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로운 하루_09

겨울이 온다.

by 이랑


어쩐지 어젯밤 11월 들어서면서부터 꺼내둔 두꺼운 겨울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당기고 양말까지 신었는데도, 새벽에 아무래도 이상해 방방마다 창문이 열린건 아닌지 다 확인했는데도 한기가 가시질 않더니 아침 기온이 0도 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다. 일어나자마자 버릇처럼 환기하려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가 코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와 뇌를 탁 때리는 느낌에 깜짝 놀라 허겁지겁 닫아버렸다. 이건 겨울이다. 어느새 찬 공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는지 양말 속 발가락이 끝에 시려온다.


큰 아이는 지각이다를 아무리 외쳐도 춥다면서 이불을 돌돌말고 일어나질 못하더니 막상 날이 추우니 옷 두껍게 입으라는 말에 최애 아이템인 핫팩을 꼭 쥐고 기분 좋게 등교했다. 한 겨울에도 새벽에 몰래 이불만 덮어주면 짜증내며 깨버리고 옷이 조금만 두꺼워져도 덥고 답답하다고 칭얼대던 둘째 아이도 너무 오랜만의 추위에 놀라긴 놀랐는지 현관문을 나서며 패딩에 붙은 모자까지 씌워줬는데도 별 말이 없었다. 종이접기 해놓은 것도 가방에 넣으면 구겨지니 손에 들고 가야되고 중간중간 예쁜 낙엽도 골라 주워야 하는데 양 손을 번갈아가며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난리다. 손이 시렵단다.


여름이 끝나기도 전부터 이번 겨울은 여름 못지 않게 아주 길고 그 어느 해보다 추울거라는 말이 워낙에 많아서 날이 느닷없이 시원해지기 시작하면서는 늘 겨울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가을이 오긴 오는거 같은데 겨울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만 하고는 느낄 새도 없이 금방 지나가버릴 것 같아 벌써 아쉬웠다. 그래서 평일이고 주말이고 날이 좋으면 감기 걸릴 각오하고 아이들을 무조건 밖에서 몇 시간씩 뛰어놀도록 했다. 콧물 흘려가면서 뛰어다니기도 했고, 도시보다 더 추운 산속 휴양림으로 들어가 야외에서 고기 구워먹고 아침 산책도 했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 중 모양이 온전한 걸 고르며 바삭해진 낙엽으로 가득 찬 땅 위에서 뛰고 뒹굴어보기도 했다. 다행히 기대한 것 보다 가을 전선은 겨울에 맞서 오래 버텨주었다. 이 정도면 가을다운 날씨는 충분히 즐겼다. 이제 진짜 겨울을 맞이해야 할 시기인가보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와 방마다 돌아다니며 창문을 활짝 연다. 어제까지는 반팔에 외투만 걸쳐도 충분했는데, 이제 집안에서도 양말을 벗을 수가 없다.

매년 계절이 더 심하게 요동치는게 느껴진다. 앞으로 각 계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작가의 이전글예사로운 하루_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