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기쁨> 책리뷰
'주식투자의 기쁨'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니. 요즘 나의 유일한 재미가 바로 주식투자였는데,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물론 나름 꽤 많이 물려 있다. 내가 주식투자를 잘해서 기뻐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도 파란 숫자를 볼 때면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매일 아침 시장이 열리길 기다린다. 기쁨과 스트레스를 저울질해 보면, 신기하게도 기쁨 쪽으로 기운다.
그래, 주식투자는 나에게 재미다. 그렇게 생각하던 즈음, '주식투자의 기쁨'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군침이 돌았다.
일본의 89세 할아버지, 시게루.
그는 여전히 데이트레이딩을 한다.
햇수로 따지면 거의 70년을 주식시장에서 살아온 분이다. 워런 버핏을 제외하고는 지구상에서 손에 꼽힐 경력이 아닐까.
놀라운 건 나이가 아니었다. 89세의 나이에도 새벽 2시에 일어나 미국 시황을 확인하고, 오전장과 오후장을 모두 지킨다. 그 사이사이 틈틈이 산책도 하며 여유도 잃지 않는다.
만약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게루 할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거래를 기록으로 남긴다.
일지를 쓰면서 반성하고, 복기하고, 계획을 수정한다.
이러니 안 될 턱이 있을까.
블랙먼데이, 닷컴버블 붕괴, 금융위기, 코로나19.
반복되는 급락장 속에서도 그는 꿋꿋이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위대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위대하다."
이 말이 떠올랐다.
별생각 없던 유년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 반려동물 매장에서 일하던 청년.
그가 주식맨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마작장을 운영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전업투자자가 되었다.
하지만 버블 붕괴로 80억 원을 잃었다.
66세, 그는 인터넷 주식거래를 시작했다.
시게루 할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면 '유연함'이 보인다. 놀라운 적응력. 66세에 인터넷 주식거래를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이었을까. 더군다나 그의 매매 패턴은 장기 보유가 아닌 데이트레이딩이다.
순간적으로 집중해도 힘든 일을, 몇십 년 동안 해내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시게루 할아버지는 1:2:6의 법칙을 지킨다.
기본적으로 차트 분석으로 시작하여 종목을 분석하는 스타일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
게다가 180억을 운영하는데, 20억 정도는 항상 물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의 펀더멘탈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들고 있는다고 한다.
이 책은 여느 주식 책과 다르다.
기술적 분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책도 아니고, 주식 마인드를 강조하는 책도 아니다.
때로는 시게루 할아버지의 자서전 같기도 하다. 70년 동안 주식시장에 있던 선배의 겸허한 기록이자, 투자의 본질이다.
'주식투자의 기쁨'에서 나는 주식을 하는 자세에 대해 배웠다.
89세의 나이에도 매일 시장을 열정적으로 마주하는 모습.
80억을 잃고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
매 거래를 기록하고 반성하는 성실함.
66세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유연함.
이 모든 것이 '기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주식투자는 숫자 게임이 아니다.
돈을 버는 기술만도 아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이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며,
무엇보다 기쁨이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시장이 열리길 기다린다.
조금 덜 불안하고,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89세 할아버지처럼, 나도 오래오래 이 기쁨을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