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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이온 Mar 09. 2024

로마사연의 - 공화국의 수호자들

연재 전 서론

때는 위대했던 공화국의 황혼. 브루투스와 발레리우스가 왕정을 타도하고 이룩한 공화국은 혼돈에 빠져들고 있었다.


부유한 벌족들평민 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치른 뒤 들어선 술라의 독재정은 이미 끝났지만, 귀족 야심가들과 평민들 간의 갈등, 나아가 로마 본국과 속주 식민지간 분쟁은 끊이지 않았으며 공화국은 종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모름지기 난세에는 영웅이 나오는 법. 주피터는 이러한 공화국의 위기를 구원하고자 각자만의 신념을 지닌 위대한 영웅들을 지상에 탄생시키는데...


약 한세기간 이어진 공화국과 지중해 세계 전체의 난세가, 나아가 제국의 길은 이렇게 개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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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동아시아인 들은 수세기간 삼국지의 난세에 관심을 가져오며 당시 중원의 무용담을 수놓은 영웅들의 미담을 즐겁게 향유해 왔다. 그런 덕분에 동아시아에서는 삼국지, 아니 어쩌면 삼국지연의를 둘러싼 수많은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문화콘텐츠들이 만들어지며 지금까지도 유비와 조조, 손권은 수많은 모습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움켜잡고 꿈을 심어주는 영웅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어째선지 로마사는 동아시아인들이 즐겨 향유하던 삼국지와 비슷한 난세임과 동시에 유비, 조조, 손권 못지않은 절세의 영웅들이 등장하던 난세였음에도 동아시아인들에게 낯설기만 한 분야인 것 같다. 이는 아무래도 동아시아와 서양 문화권 간 역사적 뿌리의 근본과 문화적 거리감 때문에 빚어진 바가 큰 듯하다. 다들 카이사르나 키케로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테지만, 이들의 캐릭터를 유비나 조조 간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처럼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하는게 현실 아닌가.


하지만 나는 동시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로마사를 둘러싼 연의를 재미있게 만들어낸 소설가, 즉 나관중 같은 소설가가 없었기 때문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나관중은 물론 소설로서 삼국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인물이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나관중의 진정한 업적은 역사적 영웅들과 시대를 둘러싼 민간의 설화들과 재미있는 전설들을 역사적 사건들과 위화감 없이, 또한 재미있게 결합시켜 동아시아인들에게 둘 없는 문화적 자산을 집대성한 것 같다.


이에 나도 로마사, 특히 약 500년간 이어져온 로마 공화국이 "마리우스와 술라의 시대"라는 가장 끔찍했던 혼란을 거쳐 "1차 삼두정치"와 "2차 삼두정치"의 난세를 봉합하고 지중해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했고 행복했던 시대인 "팍스 로마나"시대를 열어젖히는 구도를 그려보면 어떨가 싶었다.


또한 나는 당대 로마의 역사가 삼국지연의보다 구조적으로 더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 보이는 점도 짚고 싶다. 삼국지는 난세를 빛낸 유비의 촉한, 조조의 위, 손 씨 일가의 동오 그 누구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했으며 사마의의 사마씨가 진을 건국하는 것으로 맥없이 끝나고 만다. 그런데 심지어 진 역시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 남북국시대로 다시 한번 분열되어버리니 찬란했던 삼국지 영웅들의 이야기는 김 빠지는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로는 몇몇 재담꾼들이 삼국지는 제갈공명이 죽으면 끝난 거라는 평을 남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로마사는 기승전결이 좀 더 완성도가 있다. 찬란했던 공화국이 명문 귀족들과 평민들 간 분쟁으로 난세에 빠지며 내전까지 치르게 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공화국을 구원할 수 있는 책략과 비전을 가진 영웅들이 나타나 로마 공화국의 내분과 지중해 세계의 전쟁을 하나 둘 정리해 나간다. 그렇게 한 세기 간 이어진 끔찍한 정치적 혼란과 난세, 전쟁은 모든 민중과 영웅들의 피와 눈물과 땀을 먹으며 제국의 씨앗을 뿌려나가고 결국 지중해 세계 전체에 "팍스 로마나"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가?


술라가 독재관에 취임해 무자비한 살생부로 공화국을 혼란에 빠트리던 난세에서 아우구스투스라는 위대한 황제가 탄생하는, 그리하여 지중해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에는 그 어느 시대보다 흥미로운 설화와 야샤, 미담, 나아가 추측과 논쟁들이 산재해 있다, 이에 나는 로마사를 정사로 정리하기보다 민간에 퍼져있는 흥미로운 설화나 가설, 전설들을 하나 둘 모아 와서 나관중이 이루어낸 연의로 종합해 내는 작업을 흉내 내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한국 대중들이 좀 더 로마사에 다가가기 쉽게, 나아가 로마 영웅들의 인물됨과 치밀한 인간관계, 전략, 시대를 둘러싼 영웅들의 고뇌 등을 좀 더 생동감 있게 그려나가며 연재하는 일을 해보겠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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