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합격 후기
어쩌다 보니, 둘째가 청심국제중학교에 합격했다.
18대 1의 추첨을 통과해야 하는 1차 전형. 그 앞에서 준비란 무의미했다. 운이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나도, 아이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원서를 낼 때조차 담임선생님께 재학증명서를 부탁드리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어차피 안 될 거야. 그렇게 운이 좋을 순 없어."
말도 안 되는 위안을 건네며 원서를 냈다. 아이도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다. 그저 경험 삼아,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덜컥, 붙었다.
처음엔 오류인 줄 알았다. 다들 떨어졌다는데... 어떻게 이게 되지? 화면을 몇 번이고 새로고침했다. 운이 오지게 좋았다.
막상 1차를 통과하고 나니, 그제야 현실감이 밀려왔다.
"아이, 왜 이렇게 운이 좋아."
합격 소식을 들은 아이의 첫마디였다.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엄마 마음이란 게 그렇다. 일단 끝까지 해보고 싶어졌다.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 그런데 말이야, 나중에 특목고나 자사고 갈 때도 이렇게 자소서 쓰고 면접 보잖아. 미리 한 번 경험해 보는 거,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아이는 결국 2차 준비를 시작했다.
1,500자의 자기소개서 앞에서 아이는 몇 시간을 끙끙댔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나는 은근슬쩍 나갔다 왔다. 몇 시간 만에 완성된 자소서를 읽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제출했다. 이것도 아이의 운명이니까.
매일 저녁, 나는 면접관이 되고 아이는 수험생이 되었다. 처음엔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중언부언,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2~3일은 여전히 헤맸다. 모범답안을 이야기해 주면, 아이는 외운 티가 팍팍 났다. 그래도 4~5일쯤 되니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뒤늦게 학교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니 면접 시간은 5분 내외, 질문은 3개 정도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자소서 확인 정도일 거라고. 긴장의 끈을 풀고 1~2개 질문만 가볍게 연습하고 마무리했다.
면접 당일, 오전조는 8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드라이브스루처럼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주고 차를 빠져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되면 좋겠다.'
욕심이 났다. 나름 특이한 중학교에 보내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솔직한 욕심.
근처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나 같은 학부모들이었다. 몇몇은 아이의 연락을 받고 먼저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차례도 곧 오겠지.
왠지 아이에게 전화가 올 것 같아 먼저 카페를 나섰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어떤 노부부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순간 아는 사람인가 싶었다. 나만의 착각.
"저희가 ○○을 가는데 여기서 가깝거든요. 택시가 안 잡혀서 그런데 혹시 태워다 주실 수 있을까요? 택시비 드릴게요."
요즘 같은 세상에 듣기 힘든 종류의 부탁인지라... 순간 나는 나와 같은 방향인가 착각을 했다.
"택시비는 괜찮고요, 태워다 드릴게요."
나도 모르게 자동반사적으로 박친절모드가 작동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청심중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하지만 뱉은 말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로 향하는 도중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방 가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노부부를 내려드린 후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갔다. 20분을 기다린 아이는 투덜댔다.
"면접장에서도 계속 기다렸는데, 끝나고도 제일 오래 기다렸어."
그 순간 내게 든 생각은 '덕'이었다.
'엄마가 덕을 쌓아서 그 덕이 너한테로 갈 거야'
순간 대가를 바라는 덕이 진짜 덕인지 의심스러웠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남이섬에 들러 산책이나 하자고 했는데, 차에 탄 아이가 시름시름했다. 이마를 짚어보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결국 남이섬은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돌아왔다. 근처 병원에 들렀더니 독감이었다.
아픈 몸으로, 내색도 하지 않고 면접을 본 아이가 대견했다. 아니, 어쩌면 아이는 자신이 그렇게 아픈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무던하게, 해야 할 일을 해냈을 뿐.
이게 뭐라고.
발표가 나기까지 며칠을, 나는 계속 생각했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회사에 있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랐다.
원태연의 시처럼.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그런 느낌이었다.
운이었을까. 덕이었을까. 결국 우리 아이는 합격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