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전복과 성장
담대하고 공정하며 용감하고 진실하라고 가르치셨죠
디즈니의 원작 비틀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인어공주>에서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 된데 이어 이번에는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Rachel Zegler를 <백설공주>Snow White의 주연으로 캐스팅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디즈니의 영화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동화를 소재로 한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내용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디즈니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선구자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것은 동화의 이야기가 보수적 사회질서를 옹호하고 있다는 주장에 편승하는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래동화들을 계급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시도가 많이 있었기에 그런 흐름들을 대중적인 작품을 통해 널리 알리려는 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중 제일 많은 논란을 낳는 부분이 <인어공주>나 <백설공주>의 주인공들을 전형적인 백인 여성이 아닌 유색인종으로 바꾼다거나 성격을 바꾸는 것입니다. 인종차별이나 남녀 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좋으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동화를 송두리째 바꾸려는 시도는 많은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은 백설공주가 왜 백인이 아니냐? 왜 이쁘지 않냐? 같은 것이었지만, <백설공주>에서는 백설 공주의 피부색뿐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이 동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원작 동화에서는 수동적인 여성인 백설공주가 고난을 당하지만 난쟁이와 왕자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백설공주>는 나라를 빼앗은 왕비에 맞서 싸우는 지도자로, 의적단 두목인 조나단을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하는 주제적 여성으로 그립니다. 그리고 백성들을 규합해 왕비를 쫓아내는 정치적 지도자로까지 나아갑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변형이 정말 시대적 요청이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흥행에서 크게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주제의 변화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백설공주>가 흥행에서 실패한 것은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동화 <백설공주>를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악한 왕비는 하와를 꾄 사탄으로, 핍박받는 공주는 선악과를 먹은 하와로, 일곱 난쟁이와 숲 속의 집은 성전과 7성례, 사제 등으로 해석하는 시각입니다. 그리고 왕자를 통하여 다시 살아나는 것을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으로 상징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백설공주가 철저히 수동적이라는 점은 은혜로만 구원받는다는 보수적 기독교의 관점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 들어맞는 비유입니다.
영화<백설공주>가 미국에서 특히 비난받은 이유는 이러한 기독교적인 이해의 틀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보수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영화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인물은 왕자가 아닌 공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이해하면 됩니다. 이것은 백설공주가 잃어버린 아버지의 나라를 되찾는 구세주로 그려졌다는 설정을 주목하면 알 수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를 닮은 인물'이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그려진 것뿐입니다. 이렇게 되어서 백설공주는 영화 내내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합니다. 왕비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난쟁이들의 지도자가 되고 의적단을 도와 함께 싸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활한 후 자신의 나라에 재림하여 왕비를 내쫓고 왕국을 재건합니다.
악한 왕비는 늘 거울을 봅니다.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자기중심적인 악인입니다. 왕비는 외모에만 신경 쓰지만 거울은 백설공주를 일컬어 "다만 한 명 마음속 아름다움을 지닌 이가 있습니다"라고 하며 왕비의 외형적, 물질적 사고방식을 깨뜨려 버립니다.
원작 동화의 거울은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을 '외모'로 평가했지만, 영화에서 거울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내면'에 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성경적 관점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 <백설공주>가 원작과 달라졌다고 해서 영화에 담긴 가장 중요한 성경적 메시지가 변질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더 선명히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백설공주가 고난의 숲을 통과해 7가지 성격의 난쟁이들을 아우르는 것은 고난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고 정신의 균형을 가지게 되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숲은 고난을 주지만 그 속의 동물들은 백설공주를 지켜줍니다. 이를 통해 생태의 회복과 자연이 주는 치유의 기능에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주인공 배우의 피부색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영화의 깊은 메시지에 주목하신다면 더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1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