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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 Mar 13. 2024

밥 이야기 네 번째

봄이 되면 봄에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마트나 시장에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봄동, 냉이, 달래, 쭈꾸미, 두릅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달래인데, 달래 한단을 카트에 담았습니다. 달래 하면 달래 된장국, 달래 무침, 달래 전, 달래장 등을 만들 수 있는데, 무엇을 만들까 고민합니다. 아무래도 달래는 고유한 향과 매콤한 맛이 있다 보니 아이와 같이 먹기에는 알맞은 재료는 아니네요. 어른들이 먹으면 좋을만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매콤 달콤한 달래장과 콩나물밥. 콩나물밥은 아이도 좋아하니까 어른, 아이 모두에게 근사한 한 끼를 제공해 줍니다.


우선 콩나물밥을 만듭니다. 밥을 하는 기구로는 압력밥솥도 있고, 냄비도 있고, 전기밥솥도 있는데 다양한 밥솥에서 콩나물 밥을 해보니 밥솥 종류에 따라 식감과 맛이 조금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는 콩나물밥은 냄비로 지은 밥이지만, 전기밥솥도 나름 괞찮더라고요. 전기밥솥으로 콩나물 밥을 할 때 콩나물을 미리 삶아서 밥이 다 된 다음 섞기도 하던데, 저는 그냥 넣습니다. 큰 차이를 못 느꼈거든요. 콩나물밥 만드는 건 정말 쉽습니다. 그럼 한번 만들어볼까요?

우선 밥은 평소와 같은 양을 준비합니다. 쌀을 씻고, 정량의 물을 넣습니다. (물은 일반물도 좋고, 표고버섯 씻은 물 또는 말린 표고를 물에 불렸던 물을 사용합니다.) 표고버섯과 기호에 따라 당근을 채 썰어 넣어줍니다. 당근이란 식재료는 달큼한 맛이 있어서 김밥 할 때 많이 넣는데 콩나물밥에도 참 잘 어울립니다. 색감도 좋고,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팍팍 넣어줍니다. 그런 다음 콩나물을 한 봉지 씻어서 밥솥에 넣습니다. 아마 이렇게 넣으면 콩나물 숨이 죽지 않아 밥솥 가득 담길 텐데 괜찮습니다. 밥이 다 되면 콩나물 숨이 죽어서 양이 확 주니까요. 일반 백미로 밥을 짓습니다. 취사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잠시 후 고소한 향이 온 집안으로 퍼져갑니다. 이제 달래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식에서 무슨 장, 무슨 장이라고 하면 들어가는 공통 재료가 있습니다. 그 재료만 숙지하면 웬만한 장은 다 만들 수 있더라고요.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은 달래장 얘기만 해보겠습니다. 달래는 10분 정도 물에 담가 놓습니다. 그러면 흙과 불순물이 떨어지는데 알뿌리(흰 대가리)에 검은 점처럼 붙은 부분은 손톱으로 긁어내고 껍질을 벗깁니다.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내면 달래 준비 완성입니다. 달래는 총총 썰어서 준비합니다. 총총 써는 기준이 뭐냐? 대충 새끼손톱 반 정도로 썰어주는 겁니다. 달래장 먹었을 때를 생각해서 크기를 정하면 되는데 중요한 건 아니에요. 달래장은 달래장을 만들기보다 물로 씻어 손질하는 게 더 번거롭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먹을 수 있는 재료는 아니기에 시간을 할애해 봅니다.

달래를 썰고 나면, 볼에 넣고 다음 재료를 넣습니다. 간장, 고춧가루, 식초, 다진 마늘, 참치액, 참기름, 참깨, 올리고당이나 꿀. 기호에 따라 양은 조절하면 됩니다. 저희는 심심하고 약간 매콤한 걸 좋아해서 고춧가루는 더 넣고, 간장 대신 참치액을 더 넣습니다. 이렇게 넣으면 퍽퍽할 수 있는데 고민하지 마세요. 물을 넣으면 됩니다. 그런 다음 청양고추나 냉동에 있는 땡고추를 조금 넣으면 향긋하고 매콤하고 달큼하고 고소하면서 짭조름한 달래장이 완성됩니다.


밥은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변합니다. 콩나물을 넣기면 콩나물 밥, 무를 넣으면 무밥, 굴을 넣으면 굴밥이 됩니다. 버섯, 소고기, 쪽파 등을 넣어서 특별한 밥을 짓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만든 콩나물밥은 아이도, 아내도 잘 먹습니다. 소고기와 곁들인 콩나물밥을 먹은 아이는 연신 따봉을 날리고, 달래장을 넣어 슥슥 비벼 콩나물 밥을 먹는 아내는 연신 맛있다고 합니다. 저도 먹어보니 꽤 그럴싸하네요. 계절이 주는 식재료로 밥을 해 먹으면 몸에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저녁도 콩나물밥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대신 콩나물과 색다른 재료를 넣어볼까 합니다. 콩나물에 해물을 넣으면 맛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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