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당근알바 사용 후기
신랑에게 말했다.
“등이 좀 이상한데, 갈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 신랑은 아주 단호했다.
“아예 안 들어올 때까지 쓰자.”
역시 전세 마인드의 교과서.
“어차피 남의 집인데 뭐 하러 돈 써.”
맞는 말이다. 논리적으로. 하지만 문제는… 내 눈이었다. 까만 부분이 계속 보였다. 요리할 때마다, 설거지할 때마다. 까만 등이 점점 더 까맣게 느껴졌다.
“나 이렇게는 못 살아.”
그래서 결국, 내가 하기로 했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뚫어지게. 아주 열심히. 등 한가운데 Bitson이라는 브랜드명이 보였다. 줄자를 꺼내 크기를 쟀다. 네이버에 검색했다. … 있다. 모델도 있다. 바로 주문했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나는 LED등 2개를 결제했다.
부엌에 등이 두 개가 나란히 달려 있으니까.
주말. 두꺼비집을 내렸다. 한낮인 데 집이 갑자기 새벽 3시가 됐다. 핸드폰 라이트를 켰다.
“그래도 죽을 순 없지.”
대신 실리콘 지옥을 봤다. 등을 떼려고 보니… 전 집주인의 깊은 걱정이 느껴졌다. 등 둘레에 실리콘이 발라져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네 귀퉁이에 못만 박아도 충분했을 텐데
“혹시 떨어질까 봐”
“혹시라도”
“만에 하나”
커터칼로 실리콘을 하나하나 뜯어냈다.
그리고 드라이버를 들고 나사를 돌리는데— 네 귀퉁이 중 두 개는 빠졌는데, 두 개는 안 빠졌다. 돌려도, 돌려도, 마치 내 인생처럼 헛돈다.
“……이거 안 되겠는데?”
이대로 구차하게 신랑을 기다릴까 하다가 요즘 유행이라는 당근 알바가 떠올랐다.
당근에 글을 올렸다.
“부엌에 달려있는 LED등 2개 교체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
등은 제가 이미 준비해 뒀어요. ○○원 드립니다.”
올리자마자 번개같이 알림이 울렸다.
1명… 2명… 5명.
“이렇게 많이?”
지원자 목록을 보는데 제일 위에 있는 분 프로필에 마스터 표시가 있었다.
수리 마스터
“오.”
괜히 신뢰가 갔다. 다른 분들에겐 없는 마크였다. 채팅을 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몇 시간 후에 갈 수 있어요.”
혹시 같은 모델 준비됐냐고 물었다.
“아, 문제없어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그렇게 당근 기술자를 기다렸다.
문을 열자 중년의 남성분이 서 있었다. 등을 보더니 한마디.
“이 등인가요?”
그리고 나와 똑같은 반응.
“와… 실리콘을 이렇게 발라놨네.”
괜히 동질감이 생겼다. 드릴을 꺼내더니 첫 번째 등은 비교적 수월하게 떼어냈다. 이미 못이 박혀 있어서 같은 자리에 박으면 헛돌아 위치를 살짝 조정했다. 천장 작업은 혼자 하기 힘들다. 순간순간 등을 잡아줘야 해서 내가 옆에서 도왔다.
“여기 좀 잡아주세요.”
“아, 네네.”
하나는 교체 완료.
불이 켜졌다.
“오…”
희망이 보였다.
문제는 두 번째였다. 기존 등을 떼어내더니 기술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등에는 안정기가 없어요.”
“…네?”
내가 새로 산 등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안정기 아닌가요?”
그는 단호했다.
“아니에요. 이건 안정기가 아닙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럼 이걸로는 교체를 못 한다고요?”
“교체는 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하면 내부에서 터질 수 있어요.
LED 수명도 확 줄고요.”
음…
이상했다. 내가 알기로는 저게 안정기인데. 자세히 보니 기존 등과 새로 산 등의 ‘그것’은 크기가 조금 다르고 내부 모양도 약간 달랐다.
‘아… 내가 잘못 샀나?’
‘이게 안정기가 아닌 건가…?’
기술자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지금은 이걸로는 안 돼요.
안정기도 구할 수 없고,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결국 수리비를 드리고 의뢰는 종료됐다. 문이 닫히고 집에는 등 하나만 새로 달린 부엌이 남았다. …찜찜했다. 너무. 그래서 나는 챗GPT에게 물어봤다.
“안정기 없으면 진짜 터져?”
→ 그럴 수 있음.
그럼 저게 안정기가 아닌 건가? 그래서 이번엔 구입처에 직접 문의했다. 기존 등과 동일 모델도 판매 중이길래
내가 산 모델과 뭐가 다른지 물었다.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소비전력은 동일하고 LED 칩 위치만 다를 뿐 완벽하게 호환 가능합니다.”
…….
아. 아아. 반만 아는 기술자였다.
그렇다고 이미 집에 간 당근아저씨를 다시 부를 수도 없고 혼자 하기엔 여전히 무서웠다. 그래서 주중에 관리사무소에서 드릴을 빌려 신랑과 함께 다시 도전했다. 알고 보니 병렬 구조라 선을 나눠줘야 했다. 이미 달아놓은 새 등도 다시 떼고 선을 나누고 다시 달고. 부엌에서 한 겨울에 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신랑이 한마디 했다.
“이거… 그냥 불 나갈 때까지 쓸걸.”
하지만 결국 불은 두 개 다 환하게 켜졌다.
당근 수리 마스터였는데… 나는 그날 LED등보다 더 밝아졌다. 공부가 됐다. 시간은 날렸지만 지식은 남았다.
당근아저씨, 저를 이렇게 공부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