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제단에 바쳐진 마리아여
그녀는 노래하는 새songbird야 , 새장이 열려있는데 날아가지 않는...
영화<마리아>는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영화 자체로도 감상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주인공 마리아 칼라스Maria Calas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사전 정보 없이 감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칼라스는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유명했지만 그녀의 화려한 삶과 행적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영화는 이 마리아 칼라스의 만년을 그리고 있습니다.
칼라스는 만년에 약물을 많이 의존했는데 영화의 설정은 그녀가 실제와 환각을 오가며 과거의 사건들을 반추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칼라스는 그리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의 강요로 살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고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녀의 삶의 가장 큰 변곡점은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Aristotle Onasis와의 만남입니다. 부유한 바람둥이 오나시스와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오나시스는 재클린과 결혼해 버리고 오나시스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노래도 부를 수 없게 된 마리아 칼라스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파트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칼라스는 샹젤리제 극장의 지휘자 제프리 테이트의 도움으로 공연을 준비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때문에 결국은 실패하고 혹평만 받게 됩니다. 마지막 날까지 칼라스는 과거의 화려했던 날들을 그리워하다 53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파블로 라라인Pablo Larraín은 <재키>, <스펜서>같은 실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으며 이 작품은 여성 3부작의 완결 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재능 있는 여성이 세상과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며 몰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의 여성의 한계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나시스는 칼라스가 열린 새장 속에 앉아만 있는 노래하는 새songbird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믿기보다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에 더 목을 매었던 칼라스의 한계를 지적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칼라스는 자각을 합니다. "나의 인생은 오페라와 같았어" "이제는 나를 위해 노래할 거야" 그럼에도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모습은 안타까움만 더합니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 자체는 답답한 면이 있지만 파리의 멋진 풍광들과 건축, 미술, 의상 등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영화 내내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과 칼라스의 노래는 관객들의 감각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원숙한 연기와 노래도 훌륭했습니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베르디의 <오텔로>Otello에 나오는 <아베마리아>Ave Maria가 흘러나옵니다. 마리아 칼라스의 '마리아'와 성모 마리아의 '마리아'를 동시에 상징하는 중의적 의미에서 선곡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들 예수의 죽음 앞에 고통받은 어머니 마리아의 고통과 실연의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던 마리아 칼라스의 비극이 중첩되며 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구세주로 세상을 비추고 계십니다. 칼라스 역시 세상을 떠났지만 위대한 가수로 세상에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울려 퍼진 <아베 마리아>는 예술의 제단 위에 바쳐진 칼라스를 위한 헌정곡처럼 들렸습니다.
*** 주요 테마로 쓰인 <아베 마리아>는 유명한 곡이지만 개신교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낯설다. 마리아가 하나님께 중보한다는 개념이 개신교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의 어머니 자체로서의 삶만 생각해 보아도 마리아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하나님의 어머니 테오토코스(Θεοτόκος:하나님의 어머니)로 기억하면 좋겠다.
<Ave Maria>
Ave María, grátia pléna,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Dóminus técum: benedícta tu in muliéribus,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et benedíctus frúctus véntris túi, Jésus.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Sáncta María mater dei, óra pro nóbis peccatóribus, nunc et in hóra mórtis nóstræ.
하나님의 성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누가복음 1장 46,47,48절)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처녀잉태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리아로 인해 그리스도가 오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노래로 성공했으면서도 노래에 실패했던 칼라스의 이야기는 교훈을 줍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복임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