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줄스>이방인과 외계인의 사이에서

슈퍼맨과 같은 주제의 영화

by CaleB


앞으로 별 재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난 여기 살아야 해



얼마전 리뷰한 영화 <슈퍼맨>이 이민자를 영화의 주제로 삼아서 MAGA와 우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과거에는 외계인을 침략자로 그린 영화가 많았지만 이제 그들을 핍박받는 자로 그리는 설정은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민자는 위협이 아니라 이제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슈퍼맨> 이전에 2023년 개봉했던 영화 <줄스>는 바로 이런 주제의 영화입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영화<줄스>는 형식적으로는 외계인 영화이지만 고독과 고립, 환대에 관한 영화입니다. 특히 시대에 뒤떨어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독한 노인세대,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와 고립된 이방인을 등장시켜 이 시대의 고독을 보여줍니다.

마크 터틀타웁Marc Turtletaub감독은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감독답게 가벼운 유머와 아이러니를 섞어 현실을 비틀어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KakaoTalk_20250405_205640297_18.jpg?type=w1 진짜로 듣기만! 하는 시의회의원들


줄거리


최소한의 스포로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내를 사별하고 혼자 지내는 노인 밀턴은 치매 초기를 겪고 있으며 딸과도 대화가 소원합니다. 매일 시의회에서 똑같은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그의 일과입니다. 혼자 지내는 할머니 낸시와 조이스 또한 비슷한 처지입니다.


어느 날 밤 밀턴의 집 뒤뜰에 외계 우주선이 추락하고 외계인이 쓰러진 채 발견됩니다. 밀턴은 외계인에게 옷과 음식을 제공하고 보살펴줍니다. 낸시와 조이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사건을 매개로 그들만의 비밀같이 훈훈한 우정이 생겨납니다. 그들이 '줄스'라고 이름 붙여준 이 외계인은 말은 하지 않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따뜻함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줄스를 쫓는 국토안보국 요원들 때문에 줄스가 지구를 떠나기까지 이들에게는 한 가족과 같은 사랑의 추억들이 쌓여갑니다.


222.jpeg?type=w1 외계인을 만난 노인들이 겪게 될 사건들은?


주제


여기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신체적 쇠약함과 가족들과의 단절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밀턴이 아무리 시의회에서 말을 해봐야 그들의 표정은 변함없이 굳어있고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즉 "경청은 하되 답변은 하지 않는다"인거죠.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줄스는 말 그대로 alien(이방인, 외계인)입니다. 이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낯선 존재입니다. 다른말로 우리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 여러 소외계층이나 소수자, 외국인 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인들에게는 말없이 듣기만 해주는데도 그들의 마음을 받아주는 줄스가 너무나 고마운 존재입니다. 시의회와 줄스는 '똑같이 경청만 하고 답변을 하지 않지만' 이 둘의 의미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줄스 또한 자신을 이용하려는 마음이 없이 그저 순수하게 환대해 주는 노인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감해주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지구인이지만 소통이 안되는 사람들보다 외계인이라도 소통할 수 있는 줄스가 더 나은 이웃이라는 뜻도 됩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의 원형은 별에서 온 <어린 왕자> 또는 영화<이티>를 들 수 있습니다. <이티>에서는 외계인이 어린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줄스>에서는 외계인이 노인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시대의 소외된 자들의 이미지가 어린이에서 노인으로 옮겨갔다는 뜻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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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들


영화에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상징들이 등장합니다.


첫째는 '정상인의 범주'에 관한 것입니다. 딸은 밀턴이 치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밀턴이 보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정상'범주에 속한 사람들이 보는 것만이 진실일까요? 얼마 전 리뷰한 도서 <삶이 흐르는 대로>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과 치매환자들이 볼 수 있는 신비한 현상들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 믿는 것만이 진실일지 사실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줄스가 먹는 음식은 '사과'입니다. 서양에서 사과는 성경 <창세기>의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로 상징적으로 믿어져 왔습니다. 줄스가 사과만 먹는 것은 그가 생명의 원천이며 선악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줄스는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밀턴이 만난 줄스는 생명과 지혜를 지닌 궁극적인 존재를 나타낸다. 또 줄스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Love Your Mother"(지구를 사랑하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렇다면 줄스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생태와 우주의 아페이론(ἄπειρον, 만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우주선의 연료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노인의 반려자로 등장합니다. 살갑게 굴지도 않지만 외로운 이들의 주위에 함께하는 고양이의 존재는 위로와 사랑입니다. 줄스의 우주선은 이렇게 고양이로 상징되는 사랑과 추억으로만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이스가 아끼던 고양이가 우주선의 마지막 고양이로 선택된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줄스가 떠날 때 밀턴은 지금 이곳에 있겠다고 말한다. 과거를 뒤로 하고 현실을 지켜야 함을 깨달은 것일까?


KakaoTalk_20250406_210922820.jpg?type=w1 줄스가 그린 고양이


이렇게 영화에 나오는 존재들은 노인들이 잃어버린, 또 갈구하는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결국 영화의 이야기들은 현실과 환상이 겹쳐있는 중간 영역metaxy에서 진행됩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치매노인의 환상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진실에 관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KakaoTalk_20250405_205640297_01.jpg?type=w1 밀턴과 줄스의 약속



Spirit영성발견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명기10장 19절)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이 땅의 이방인일 뿐입니다. 우리는 나그네처럼 이 땅에 머물며 천국을 향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이방인과 나그네를 환대하십시오. 즉 이웃과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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