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예전부터 보고 싶다던 '덩케르크 (2017)'를 선택해서 결제 후 시청했다. 남자분들의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를 보통의 여자분들이 싫어하듯 전쟁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시각적 색채에 예민한지 공포영화도 깜짝 놀라는 게 싫어서보다 붉은 화면이나 컴컴한 분위기가 싫어서 좋아하지 않는데, 전쟁영화라면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기에 현실성 있는 그 장면들은 머릿속에 오래 남아서 불호인 편이다.
유독 6월이면 우리나라 625 전쟁부터 베트남전에, 나라사랑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는지 TV에서 미국독립전쟁부터 남북전쟁까지 어려서부터 시리즈물로 많이 보았기에... 어릴 적 TV에서는 리얼리티보다 화면의 미학을 강조했는지 미화된 전쟁의 모습으로 그려졌기에 어렵지 않게 보았다.-아마도 실제 영화장면을 지상파에서 보여주기에 힘든 부분은 다 편집했을 것이다.
이런 내 속사정과 상관없이 남편의 영화 감상이 시작되었다. 내 속마음 이야기로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영화의 첫 장면과 덩케르크 해변에서 영국군대가 귀환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장면을 제외하고 그 바다와 배의 모습이 눈에 너무 익숙해서 영화를 함께 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덩케르크 해변에서의 영국군의 귀환을 돕기 위한 공군 조종사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 크고 작은 배와 적의 공격으로 난파되어 사람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들이 너무 익숙했다.
작년에는 꿈속에서 집 안으로 맑은 물이 차오르거나, 항공모함급 넓은 배 위의 함장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이라든지, 본인이 하늘에서 정체 모를 탈 것에 타서 내려다보는 바다의 풍경 등 물 관련 꿈이 유독 많았었다.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많은 배, 바다 물결을 따라 출렁이듯 헤엄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작은 점처럼 보이던 꿈과 영화 화면이 자꾸 겹쳐 보였다.
어릴 적에는 영화 장비 중 현대와 같은 드론촬영 장비는 없었을 것이고, 주로 미니어처를 만들어 멀리서 나라별 해군의 전쟁 장면을 찍었을 텐데 그때의 기억이라도 남아 있었던 걸까?
그 당시 물 관련, 우주 관련 꿈도 여러 번 꾸었는데 꽤 넓은 우주선 속 조종석 근처에 자리를 잡고 귀환을 위해 노력하다, 결국 지표 가까이까지 내려가서 무사히 항공모함급 큰 배 위에 루프 비슷한 케이블까지 걸어서 내려오기도 했다. 꿈인지라 우주인의 귀환 모습이 어떠한지 자세히 모르기에 열기구에서 내려오는 모습과 비슷하긴 했다. 꿈이니까 터무니없지만 현실성 따위는 생각 안 해도 좋으니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영화는 리얼리티를 최고로 중시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답게 컴퓨터 그래픽도 최소화하고 수많은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이 수중연기를 위해 애썼을 영화 속 장면들이 많았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왜 나는 친근함을 느끼는지 그날 밤... 참 신기했다.
거장 감독의 연출력과 수없이 동원되었을 그 당시 영국 사람들의 요트들(복원했거나 실제 그 당시의 선박들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측), 소형 선박들, 군함과 초계함- 이런 용어는 남편이 옆에서 가르쳐줬다.-등 예전의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런 장면들이 왜 친숙하게 느껴졌는지 한 달 여 지난 지금까지도 의문이다.
<출처 : 나무위키 '됭케르크 철수작전' 중 캡처>
*영화 '덩케르크'나무위키 내용을 검색해 보니 각종 이미지가 나무위키에 한해 사용 가능하고, 저작권 관련 내용이 나와있어서 본 글에 언급된 영화에 관한 이미지는 게시하지 못했음을 알립니다.*
실제 아름다운 바다, 주변에 육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에서 수많은 배와 거기서 난파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사실감 없이 '아... 지금 전쟁 중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꿈을 꾸었다. 작년 여름 지나고 가을 무렵에 유독 그런 꿈을 꾸었는데 시원한 바다의 풍경, 작게 보이는 배의 모습 등은 작년 여름 제주도 여행 후에 꾼 꿈이기도 했다.
수월봉에서 바라본 먼바다 풍경이 그리도 아름다웠건만 꿈속의 모습은 그리 평온하지 않았음을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큰 물이 나와도 큰 물이 집어삼키는 꿈을 꾸어도 스스로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길몽이 될 수도 있다고 꿈 해몽에 나왔었다. 새로운 계기, 명예, 재물 등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 장마철 많은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이때, 더운 열기가 가득한 폭염이 시작되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나오는 꿈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