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멘쉬 생태공동체 그리스도
내 생각에 부모는 발판에 불과하단다. 네 행동이 네가 누군지를 말해주는 거란다
DC코믹스의 대표적 히어로인 <슈퍼맨>이 리부트 되었습니다. DC의 작품들은 그동안 <배트맨>의 영향 때문인지 마블에 비해서 어둡고 칙칙한 배경으로 그려졌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은 이런 분위기가 어울릴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화면이 DC 유니버스로 확장되면서 슈퍼맨이나 원더우먼도 다 같이 어둡고 무거워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쟁사인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은 분명한 선악의 구분과 밝고 경쾌한 속도와 유머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런 차이의 결과는 <저스티스리그>의 흥행 실패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DC는 <맨 오브 스틸>을 버리고 슈퍼맨을 다시 재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의 슈퍼맨은 1978년의 원조<슈퍼맨>시리즈와도 다릅니다. 솔직한 느낌은 '마블의 슈퍼맨'같은 느낌입니다.
원래 슈퍼맨은 지구를 통째로 들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런 압도적인 힘은 슈퍼맨의 자기모순을 만들어냅니다. 크립토나이트 외에는 슈퍼맨을 이길 수 없습니다. 결과가 뻔한 싸움을 보아야 하는 것은 관객들의 흥미를 잃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슈퍼맨의 힘이 다른 히어로들만큼 조금은 약해졌고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슈퍼맨>에 조금 더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슈퍼맨>의 또 다른 점은 슈퍼맨이 싸우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을 구한다는 점은 과거와 같지만 구체적인 대상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영화에서 슈퍼맨이 구하는 인물들은 이민자, 여성, 어린이, 그리고 동물입니다.
말하자면 보호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로 구체화되었으며 동물에게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게다가 강대국의 침략을 받는 나라를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원조 슈퍼맨이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보수'의 아이콘이었다면 이번의 슈퍼맨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는 '진보'적 슈퍼맨으로 나타납니다.
요즘의 극우세력을 연상케 하는 렉스 루터는 보수적이고 차별적 시각을 가진 이기주의자입니다. 그에게 슈퍼맨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는 방해물이고 인간이 아닌 그냥 외계에서 온 이주민인 '생명체'일 뿐입니다. 게다가 원숭이 댓글 부대를 동원해 상대에 대한 가짜 뉴스를 양산합니다.
이런 설정들은 지금의 세계에 만연한 미디어의 폐해를 잘 보여줍니다. SNS가 퍼뜨리는 온갖 가짜 뉴스는 차별과 증오를 양산하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슈퍼맨의 행동을 믿기보다 미디어가 퍼뜨리는 가짜 뉴스를 더 믿습니다.
"네가 뭔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거지?" 라는 루터의 말은 지금 세계의 증오와 차별이 왜 힘을 얻고 있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슈퍼맨의 자아성장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루터는 슈퍼맨의 친부모가 지구인을 말살시키려고 슈퍼맨을 보냈다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립니다. 슈퍼맨조차도 가짜 뉴스에 속아서 좌절을 겪습니다. 그러나 양아버지는 슈퍼맨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내 생각에 부모는 발판에 불과하단다. 네 행동이 네가 누군지를 말해주는 거란다"
이런 양아버지의 교훈은 슈퍼맨이 심리적 유아기를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성장은 마지막 전투에서 루터가 슈퍼맨의 세포로 만든 복제인간과 싸우는 장면으로 확실해집니다. 슈퍼맨이 진정한 슈퍼맨이 되는 과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과 어두움을 직시하고 그를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superman이 되는 길입니다.
철학자 니체 Nietze는 위버멘쉬Übermensch라는 인간을 초월한 초인을 꿈꾸었습니다. 이는 역사적, 사회적 모든 인습을 타파한 진정한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인간을 말하는데, 슈퍼맨의 원래 캐릭터는 이런 개념을 현실적으로 육화하여 그린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의 <슈퍼맨>과 같이 인간적이면서도 성장하는 모습의 슈퍼맨은 자기를 초월하고 완성으로 나아가는 연금술적인 모습의 인간에 가깝게 그려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세상이 그를 받아들여야 했지만, 이번의 <슈퍼맨>은 그가 우리에게 다가오려고 했다는 점에서 더 친근하고 가까운 히어로로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크립토'라는 귀여운 슈퍼독도 등장하는데 동물도 우리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일원으로서 슈퍼맨과 함께 악과 싸운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구세주로서의 슈퍼맨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이사야53:7)
크립토성의 부모가 지구로 보낸 유일한 아들이며 인류를 구한다는 설정은 말 그대로 구세주인 예수그리스도를 다르게 해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면서 인간이라는 설정도 마찬가지이며 인간의 부모에게 양육 받는 것도 그렇습니다. 슈퍼맨은 인간에게 오해받고 따돌림당하면서도 인류를 구합니다. 결국 슈퍼맨의 원형은 성경의 구원관에서 온 것이며 메시아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