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곰희 부자 연금수업>을 읽고
매년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꺼내 드는 책이 있다. 바로 '연금' 관련 서적. 어느덧 몇 년째, 습관처럼 책장을 넘기며 "올해는 진짜 부자가 되겠어!"라고 다짐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연금 계좌는 마치 박제가 된 듯 늘 제자리걸음이다.
이번에는 좀 다를까? 10만 부 스페셜 에디션으로 돌아온 연금계의 바이블, <박곰희 부자 연금수업>을 꺼내 들었다. 사실 이미 연금 계좌를 굴리고 있는 분들이라면 내용은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거대한 태평양을 건너기 위해서 책을 들어 보았다. 이번에는 내 '손가락'이 직접 움직이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금이 왜 필요한 지부터 어떻게 넣고, 굴리고, 꺼내 쓰는지까지 한 권으로 쭉 연결해 준다는 점이다. 특히 좋았던 건, 운용 방법을 괜히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 복잡한 공식, 현란한 차트 대신
“이 정도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아직은 먼 미래 같지만, 수령에 대한 개념을 미리 탑재해 준다. 나중에 “왜 연금은 일시금으로 못 받아요…?”하면서 억울해하지 않게 말이다.
우리는 이제 25년 벌어서 25년 이상을 버텨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장 분위기 봐가며 "지금 들어갈까?" 간 보는 투자는 결국 '깡통'의 지름길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명쾌하다. 시장의 파도와 상관없이 묵묵히 나아가는 장기 투자.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노벨 재단이 120년 동안 지켜온 비법, '4% 룰'.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노후에 돈을 뽑아 쓰려면 이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노후에 약 3~5억 원 정도의 자산이 있다면, 연 6% 수익률 가정 시 매달 150~250만 원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연금에도 3층 구조가 있다는 건 다들 알 거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더 씁쓸하다.
1층 국민연금: 국가가 주는 최소한의 안전벨트. (하지만 늘 불안하다.)
2층 퇴직연금: 이직 좀 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야금야금 찾아 써버린 탓에 이미 기둥이 부실하다는 걸.
3층 개인연금: 결국 내가 직접 쌓아 올려야 하는 마지막 보루.
결국 이직이 잦은 우리 세대에게 2층은 없는 셈 치고, 1층과 3층에 올인해야 한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다. 믿을 건 나 자신과 내 개인연금 계좌뿐이라는 소리다.
막연하게 '다다익선'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없으면 금방 지친다. 박곰희 작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3~5억 원이다. 억 소리 나니까 멀게 느껴진다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의외로 현실적인 희망이 보인다.
3억 원을 모아 6% 수익률로 굴리면? → 연 1,800만 원
5억 원을 모아 6% 수익률로 굴리면? → 연 3,000만 원
이 정도면 노후에 최소한의 품위는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숫자다. 시장이 흔들려도 장기 투자의 끈만 놓지 않으면 된다.
돈을 모으기로 했다면 통장 4개부터 세팅하자. ISA는 중기 목돈용이니까, 내 월 불입액에 따라 이 순서대로 채워가면 된다.
연금저축 (세액공제용): 일단 세금 환급부터 챙기고.
ISA: 세제 혜택 받으며 목돈 불리기.
IRP: 그다음은 여기.
연금저축 (세액공제 X): 한도 초과분까지 꽉꽉.
가장 위로가 되었던 건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주식과 채권의 6:4 황금비율부터 올웨더 포트폴리오까지, 친절한 ETF 예시와 함께 알려줘서 어렵지 않다. 핵심은 리밸런싱을 1년에 한 번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 매일 차트를 보며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아묻따' 내버려 두는 인내심이 가장 큰 수익률을 가져다준다는 사실! 게으른 투자자인 저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리가 있을까?
이미 다 아는 내용일지라도 책을 다시 읽는 이유는 명확하다. 놓치고 있던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느슨해진 투자 마인드를 다시 팽팽하게 조일 수 있으니까. 이제는 내 계좌를 점검해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