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상징들과 해석
I see you
이번 글에서는 지난번 <아바타>에 이어 최근 개봉한 <아바타3>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바타 시리즈가 종교적 색채와 세계관을 담고 있다는 것은 앞의 리뷰글에서 정리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바타3>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캐머런이 아예 현대의 신화를 창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재의 부족(Ash People)의 출현으로 갈등구조는 더 복잡해져가고 판도라 행성의 신비가 점점 더 베일을 벗어져가는 것이 3탄입니다.
우선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제이크 설리(Jake Sully)가 나비족을 살리기 위한 대의에 따라 스파이더(Spider)를 죽이려는 장면이었습니다. 성경을 아는 분들은 이 이야기를 아실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여호와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기 위해 모리아 산을 오릅니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작정한 이 이야기는 순종과 자기희생의 극치를 보여주는 극적인 스토리입니다. 성경과 다른 점은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의 생존이라는 대의에 따라 내면의 명령을 받고 행동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파이더도 그런 대의를 인정하고 순순히 자기 목숨을 대속물(Substitution)로 내어주기로 합니다. 이 장면은 신앙에 있어서 순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분들의 가슴을 찡하게 할만합니다. 필자 또한 여기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감동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세기22:2)
두 번째는 키리(Kiri)의 정체성이 더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부분입니다. 키리는 어머니(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 몸에서 아버지 없이 탄생했습니다. 이는 기독교의 동정녀 탄생과 성육신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키리는 자주 종교적 황홀경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무언가에 부름을 받거나 기도하는 등 영적인 세계와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은 성경의 예언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여러 성인들이 경험한 황홀경의 상태와도 같습니다.
"서른째 해 넷째 달 초닷새에 내가 그발 강 가 사로잡힌 자 중에 있을 때에 하늘이 열리며 하나님의 모습이 내게 보이니"(에스겔 1:1)
여기에서 연결되는 것이 키리가 만나고자 하는 에이와(Eywa)의 정체입니다. 판도라의 창조주 에이와는 모든 만물과 연결되어 있는 판도라의 주인입니다. 구약성경의 여호와 하나님은 인간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실 때는 천사를 보내거나 음성과 환상 등을 통해서 계시를 내려주십니다. 에이와 역시 키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다가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키리는 강력한 기도 끝에 에이와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체를 보지는 못합니다. 이는 우리가 하나님을 알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연상케 했습니다.
"주께서 침묵하신다고 누가 그를 정죄하며 그가 얼굴을 가리신다면 누가 그를 뵈올 수 있으랴 그는 민족에게나 인류에게나 동일하시니"(욥기34:29)
키리(Kiri)의 기도는 결국 응답을 받는데 그 응답의 형태는 에이와의 직접 개입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에이와가 마음만 먹는다면 각종 천재지변과 기적을 통해서 판도라의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이와는 침묵합니다. 키리조차도 에이와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오징어 떼의 출현은 에이와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개입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자연 질서를 깨지 않으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기도에 응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도란 그런 것입니다. 우리의 욕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가장 적절한 때에 응답받는 것이 기도입니다. 이 장면은 그런 기도의 속성을 잘 보여줍니다.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21:22)
3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재의 족속(Ash People)이 출현한 것입니다. 성경에서 '불'은 정화와 동시에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합니다. 잿더미 종족의 지도자 바랑(Varang)은 에이와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힌 인물인데 이는 신으로부터 단절된 인간의 절망(지옥의 본질)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그들이 거하는 곳은 불에 탄 잿더미로 가득한 곳입니다. 지옥은 꺼지지 않는 불이 있는 곳으로 이 족속들은 스스로 지옥에 있기로 택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에이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정체성이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악의 세력이 될 것을 선택했습니다.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누가복음3:17)
밀턴(John Milton)의 <실락원>(Paradise Lost)에서는 사탄의 정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루시퍼는 천사였으나 하나님을 거역하고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섬기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편이 낫다."라며 자신의 욕심에 따라 살기로 작정합니다. 재의 족속과 바랑은 에이와를 거역하고 자기들의 욕망에 따라 힘과 폭력으로 판도라를 지배하기로 작정했고 그에 따라 쿼리치대령과 동맹을 맺고 그 대가로 지구인들의 무기를 얻게 됩니다. 이는 하나님을 거역하고 자기 욕심에 따라 살아가는 타락한 존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 (이사야14:12)
이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쿼리치대령(Miles Quaritch)에게 제이크 설리는 계속해서 "너는 이미 새로운 눈을 받았다. 눈을 뜨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밉니다. 욕심에 사로잡힌 쿼리치가 마치 사도바울처럼 눈의 비늘을 벗고 참다운 세계를 바라보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바타 시리즈에서 보통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들라면 "I see you"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보는 방법이 여러 가지임을 말해줍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진실을 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여전히 쿼리치는 욕망에 가려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인물인 것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태복음5:8)
<아바타3>는 흥미진진한 SF물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은 성경적 상징들로 가득한 신학적 이야기입니다. 스크린 속에서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하나의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