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기 소음이 귀청을 도려낼 듯 요란하다. 틈틈이 용접 기술을 배우고 있는 석한풍이 두 개의 수도관 끝을 맞대어 잡고 있고, 용접사가 바삐 일손을 움직였다.
타닥타닥 타닥···용접봉에서 무수한 불똥들이 퍼져 나왔다. 그중 석한풍에게 날아든 불똥들이 끼고 있는 면장갑을 태운다. 기술자는 용접용 장갑을 끼고 있지만 잡부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았다.
고통을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도관 끝이 녹으며 쇠똥이 흐르기 시작하자 기술자의 손이 더욱 바빠졌다. 타닥타닥 탁탁탁···더욱 불어난 불똥들이 벌떼처럼 날아들어, 밖으로 드러난 석한풍의 맨살을 지졌다. 기를 쓰고 버티던 그가 그만 수도관을 놓쳐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런 xx놈. 또 놓쳐, 또! 벌써 몇 번째야, xx끼야!”
기술자가 용접기를 내려놓고 욕을 퍼부었다.
“다 된 밥에 재 뿌렸잖아, 이 병신 같은 놈아! 그 정도도 견디지 못하는 놈이 용접을 배우겠다고!?”
“······”
“야, 빨리 잡지 않고 뭐 해?”
기술자의 채근에 석한풍은 면장갑을 갈아 끼고 다시 수도관을 잡았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어금니를 물었다.
다시 불똥들이 새 면장갑을 태우고 드러난 맨살 위로 쏟아져 내렸다. 손등이 화끈거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그래도 이를 앙다물고 결사적으로 버틴다. 살을 데는 것보다 기술자의 불호령이 더 무서웠다.
마침내 용접기 소리가 멈췄다. 석한풍이 손등을 감싸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야 됐군. 지금은 따갑겠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 기름밥 먹으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기술자는 석한풍의 손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예사롭게 말했다. 발에 걷어채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석한풍이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때 대기에 불기운이 느껴졌다. 열풍이었다. 모래바람의 동생뻘쯤 되는 사막의 불한당. 지금까지의 대기와는 완연히 다른,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온 듯 숨 막히는 기류가 서서히 작업자들을 덮쳤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 안에 갇힌 생쥐들이었다. 콧속과 목구멍이 타들어오고, 살갓은 한여름 땡볕에 널은 빨래처럼 뻣뻣해졌다. 호흡이 가빠 산소호흡기에 매달린 환자처럼 헐떡거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열풍은 물러갔지만, 작업자들은 북어를 연상케 하는 몰골로 어기적거리며 물통으로 몰려들었다. 열풍이 지나고 나면 아무리 물을 마셔도 소변은커녕 땀 한 방울 나지 않았다. 바짝 타버린 세포가 마른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기 바빴다.
다시 작업을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물기 없는 발에서 양말이 제멋대로 돌아가고, 마른 장작 같은 손에서 자꾸만 연장이 튕겨 나갔다.
그날 밤 필성이 별난 꿈을 꿨다.
사막에 두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사람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짝 말랐다. 열풍의 습격을 당했나 보다.
여자가 남자에게 물싸움하듯 모래를 마구 끼얹었다. 모래가 남자 몸에 닿는 순간 물로 변해 피부를 적시고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오랜 가뭄으로 죽어가던 들풀들이 단비를 만나 살아나듯 남자의 몸이 차츰 피어났다.
어느덧 여자 발밑에는 웅덩이가 생겼고 남자 몸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마침내 남자의 원래 모습이 드러났다. 여자는 그가 자신의 남편임을 확인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제하느라 안간힘을 썼으나, 두 눈에 이슬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내가 양동이에 모래를 가득 담았다. 모랫바닥을 헤쳐 자갈 몇 개를 꺼내 양동이 모래 위에 얹은 다음 남편에게 건네줬다. 남편이 받아 보니 양동이 안에서 옥 같은 물이 찰랑거리고 얼음 덩어리들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정신없이 물을 들이켜 단숨에 양동이를 비웠다.
얼음물이 뼛속까지 스며들자 정신이 든 그가 비로소 아내를 알아봤다. 마지막까지 참고 있던 그녀가 남편을 부둥켜안고 오열을 터뜨렸다.
부부는 모래로 성을 쌓았다. 쌓고 쌓아도 무너지지 않고 성이 몸집을 키워나갔다. 거대한 모래성이 완성되자, 이내 그 모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황금성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부부가 손을 잡고 성안 궁전으로 들어가 황금 침대 위에 나란히 누었다. 천사들이 노래를 부르며 부부의 만남을 축하했다.
부부에게는 온 우주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아내가 있고 남편이 있을 뿐. 부부는 사막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유목민처럼, 서로를 마시고 또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