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요소의 결합
흔히 괴상한 이야기로 불리는 것들이며, 오래전부터 존재해 오며 지금까지 전해져온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소문이나 옛날부터 민간에 떠돌아다니던 여러 괴이한 이야기를 기록한 '지괴'부터, 중국 당대 중기에는 알리려는 의도를 가진 채로 기괴한 이야기를 다양한 문체와 명확하게 묘사한 단편 소설인 '전기'처럼 이런 공포 소재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왔을 정도로 친숙했다.
다들 괴담과 같은 무섭고 기이한 이야기에 대한 추억이 한 번쯤은 존재할 것이다. 친구들과 대화하던 도중 갑자기 주제로 튀어나오기도 하며, 13일의 금요일, 빨간 마스크, 밤에 움직이는 학교 동상같이 유명한 이야기로 장난을 쳐보기도 하며, 공포 이야기가 집합한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즐긴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간에 떠도는 도시 괴담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이것을 활용한 작품도 적어짐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이야기도 생기지 않는 편이었다.
90년대 후반과 00년대 초반에는 <퇴마록>, <월야환담>과 같은 현대 배경에서 도시 괴담이나 오컬트를 소재로 다루며, 초능력이나 신비 같은 특수한 힘을 숨기고 암약하는 비밀 집단이 등장하는 '어반 판타지' 장르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반 판타지 장르의 인기는 줄어들며, 그를 대체하는 장르와 작품들이 많이 나옴으로써, 자연스럽게 쇠퇴하는 과정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러 웹소설 작품에서 다른 세상의 존재나 특수한 힘이 현실에 드러난 지 오래며, 오히려 그것이 익숙하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배경이 유행하고, 인기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현실 배경에서 숨어서 활동하는 묘사에 대한 제약이 존재했고, 오히려 드러내는 편이 편하게 다룰 수 있었기에 비밀로 감춰진 것에 대해 집착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당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의 2차 콘텐츠화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설령 결과물이 나왔어도 이미 인기가 시들어진 상태였기에, 하나의 장르를 부흥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실패한 사례들이 많아 도전 자체가 적어진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에 이르러서는 퇴마사와 괴담이라는 소재가 옛날 것이라는 인식을 지우기가 어렵고, 고정관념에 치우친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이 한몫했다. 예로 무속인의 복장과 부적처럼 전통을 중시하며, 귀신을 퇴마하는 무당이 현재는 별로 인기를 끌 소재가 되지 못했다.
당시에 이런 종류의 캐릭터가 활약하는 작품의 경우, 세기말 감성이라는 어스룩한 세상의 분위기가 소재와 어울리는 것이 컸다. 그렇기에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쉽게 매력을 보이는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미신이나 괴담이 거짓으로 밝혀지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도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어렸을 적을 제외하면, 이제는 괴담과 미신을 진짜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괴담이 시들어가는 소재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웹소설 <괴담 동아리>였다.
시들어져 갔던 괴담이라는 소재는 물론이고, 어반 판타지 장르를 다시 부흥시키며, 여전히 시장에 수요와 경쟁력을 증명시킨 작품이다.
<괴담 동아리>는 제목 그대로 괴담 동아리라는 학교의 한 동아리가 여러 괴담을 조사하고 퇴치한다는 내용을 다루지만, 단순히 그것뿐이었다면 기존 작품의 양상과 다른 점이 없었기에, 지금처럼 반응이 폭발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판타지 장르에서 나오는 용사와 마왕의 개념을 괴담이 중점인 작품 안에 집어넣었다.
이 두 요소는 여러 만화나 게임에서 가장 줄기차게 소비된 소재이지만, 어반 판타지라는 전혀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장르에 용사와 마왕이라는 관계성을 추가한 것이다.
거기다 현 웹소설에서 주인공에게 시작 특권으로 뽑히는 상태창과 회귀라는 두 가지 인기 요소를 추가시킨 점도 포인트였다.
이처럼 여러 현대적이고 인기 요소를 추가하며, 고전적인 괴담과의 결합을 시도한 끝에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상태창'이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용사'와 모든 '괴담'들의 정점에 있는 '마왕'.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매우 독특한 설정의 인물과 관계성이 돋보였다.
이 세상을 먹어 치우려는 마왕은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용사에게 부하인 괴담을 보냄으로써 없애려고 하며, 당연히 세상을 지키려는 용사 이준과 그의 동료들은 마왕의 공격을 막아내고 세상을 구하려는, 이 둘의 대결이 작품 최대의 묘미였다.
특이한 점으로는 주인공 용사 이준은 마왕을 쓰러트릴 압도적인 힘도, 마왕에게 상처를 입힐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죽으면 죽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회귀' 능력과 예상치 못한 변수를 창출해 내는 '잔머리'만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하나의 괴담을 공략하기 위해 회귀라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소모품으로 사용하여, 괴담의 빈틈을 찾아내고는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무너트린다.
기본 줄기만 생각한다면 정석적인 용사물의 플롯을 따르고 있지만, 이러한 특이성이 다른 용사물과는 차별점을 선보였다.
특히 괴담을 새롭게 해석하며 묘사한 점이었는데, 상태창으로 인해 게임 요소가 섞여 있는 만큼 게임에 나오는 개념으포 표현했다는 점이다.
살상력이 높기는 해도 해결법이 어렵지 않다면 'C급'이나 'D급' 괴담으로, 한 건물이나 한 집단을 망가트릴 정도의 규모는 'B급' 괴담으로, 한 국가가 붕괴할 위력이면 'A급' 괴담으로, 그리고 전 세계 대상으로 피해가 일어나며, 정공법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괴담은 'S급'으로 표현되었다.
판타지 장르에서 마왕의 무수한 부하 중 강력한 장군이나 사천왕 같은 계급을 지닌 존재가 있는 것처럼, 현대 게임에서 나오는 시스템과 개념을 과감하게 괴담에 적용하여, 마왕이 부리는 괴담의 위력에 따라 등급을 구분했다.
<괴담 동아리>는 인류 오랜 역사에서 함께 해온 수많은 괴담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표현했으며, 그럼에도 괴담이라는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고, 괴담 특유의 기괴함을 잘 전달해 냈다.
작품의 또 다른 특이점으로는 단순히 용사와 마왕의 대결 이야기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괴담의 존재를 알고 그 특이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거대 기업'과 마왕을 신으로 떠받들며 괴담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이비 집단'의 등장이 한 층 더 흥미를 이끌어낸다.
이런 예상치 못한 세력이 추가되고 개입하면서 용사와 마왕의 대결이 어느새 3파전, 4파전, 5파전이라는 거대한 양상으로 흘러가 더욱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괴담 동아리>는 여러 현대적 요소를 고전적인 요소인 괴담과 결합을 시도하고,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괴담에 대한 소재를 사용하는 작품 역시 늘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웹소설에서 이상 현상이나 괴담에 대해 다루는 작품은 괴이물이나 괴담물 등 따로 정해진 명칭 없이 불렸다가, 최근에서야 격리 픽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20년대에 들어서면서 <괴담 동아리>의 등장을 기점으로 괴담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이 늘어나며, <SCP 재단>, <백룸>과 같은 이상 현상과 괴생명체를 다루는 격리 픽션 장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격리 픽션 장르는 전반적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현상과 괴생명체가 등장하며, 그것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조직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잔인한 걸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공포물과는 다른 느낌이며, 도저히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전해지는 공포인 '코즈믹 호러'가 중점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었다.
새롭게 나온 격리 픽션 작품들도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요소를 결합하여 각자만의 개성과 해석을 보여준다.
'탑등반물'과 결합하여 미지의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와 혼란에 맞서는 <괴담 호텔 탈출기>와 공포를 다룬 매체에서 빠질 수 없는 게임, 그 중에서도 '쯔꾸르 게임'을 괴담과 괴이와 엮어내어 쯔구르 게임만의 특징을 적재적소 잘 활용하여 내용을 전개하는 <공포 쯔꾸르 생존기>.
현실에서 괴담이 가득한 세상으로 떨어진 빙의 요소를 활용하여, 기존 괴담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장비를 활용하여 공략하는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각 작품 모두 괴담의 활용과 해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고, 장르 발전의 다양한 가능성까지 보여주어 새롭게 나올 격리 픽션 작품의 기대감을 생성시킨다.
공포는 인류에게 있어서 굉장히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이다. 구석기 시대 때 생존을 위해서 동물을 사냥할 때 느낀 공포와 두려움을 생각한다면, 인류의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인간이 가진 공포심이 특수한 형상을 취하고 특징적인 이야기를 가지게 된 것이 괴담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사람들 입에서 전해져오고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시대의 흐름으로 이제는 믿는 사람이 적어지며, 단순히 옛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탐구할 가치가 높으며 창작의 영감과 소재로서 뛰어난 잠재성을 지닌 것이 괴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