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홍수>기술구원론의 신학적시선

데이터와 창조,구원

by CaleB
어떻게 나 혼자 가요?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가 요즘 화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 전개가 엉망이다. 난해하다. 등등의 악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 영화의 신선한 시도를 재미있게 보신 분도 많은 듯합니다. 영화를 비난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기존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라 모험을 하고 살길을 발견하는 액션 장르를 기대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요즘 SF 소설들의 문맥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초엽작가의 소설을 읽으신 분들은 떠올리시겠지만 최근의 SF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과학과 판타지의 모호한 경계에 있습니다. 과학적 개연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중요합니다. 영화 <대홍수>는 이런 장르적 특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 기독교적 구원 서사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발견을 토대로 간단히 신학적 리뷰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우선 영화의 제목 그 자체인 '홍수'라는 주제는 성경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재입니다. 창세기에서 홍수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그것은 심판이자 동시에 새 창조의 시작이었습다. 노아의 시대 대홍수로 모든 생명은 종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노아는 모든 생명들을 한 쌍씩 방주에 태워 생명체의 존재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노아의 홍수 때에는 구원의 방주로 종말을 막아내지만 영화<대홍수>에서는 우주선과 생명과학으로 인류는 구원을 얻습니다. 홍수는 인간을 심판하는 도구이지만 모두가 종말을 맞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구원을 받습니다. 하나님의 심판과 종말은 반드시 있을 것이지만 일부는 남은 자가 되고 구원을 얻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성경의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반복'이라는 모티브입니다. 주인공 구안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들 재인을 구하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합니다. 시뮬레이션의 실패는 곧 인류의 종말입니다. 우리는 늘 죄를 거듭해 짓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거듭 용서해 주십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모습은 인간의 삶의 양식 그대로를 보여주며 결국에 성공하는 구원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천로역정의 길과도 같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구원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패와 반복속에 희망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은 구원이 모성에서 완결된다는 점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한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는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서 오셨습니다. 여성은 생명과 구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징입니다. 마리아의 수태고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마리아는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의심보다 순종을 선택했고, 그 순종을 통해 성육신은 가능해졌습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성육신은 이러한 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구안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계산이나 효율이 아닌, 사랑과 헌신으로 아들을 선택합니다.구안나가 자인을 살리는 그 모습에서 인류의 희망인 사랑의 속성을 발견한다는 설정은 이러한 부분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모든 속성이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점입니다. 생명과학과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위 '특이점'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하나님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또 우주와 영혼의 비밀은 인간의 손에 완전히 쥐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과연 인류가 구원받았는지, 지구가 회복되었는지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구원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내가 다시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을 저주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사람의 마음이 계획하는 바가 어려서부터 악함이라 내가 전에 행한 것 같이 모든 생물을 다시 멸하지 아니하리니" (창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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