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내가 미역국이 싫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출산 후 거의 한 달 이상 계속 먹었던 미역국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미역국에 들어가는 재료야 미역을 중심으로 소고기, 홍합, 참치, 바지락, 황태, 가자미 등이 있으나 보통은 소고기로 미역국을 만들었기에 질릴 만도 합니다. 고소한 미역이 어느 날 물컹한 느낌이 들고, 소고기가 질기다고 느낀 순간일 겁니다. '아, 이제 그만 먹고 싶다. 물린다.' 몸에 좋다고 미역국만 먹었으니까요. 이해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 생일입니다. 생일날 미역국이 빠지면 안 되죠. 벌써 여섯 번째 생일상을 해주고 있네요. 오늘은 생일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미역국 핵심 재료는 누가 뭐래도 미역입니다. 미역도 종류에 따라 맛 차이가 꽤 납니다. 미역의 종류는 남방산, 북방산, 돌미역으로 나뉩니다. 남방산 미역은 흔히 '완도 미역'이라고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라남도 지역에서 서식하는 미역을 말합니다. 잎이 얇고 부드러워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동쪽 해안과 남해에 서식하는 미역은 북방산 미역이라고 하는데 '기장 미역'으로 불립니다.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미역입니다. '돌미역'은 돌에 붙은 미역을 직접 채집한 미역으로 양식이 아닌 자연산 미역입니다. 색이 진하고 꼬들꼬들하며 자연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미역입니다. 흔히 자연산이라고 판매되는 것이 이 제품입니다.
<남방산 미역, 북방산 미역, 돌미역 출처 : https://m.blog.naver.com/sempiostory/221799952209>
미역은 사실 어느 미역이나 상관없이 맛있습니다. 이제 미역국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미역은 물에 충분히 담가서 미역을 불려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바싹 마른미역을 바로 조리하고 먹기는 어렵습니다. 미역을 불리지 않고 조리하게 되면 미역이 익지도 않을뿐더러 간도 잘 베지 않아서 맛이 없습니다. 꼭 불려줘야 합니다. 처음 미역국을 하게 되면 미역의 양을 조절하는데 애를 먹게 됩니다. 우리가 먹었던 양을 생각해서 마른미역을 많이 불리면 미역만 있는 국을 드실 수밖에 없습니다. 수분을 머금은 미역은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취향에 맞게 마른미역의 양을 조절하시되 너무 많이 넣지 않기를 권합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두 끼 정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양은 미역을 잡았을 때 백 원짜리 동전과 오백 원짜리 동전 사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다음 준비할 것은 부재료입니다. 어떤 미역국을 만드느냐에 따라 재료를 준비하면 됩니다. 부재료라고는 하지만 미역국 보다 먼저 읽히는 것으로 보면 주재료 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소고기를 준비했습니다. 소고기는 어떤 부위도 좋은데 오늘은 한우 양지로 준비했습니다. 준비한 양지는 키친타월로 핏기를 제거하거나, 물에 담가둬서 핏물을 뺍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만들 수 있겠지만 핏물을 제거하지 않고 만들면 국 색깔이 탁하거나 자칫 비릿한 냄새가 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핏물을 빼고 사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핏물을 뺀 소고기를 잘라줍니다. 장조림 크기? 그거 보다 좀 작게? 우리가 익히 먹었던 소고기 미역국에 들어있는 소고기 크기만큼 잘라줍니다. 고기는 많을수록 고소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니 넉넉하게 준비합니다. 주재료, 부재료 준비는 이게 답니다. 이 둘이 양념과 어우러져 맛있는 미역국으로 재탄생할 겁니다. 기타 재료입니다. 참기름, 간 마늘, 참치액젓, 소금 또는 국간장. 기호에 따라 양파 정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육수를 별도로 준비하거나 사골 육수, 쌀뜨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역시 이 부분도 기호에 따라 넣을지 말지 결정하면 됩니다. 준비가 다 되었으면 조리를 시작해 볼까요?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고기를 넣습니다. 단, 불은 중불입니다. 강불 아닙니다. 참기름을 센 불에 조리하면 벤조피렌 성분이 나올 수 있으므로 중불로 고기를 약간만 익힌다고 생각하고 볶아 줍니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으면 이제 불려둔 미역을 넣습니다. 미역과 소고기는 충분히 볶아줘야 맛있습니다. 타지 않게 잘 저어주되 탈 것 같으면 물이나 육수를 조금씩 넣어주면 됩니다. 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미역과 소고기가 중불에 어우러져 서로 맞닿을 때 미역과 소고기는 부드러워지면서 깊은 풍미를 발산합니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물이나 육수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푹 끓여주세요.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러다 무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혀줍니다. 그래야 맛있습니다. 중간중간 떠있는 고기 기름은 걷어 줍니다. 깔끔한 미역국을 위해서입니다. 불조절은 처음에는 강불로 끓이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중 약불로 바꾸면 됩니다. 간은 나중에 보면 됩니다. 저는 참치액젓하고 간 마늘만 넣습니다. 뜨거운 국물을 간 할 때는 약간 심심하게 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뜨거울 때는 모르지만 국이 식으면 짠내가 확 올라옵니다. 국은 약간 심심하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래서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고 참치액으로만 간을 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푹 끓이면 맛있는 소고기 미역국이 완성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주재료와 부재료, 기타 도움 주는 재료가 어우러져 맛있는 미역국이 완성됩니다. 그럴듯한 생일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미역국만으로 생일상을 차리는 것은 아쉽습니다. 봄철 맛있는 쭈꾸미도 준비하고 매콤 달콤하게 볶아줍니다. 쭈꾸미를 사고 양념을 해서 볶아줄 수도 있지만, 이번엔 양념된 냉장 쭈꾸미를 샀습니다. 삼겹살 조금 넣어 볶은 후 파, 양파, 당근을 넣어 볶아주고 고기가 다 익은 것을 확인하고 쭈꾸미를 넣어 볶습니다. 쭈꾸니는 익힌 후 바로 먹어야 꼬들꼬들한 식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조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운 쭈꾸미는 아들은 못 먹기에 불고기는 별도로 만듭니다. 아내는 매운 쭈꾸미, 아들은 소불고기. 집에 있는 채소와 곁들이니 그럴듯한 생일상이 만들어집니다.
미역국을 부를 때 미역은 한없이 겸손합니다. 본인이 주인공인데도 소고기가 먼저 불리고, 홍합이 먼저 불리고 황태가 먼저 불려진 다음 미역국이 불려집니다. 미역국을 만들며 겸손을 배웁니다. 오늘은 생일밥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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