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인 버스가 제일 친절했다

by moonconmong

아침에 눈을 뜨니 버스 파업이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휴대폰에 떠있었다.

그래도 설마 버스가 없을까 싶었다.

그런데 집에서 출발하면서 카카오맵을 켜니 진짜 버스가 없었다.

버스가 통째로 사라졌다. '00분 후 예정'이라고만 표시가 되어 있다.

오는 건지, 마는 건지.


그래서 집을 나와 큰길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카카오 T를 호출하는 데,

의외로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있네?

순간적으로 택시 호출을 취소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는 오늘 무임승차란다.

세상에, 파업 중인 버스가 제일 친절하다.

버스 안은 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사람들이 다들 “버스는 없겠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다. 몇 정거장을 간 후, 3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걸어갔다.

어쩌다 보니 평소 환승통로와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지만, 그 길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지하철을 한참 기다려 탄다.

이번엔 사람이 가득하다.

아, 그래서 아까 버스가 비어 있었구나.

모두가 지하철을 택한 것이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세 정거장…

다섯 정거장쯤 지났을까.

막고 있던 귀 사이로 낯선 역 이름이 들린다.


…어?

아.

반대로 탔다.

부랴부랴 내린 곳은 무악재역.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건너편으로만 가면 반대편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각이다.


생각해 보면 오늘은 애초에 버스 파업이었다.

지각은 이미 예고돼 있었고,

나는 잠시 운 좋게 버스를 탔을 뿐 결국 운명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래서 타임루프 드라마들이 늘 이렇게 시작하나 보다.


피하려 해도, 돌아가려 해도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그리고 그런 일은 대개

아침 출근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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