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소식 하나를 전해 들었다.
성당의 걔가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4수 만에 합격해서 성당에 떡을 돌리며 자랑을 했다는 소식.
여기까지만 들으면 별 생각이 안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걔가 가고 싶었던 대학교가 나도 가고 싶었던 대학이었다면 어떨까.
캐나다에서 짧은 유학을 하다가 급하게 돌아왔던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느꼈다.
물론 그럼에도 꾸역꾸역 대학교를 갔다.
당연히 그때의 나는 무언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치료를 받고 나서
다시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려던 학과와 비슷한 곳이라면 아무 데나 지원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동안 프로파일러라는 꿈을 꿔왔고, 그건 모두 유학을 가서 공부한다는 전제에서 생각했던 꿈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자퇴한 나는 한국의 입학 시스템에 맞춰 준비해 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수능을 보기에는 당장 눈에 글씨 하나 안 들어와서 읽지도 못했기에
그저 검정고시 성적으로만 가기로 했다.
그렇게 고를 수 있는 좁은 선택지 폭에서 그나마 골라 간 것이 경찰행정학과였다.
하지만 작년에 1년이라는 시간을 휴학하면서 여러 생각에 빠졌다.
난 정말로 프로파일러가 하고 싶을까.
그럼 다른 건 뭐가 하고 싶지.
검사? 그냥 범죄심리학자? 경찰? 변호사?
왜?
그에 대한 대답은 생각보다 금세 알 수 있었다.
복수심이었다.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복수심이라는 감정도 옅어지면서 나는 2024년부터 시작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진로 고민에 빠졌다.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복수심에 골랐던 직업이 아니라 정말 원하는 꿈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편입도 고민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 정말 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공부도 했다.
Photograph by Luie
그때 내가 하고 싶다고 꼽은 것이 다름 아닌 영화영상학과와 문예창작학과였다.
지금도 여기,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면서 고민했던 학교 중에 걔가 이번에 가게 된 학교도 있었다.
그 탓인지, 아니면 그냥 걔가 좋은 학교를 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말해주던 사람이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기에 난 괜히 웃어버렸다.
"괜찮아요, 걔가 거기에 쓴 시간 동안 전 더 많은 걸 이루었으니까."라고 말하면서.
물론 진심이 아니었다.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걔가 재수를 하는 동안 더 많은 것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글을 쓰는 걸로 알바를 하고 있기도 하고, 진로 고민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아가고,
여행도 다니고, 어떤 표현을 해도 부족할 만큼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만나고.
그런데 어쩐지 어젯밤, 남자친구와 전화하면서 펑펑 울어버렸다.
사실은 안 괜찮았는데, 괜찮은 척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른 척했다.
난 아직도 사람이 많은 곳에는 홀로 못 나가는데.
집에 있다가도 문득문득 공황이 찾아와 날 괴롭히는데.
끔찍한 우울감이 불쑥 찾아와 날 벼랑 끝까지 내모는데.
하느님도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쯤 되면 나한테 미안해서라도 적어도 내 악몽 속에 얽힌 이들은 편하게 해 주시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난 인간이라서, 아주 못난 인간이라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몇 주 간 우울이라는 구렁텅이 속에 빠져있던 나는 여전히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며칠 전에 그 소식을 전해 듣기 전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어째 지금은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들어서인가, 복학을 앞두고 싱숭생숭해져서인가.
우리 집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끌어안고,
남자친구에게 칭얼거려 봐도 점점 더 잠식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홀로 빠져나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그게 날 알고 있는 모두가 내게 바라는 것일 테니까.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싫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