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의 왕국
난 하나님을 믿어요 그런데
그때는 하나님이 날 믿는가 싶더군요
영화<도그맨>은 하나님God과 개Dog의 단어 유사성에 착안한 <조커>의 새 변종이라 할 만합니다. 하나님과 개의 유사성은 무엇일까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감정을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의 마음을 아실 것이라고 믿으며, 하나님을 믿고 기대하고 사랑합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와의 유대감을 통해서 개가 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으며 감정이입을 합니다. 개를 '개모차'에 태우고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은 개가 신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하나님God'이 아닌 '개Dog'를 통해 구원받습니다. 구원의 서사를 완벽히 도치시킨 것입니다.
야생과 인간 사회의 중간에 위치한 개를 소재로 한 영화 <도그맨>은 한 인간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조금 불편한 영화입니다. <도그맨>은 인간의 어두움과 그 어두움의 고통을 신과 개를 통해 이겨내는 일종의 다크히어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더글러스douglas의 이름의 앞 글자는 dog와 유사합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더그로 불립니다. 더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형의 학대를 받아 개 우리에서 지냅니다.
아버지의 오발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더글러스는 개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우리에서 빠져나와 보호시설에서 성장합니다. 보호시설에서는 자신에게 문학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살마를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됩니다.
오갈 데 없는 더글러스는 개들과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드랙퀸(여장남자)으로서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고 개들을 조종해 부유층의 보석을 훔치거나 조폭 두목을 혼내주는 등 일종의 어둠의 히어로로 살아가지만 보험사의 추적과 조폭의 보복으로 쫓기다 결국은 경찰에 체포되고 맙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정신과 의사 에블린과의 상담 중 회고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엔딩 장면에서 더글러스는 개들과 함께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하지만 교회 십자가 앞에서 쓰러집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과 악의 문제, 신정론神政論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소위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개는 사람을 너무 믿는 것이 약점입니다. 악하다고 반드시 심판받는 것도 아니고 충성을 다한다고 꼭 성공하지도 않는다는 말입니다.
성경 <욥기>에서는 누군가의 불행이 반드시 죄의 결과가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생의 비밀을 우리가 모두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 <욥기>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개들은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합니다. 때로는 그런 복종 때문에 불행을 당하기도 합니다. 신과 인간, 인간과 개의 관계를 대비시켜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조커>의 일종의 아류작이기도 합니다. 고통당한 사람이 어떻게 사회에 복수하는지 보여줍니다. 밀턴John Milton의 <실락원>Paradise Lost에서는 사탄을 하나님에게 도전하였다가 실패하고 추방된 존재로 묘사합니다. 즉 '악'이란 주류에서 배제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글러스는 어려움 속에서 대학 학위까지 받는 등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그의 장애는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 더글러스는 드랙퀸이 되고 분장을 해서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더그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금요일 밤의 무대와 개들과의 생활뿐입니다.
정상적인 사회질서에 참여하지 못하고 밀려난 주인공은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그것을 돕는 것이 개Dog입니다. 하나님God과 반대되는 것으로 Dog를 상징화한 것입니다. 결국 Dog는 하나님God에 반대되는 어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엔딩에서 도그맨은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커처럼 어둠의 히어로로 계속 활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십자가 앞에서 쓰러진 것은 그가 아직도 신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불행을 겪는다고 모두가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그맨은 신을 믿는다는 말과는 달리 세상에 복수하는 방법으로 악을 선택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마르틴의 격언
영화 시작에 나오는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격언은 프랑스 혁명기의 유명한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과 관계가 있습니다. 라마르틴은 "불행한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신은 개와 어린이를 창조했다"(Pour consoler les malheureux, Dieu a créé les chiens et les enfants)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라마르틴은 19세기 프랑스의 시인, 작가, 정치인으로, 낭만주의 문학 운동의 주요 인물로서 개에 대한 애정을 여러 작품에서 표현했습니다.
이 격언은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전해졌으며, 현재는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은 개가 가진 무조건적인 사랑과 충성심이 인간의 어려운 시간에 큰 위로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을 감찰하시는 이여 내가 범죄 하였던들 주께 무슨 해가 되오리이까 어찌하여 나를 당신의 과녁으로 삼으셔서 내게 무거운 짐이 되게 하셨나이까" (욥기 7장20절)
욥이 거듭되는 불행가운데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부르짖습니다. 하지만 욥은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알지 못합니다. 불행은 꼭 죄의 결과가 아닐수도 있습니다. 다만 인간과 달리 하나님은 우리의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을 확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