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을 둘러싼 미스터리 로맨스
<마늘밭의 파수꾼>은 미스터리 작가 유민이 아버지의 고향에 있는 주말주택으로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집 앞 텃밭을 가꾸며 글의 영감을 얻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시골 생활을 시작한 첫날, 호미질 몇 번 만에 돈가방을 발견하는 사건에 휘말린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던져진 비밀스러운 물건은 독자를 단숨에 긴장감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어 등장하는 연쇄살인마 장수혁, 그리고 유민의 연인이자 톱스타인 이한까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빠르게 꼬여 들어간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읽히는 속도’다. 챕터가 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지만, 긴장감 있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쉽게 멈추지 못하도록 만든다. 흔히 ‘페이지 터너’라 부르는, 읽는 내내 속도를 늦출 수 없는 힘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아쉬움도 커진다. 유민의 선택과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고, 이한과의 엔딩은 지나치게 끼워 맞춘 듯 어색하다. 작품이 던지려 했던 메시지―영원한 선도, 영원한 악도 없는 인간의 복잡한 본성―은 흥미롭지만, 서사의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아 주제가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완벽해 보이던 커플이 숨겨진 진실 앞에서 균열을 맞이하고, 그 틈을 억지로 메우려는 모습이 어딘가 떨떠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되는 이유는 인물들이 지닌 ‘현실성’ 덕분이다. 유민은 순수한 주인공이라기보다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인물이고, 이한 역시 상처와 분노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완전히 선하거나 완전히 악한 캐릭터가 아닌, 불완전한 인물들이 중심에 놓이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단면을 비추는 듯하다. 다소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읽는 내내 ‘결국 세상을 유지하게 하는 건 여전히 양심적인 사람들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악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을 견뎌내는 힘은 선을 향한 의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다만 그 의도가 조금 더 치밀하게 담겼다면 훨씬 강렬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비록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지만, 흥미롭게 읽히는 힘만큼은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 어쩌면, 이게 바로 이 소설의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