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또한 여러분이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리라 믿습니다. 일만 열심히 하면, 좋은 음식 충분히 먹을 수 있고, 편한 잠자리에서 쉴 수 있소이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이나 편한 잠자리를 찾아 이곳에 온 게 아니요. 호강하러 온 게 아니라 돈 벌러 온 거란 말입니다. 힘 있을 때 벌어서 늙어 고생 않으려고 집 팔아서 왔소이다. 그러니까 돈이나 많이 주시오.”
그들 대표로 영어가 되는 콰이가 말하자, 나머지 태국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렇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돈이요!”
태국 집값이 한국처럼 비싸지는 않겠지만, 여기 오기 위해 집을 팔았다는 말에 염 부장은 쉽게 적응이 되질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집을 사기 위해 오는데 집을 팔아 왔다니.
“알겠소. 수당은 제날짜에 정확히 입금될 것이요. 시간당 약속한 금액으로 계산해 지급되는 거니까, 얼마나 일하느냐에 따라 더 받기도 하고 덜 받기도 할 것이요. 여러분의 통장을 얼마나 살찌우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자기 할 탓이란 말이요.”
“우리나라에서 일을 많이 해 봤소이다.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거요.”
그들은 자신만만하고 의욕이 넘쳤다.
“그럼 숙소로 갑시다. 내일부터 작업에 들어갈 것이요.”
다시 임대리가 나섰다.
그들은 캠프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와우, 모래사장이 넓기도 하다.”
“더워 봤자 우리나라보다 얼마나 더 더우려고.”
“일거리가 얼마든지 있다니 얼마나 좋으냐.”
그들은 소풍 나온 초등학생들처럼 들떠 있었다.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태국 근로자를 수입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한국인 한 명 인건비로 태국인 세 명을 쓸 수 있는데, 더운 나라 사람들이라 이곳 날씨에 적응을 잘할 테니 해볼 만한 시도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2차 기성고가 확정됐다. 이 기간은 4공구 실적이 워낙 나빠 9.25%에 머물렀다. 워닝 테이프마저 제때 조달 못 했다면 9%에도 못 미칠 뻔했다. 이는 1차 기성 6.9%보다 많은 수치지만, 1차 때는 본 공사 기간이 2개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부진한 성적이었다.
누적 공사실적이 16.15%로 예정 공정인 21.73%에 크게 못 미쳐, 공기를 맞추는 데 빨간 불이 켜졌다.
뿐만이 아니었다. 끝이 안 보이는 암반으로 공사비가 급증해 이번 기성금으로 3차 기성까지의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