의점으로 힐링할게요>

주인공이 빙의한 인물이 단순히 비중이 적은 수준을 넘어, 실력 없는 낙제생, 삼류 악역, 망나니 귀족과 같은 조기 퇴장의 역할을 지닌 캐릭터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설정은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퇴학과 정학처럼 암울할 미래가 이어질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미 평판 자체가 최악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 주변 인물조차도 마음이 다 떠나버려 주인공을 외면하거나 배척하고 있는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신뢰받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처음부터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게다가 평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도 이용하지 못하고, 편견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에게 멸시와 차별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기존과는 달라진 모습에 사람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이 맺어지기도 하며, 평판이 좋지 못하며 무시당하던 주인공이 순수 실력과 끝없는 노력으로 자신을 증명하여, 자신을 무시한 캐릭터는 물론이고, 주요 캐릭터들 마저도 경악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내비침으로써, 기존의 답답함을 한 번에 뚫어주는 사이다를 선사한다.


이렇듯 실력이 성장할수록 주인공의 위치에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원작 속 인물을 도와주는 숨겨진 협력자라는 형태에서, 조연으로, 그리고 주연으로 승격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진정한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중심에 서게 된다.


다양한 작품이 늘어나면서 여러 변주가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웹소설 <악당은 살고 싶다>

주인공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등장하는 작품 역시 나타나기 마련이었고, 지속적으로 현대 배경이 중점이 되었기에 반대로 전혀 다른 서양풍의 판타지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물론 서양풍 배경의 아카데미물에서도 빙의나 환생을 활용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것을 배제하고 순수한 판타지 배경과 설정에서 처음부터 진행되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웹소설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대표적으로는 웹소설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가 이에 해당된다.


작품 내에서 네크로맨서라는 존재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흑마법들과 그들이 만들어 조종하는 개성있는 언데드들이 매력을 이끌어냈고, 그들과 반대되는 프리스트라는 적대 세력의 묘사와 네크로맨서와의 차이점이 작품의 설정과 세계관을 더욱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카데미물에서 빠질 수 없는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과 주인공과의 관계성까지 순수 판타지 배경 내에서도 충분히 다루며 구현해낼 수 있었다.



양산화의 시작


아카데미물 장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품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요소가 많았다는 얘기이며, 별다른 고민 없이 즐길 수 있는 검증된 재미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슷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아카데미물이 물린다라는 평가도 존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카데미물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주인공이 원작을 정독하고 끝까지 플레이했다는 설정만으로 쉬운 개연성의 확보가 가능했으며, 그런 주인공의 행위로 변수가 발생하여 추가시킬 수 있는 요소도 무궁무진했기에 더욱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싶다.


웹소설 <아카데미의 피해자>

비록 지나친 양산으로 인해 너무 정형화되어 개성이 적어져, 이전보다 장르의 인기가 시들어지긴 했지만, 아카데미물은 여전히 인기 있는 장르였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독특한 설정과 세계관을 지닌 재미있는 아카데미물은 나오는 중이었다.


웹툰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작품에서 묘사되는 아카데미는 분명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환경과 배경을 갖추고 있다.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의 학교나 시설, 기이한 수업과 특수한 커리큘럼, 천재들과 괴짜들이 공존하는 공간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그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공간 내에서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고 관심도 없었던 사이였지만,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서로 함께 싸우고 협력하는 우여곡절을 겪음으로써 변화는 관계.


친구와 동료로서의 우정과 신뢰는 물론이고, 선후배 사이의 동경과 존경, 그리고 서로 이해를 통한 사랑.


아카데미 생활은 낭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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