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좀비마을
하룻밤 꿈속에 등장인물이 많다.
꿈에서 일어나서 먼저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려 앉아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집안 곳곳을 다녀보아도 소리는 들린다.
작고 기분 나쁜 소리의 연속인 그것은 아마 꿈속에서 살고자 소리치는 내 뇌를 움직이게 만드는 무언가일 거다.
내 집안 식구들이 잘 자는지 살피고 다시 누워 손끝으로 글자를 써 내려간다. 다시 잠들면 잊힐 이야기여서.
폐광산인지 모를 긴 동굴이 이어진다. 여기 어디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인 나는 무언가를 가지러 밖으로 나가고 안에서부터 인지 밖에서인지 모르게 시작되는 좀비의 공격을 만난다. 동굴에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바닥에 주검으로 누워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피 묻은 기모노 비슷한 옷자락이 바닥에 널려있는 모습이다.
2막은 어려진 시점으로 눈 뜬다.
좀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나는 초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작은 점방에 딸린 방 하나, 그 아지트에서 잠드는 세 명의 친구가 있다. 밤늦게 오는 손님에게 담배를 팔아주는 조건으로 작은 창문 틈새가 열리는 그 방에서 잠자는 것을 허락받았다. 세 명의 친구 중 가장 체격 좋고 퉁퉁한 친구가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난다고 한다.
친구에게 말할 수 없지만 난 그 냄새가 나면 사람들이 하나둘 좀비가 된다는 걸 안다. 작은 방 속에서 오늘밤을 보내야 해서 미닫이 방문을 닫고 걸 수 있는 잠금을 다 걸어 잠근다.
담배를 파는 작은 창을 어떻게 막을까 고민하다 다음 사람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성인 남자인 나는 시를 책임지는 유력한 가문의 남자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큰 저택에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을 경호하는 경호원들을 이끄는 체격 좋은 경호팀장과 집안일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내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어른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고, 장인어른 소유의 이 집은 마을과 연결되는 긴 계단이 있다. 사람들이 좀비화되는 것을 알지만 내 집안만은 가장 늦게까지 안전하리라 생각한다.
이 세 번째 남자와 또 다른 주인공인 내가 전지적 시점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 저택에 살고 있는 나와 그곳에서 안전하길 바라 숨어든 내가 있다.
-특이한 집의 형태는 고향집 언덕 위 일제강점기 신사였다고 전해지는 여자고등학교에서 보이는 끝없는 계단에서 본 풍경이다. 앞뒤가 안 맞지만 권력자인 난 이 저택의 주인이라 생각한다.
주위가 컴컴한 밤에 유력자인 나는 장인어른이 나를 찾아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저것들은 밤늦게 뭐 하려고 계단을 기어오르는 거야."
평소라면 경호팀에서 사람들을 저지할 텐데 계단을 올라오는 그 무언가를 피하려고 모든 방문과 창을 닫아보지만 오래된 목조건물, 오래된 창틀은 바람도 새어 들어오는 듯, 안전하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문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경호팀장과 집안일하는 젊은 여자가 보인다.
집안에 침입한 좀비 하나를 총으로 처리한 경호팀장과 젊은 여자 하나가 안으로 들어온다.
벽에 사람이 몇 명인지 표시되는 작은 액정 위에 집안에 있던 나와 장인어른, 아내 외에 한 사람인 4명만 표시된다. 2명이 들어왔는데 사람이 아닌 한 명은 누구인지 곤란해하며 다음 사람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두 번째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그동안의 일들이 끝나고 지금껏 신세 졌던 사람들과 만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다.
모두들 웃고 이야기하며 이동 중이지만 어느 순간 여러 이야기 속에서 살아남은 나와 이 사람들만 없어지면 된다고 생각한 누군가에 의해 떠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혼자서 웃을 수 없었다.
잦은 시점의 이동, 내 것이 아닌 듯 편안하지 않은 꿈 속에서 벗어나도 여전히 속이 울렁거린다.
들리는 소리는 그냥 공기청정기, 작은 냉장고 모터 소리에 묻혀서 재생되는 작은 소리인데 방금 전까지 울리던 진동이 가라앉자 더 작게 들려온다.
작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단순한 기계음일 뿐 의미 없는 것일 텐데... 냉장고 소리가 멈추는 찰나의 순간에도 작게 연속해서 들린다.
새벽녘 노이즈캔슬링 기능의 헤드폰이 음악을 들려주면 편히 잘 수 있겠지, 속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