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또 있을까 싶다.
워낙에 어려서부터 동물을 사랑하던 내가 강아지보다도 고양이를 먼저 고르게 된 건
다름 아닌 초등학생 때였다.
당시에 다니던 성당에는 매일 같이 찾아오던 길고양이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온갖 정을 다 쏟았고, 성당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그 아이들을 보러 다녔다.
종종 내 코 묻은 용돈을 털어 간식거리를
사다 먹이기도 했고,
일요일이면 미사가 끝난 후에 풀로 장난감을 만들어 놀아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마리의 고양이가 성당의 어린 우리들을 찾아왔다.
그날은 성당의 축제 날이었다.
어르신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잔치국수를 먹던 날,
그 가운데에 떡하니 하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자그마한 고양이가 나타났다.
우리는 하나같이 그쪽에 시선을 집중했다.
난 그 고양이를 보자마자 조심스럽게 다가가 꺾어온 강아지풀을 흔들어 보았다.
신난다는 듯 그걸 가지고 놀던 그 고양이는 다른 아이가 대걸레 끝자락을 엮어서 가져오자
더 즐겁게 놀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그 아이는 우리 성당의 터줏대감이 되어버렸다.
‘초코’라는 이름을 붙여준 건 신부님이셨다.
과자에 초콜릿이 박힌 것 마냥 듬성듬성 검은 털 부분이 얼마나 애교 넘치냐면서 말이다.
이름을 갖게 된 고양이가 사실 꿍꿍이가 있어서
성당을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된 건
이름이 생기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초코는 임신 중이었다.
그것도 여섯 마리씩이나.
하지만 초코는 이제 막 성묘가 된 어린 나이였고, 거기에 몸도 작고 약했다.
사무장님이 초코를 병원에 데리고 가셨을 때, 어쩌면 아이들이 다 못 살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셨다고 한다.
자궁마저도 작은 초보 엄마는 여섯 아이를 다 품기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초코의 뱃속에 있던 여섯 아이들은 점차 한 마리씩 떠나갔다.
그렇게 딱 한 마리만 남게 되어 뱃속에서 겨우 자라났고, 그 아이를 우리 집에서 키우기로 결심했다.
몇 날 며칠을 부모님께 매달려 애원한 결과였다.
초코는 다른 언니네 가족이 데려가기로 했지만 일단 아이는 낳은 후에 입양하기로 하여 성당에 계속 머물렀다.
얼마 후, 초코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저녁에 할머니와 함께 성당을 찾았다.
아주 아주 조그만 아가였다.
그런데 초코의 건강을 위해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내는 바람에 초코는 그 아이가 제 자식인 줄 모른단다.
동물들은 직접 배 아파 낳지 않으면 원래 그런 거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수의사 분들이 권장하는 3개월이라는 -적어도 그 정도는 부모와 자식이 붙어있어야 초반에 사회 적응을 위한 것들을 배운다고 한다.- 기간을 무시하고 바로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계속 공격하려 했기에 둘을 위한 선택이었다.
우리 집에 오게 된 아기 고양이의 이름은 정해졌다.
이미 내 동생으로 가족이 되는 거기에 한참 전부터 고심하던 이름이 있었다.
내 태명이기도 한 ‘미소’가 그것이었다.
미소는 초코보다도 훨씬 작았고, 약했지만 하룻밤을 꼬박 우리 집에서 보내면서 우유도 잘 마셨다.
직접 안아서 우유를 먹였고, 배변을 위해 마사지도 해줬다.
정말이지 사람 아기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이나 너무 귀여웠다.
다음 날, 등교를 하기 전, 나는 잊지 않고 미소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녀와서 보자. 언니가 이따가 밥 주고, 놀아줄게.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신발을 갈아 신으며 할머니께 미소가 잘 있느냐고 전화했을 때, 할머니의 목소리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얼버무리시려다가 병원에 다녀왔다는 말씀을 꺼내셨다.
내가 계속 캐묻자 할머니는 너무 울지 말라면서 고양이별로 떠났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난 집에 가서 방에 틀어박힌 채 하루 종일 울었다.
정말 말 그대로 하루 종일, 펑펑.
그 이후로도 몇 개월 간은 굉장한 삐딱선을 탔다.
괜히 초코를 데려간 언니한테도 투덜댔다.
그런 나를 계속 마음에 두시던 신부님은 어느 날,
우리 부모님께 연락을 하셨다.
고양이 입양해오려 하는데 우리 집도 생각 있냐는 내용이었다.
매일을 시무룩하게 지내던 나를 지켜보던 부모님은 바로 수락하셨고, 여섯 마리의 사진을 보내주셨다.
집에서 키우던 두 고양이가 연을 맺어서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는데, 혼자 다 키우지 못할 테니 입양을 원하는 분을 찾아달라고 한 집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리고 그 여섯 마리 중에 유독 우리 눈에 들어온 고양이는 지금 우리 집에서 아주 팔자 좋게 누워서 주무시는 주인님이 되셨다.
photograph by wnn
글을 쓰며 문득 그때가 떠올라 같이 앉아있던 엄마께 물어봤다.
만약 미소가 계속 우리 옆에 있었다면 루피가 우리 집에 왔을 것 같냐고.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처럼 고양이도 연이 다 있더라,라는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말도 덧붙였다.
미소가 너무 슬퍼하는 나를 위해 하룻밤이지만 따듯하게 안아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내게 새 가족을 보내준 것처럼 루피가 만약 고양이 별로 가더라도 또 다른 연이 찾아오지 않을까.
루피의 선물로.
물론 그러려면 한참 멀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