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빨래하기 좋은 날
"누추해진 빨래들에는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까지 누추하지 않다
- 작가 미상"
빨래를 일주일에 몇 번 하는 것이 정답일지 생각해 본 적 있습니다. 매일 빠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세탁물이 세탁기 절반쯤 와야 하는 것인지, 세탁기 삼분의 이쯤 차야 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 누구도 언제 빨래하라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저 감으로, 대충 이때쯤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빨래를 할 뿐입니다. 빨래 널 공간이 없을 정도로 양이 많은 날도 있고, 체 절반도 못 채울 정도로 빨랫감이 적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빨래를 해야 하는 날에 관한 정답은 무의미합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매일 빨래를 해야만 했습니다. 많은 양의 수건과 내복, 외출복 등 다양한 옷가지들은 하루만 그냥 둬도 누렇게 색이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침을 흘리고, 젖을 흘리고, 땀에, 새어 나온 용변에 옷감들은 어느새 빨랫감이 되어 세탁기로 들어갔습니다. 늘 돌아가는 세탁기는 위잉-위잉-달달달 소리를 내는 백색소음이 됐고 아이에게는 안정제 역할을 했습니다. 매일 빨래하고 널고 개고 정리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필요한 작업이며, 누군가의 희생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빳빳하고 보슬보슬한 옷을 아이에게 입힐 수 있습니다. 향긋한 섬유유연제와 아가 냄새도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빨랫감이 늘어날지언정 이물질이 하나라도 묻으면 바로 세탁기 행입니다. 편의는 없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크고 나서는 빨랫감을 모았다가 세탁을 합니다. 일주일에 두어 번, 많을 때는 세 번 정도 빨래를 하는데, 세 식구 빨래를 소화하기에 충분한 주기입니다. 우리 집 빨래 기준이 생긴 것입니다.
빨래는 빨랫감 모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빨아야 할 옷감을 세탁기나 빨래함에 넣습니다. 빨랫감이 어느 정도 차면 세탁기 돌리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고민이 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바로 빨랫감 분류입니다. 밝은 옷은 밝은 옷끼리, 어두운 옷은 어두운 옷끼리, 속옷은 따로, 양말도 따로. 다 따로따로 빨래를 할 것인지 한꺼번에 할 거인지, 아니면 그룹핑해서 빨아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한번 빨래하는데 세탁기를 여러 번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선택해야 합니다. 건조기와 세탁기를 타워형으로 쓴다면 세탁기를 돌리면서 건조기를 돌려 동시에 세탁하는 편리한 방법도 있겠지만, 통돌이를 사용하고 건조기는 방에 있는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번거로워서 그렇게 하질 못합니다. 이것저것 시도해 봐야 요령이 생깁니다.
'옷감이 번질 것 같은 흰색류는 별도로 손세탁합니다. 울샴푸로 빨아야 하는 옷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옷은 가끔 끓는 물에 소독합니다. 양말도 그렇습니다. 매번 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한꺼번에 세탁합니다. 다만, 세탁이 끝나면 헹굼을 3번 이상 해서 충분히 헹궈지도록 합니다.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바싹 말립니다. 바사삭 먼지가 날 때까지 말립니다.' 우리 집 빨래하는 기준입니다.
다음 고민할 부분은 세재입니다. 세재는 가루와 액체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가루 세제는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양이 많고 저렴해서 한번 사놓으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춥지 않은 날에 가루 세제를 사용하면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적은 양의 세재로도 많은 빨래를 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날이 좀 춥거나 겨울철 같은 경우 가루 세제가 일부 녹지 않아 빨래 안감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빨래를 다 하고 널 때 남아 있는 세재를 보면 세재가 남아 있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세탁기를 다시 돌려야 합니다. 액체 세제는 물에 바로 용해되기 때문에 찌꺼기가 남지 않습니다. 다만 가루보다 조금 더 비싼 것이 단점입니다. 세정력이야 가루나 액체나 비슷합니다. 찌든 때가 있는 경우 세탁비누로 초벌 빨래를 하고 빠는 것이 낫습니다. 가격이나 양을 감안해서 세재를 선택하면 됩니다. 드럼세탁기는 드럼세탁기 전용 세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빨래는 보통 표준코스로 진행합니다. 뺄래 양에 따라 세탁기는 스스로 돌아가며 세탁시간을 정합니다. 빨래가 많은 경우 당연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물도 많이 사용합니다. 빨래가 적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물과 시간이 단축됩니다. 표준 코스로 빨래를 돌리면 세탁-헹굼-탈수의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보통 세 번 반복하면 세탁이 끝입니다.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그다음은 헹굼을 더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취향 문제입니다. 우리 집은 가루 세제로 세탁하기 때문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헹굼을 선택합니다. 그래야 세재가 말끔히 녹고 세탁이 완벽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각자 성향과 상황에 맞게 진행하면 됩니다. 특별한 코스보다 표준코스에 추가 헹굼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역시 취향입니다.
마지막 빨래 코스로 남은 것이 섬유유연제입니다. 우리 집은 섬유유연제를 필수로 습니다. 섬유유연제 사용 후 만져지든 부드러운 옷감의 촉감과 향긋한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헹굼 코스를 누르고 물은 최소로 선택합니다. 섬유유연제를 붓고 헹궈지면 빨래 끝입니다. 섬유유연제 주 성분은 린스입니다. 머리 감을 때 쓰는 그 린스랑 정확히 똑같다고 합니다. 혹시 섬유유연제가 없고, 집에 안 쓰는 린스가 있다면 적은 양을 사용해 보세요. 섬유유연제와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빨래를 넙니다. 빨래가 많거나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베란다에 빨래를 말립니다. 아이옷은 매일 갈아입히기 때문에 양이 많아 세워놓을 수 있는 접이식 건조대도 같이 사용합니다. 세탁 완료된 빨래는 햇볕에 바싹 마르도록 계속 널어둡니다. 만지면 바스락 할 때까지 건조합니다. 닿는 순간 느껴집니다. 완전히 말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후 건조기에서 먼지를 텁니다. 빨래를 말리고 정리할 때 보면 먼지가 한가득입니다. 건조기로 먼지만 털면 빨랫감 손상도 적고 먼지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빨래 루틴이 만들어졌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는 그의 책에서 "인생은 B와 D사이에 있는 C이다."라는 말했다. 인생이란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이라는 것이다.
빨래 하나를 해도 선택의 연속입니다. 빨래를 언제 할 것인가, 빨래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 빨래를 구별해서 세탁할 것인가 한꺼번에 할 것인가, 세재는 가루인가 액체인가, 빨래가 끝나면 헹굼을 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섬유유연제를 넣을까 말까, 건조기를 바로 돌리나 아니면 먼지만 털까, 건조기 시트를 사용할까 말까.
빨래를 하며 인생을 느낍니다.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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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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