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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Jul 09. 2024

밤이 계속되는 꿈

밤은 휴식일까?

꿈속에서 밝은 하늘을 바라보거나 햇살을 바라본 적 있는가? 청소년기, 한참 성장기에는 파란 하늘을 열심히도 날아다녔다.

어린 시절 고향집 옥상의 네 모퉁이에는 빨랫줄 기둥을 세워두었던 둥근 시멘트 구조물이 있었다. 거기 올라가 균형을 잡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그리스도 구속자' 거대 예수상처럼 서서 하늘 가운데 떠 있는 기분을 즐겼기에 어렸을 맑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도 즐거웠다.-타이타닉 영화가 나오기 20여 년 전이다. 영화 속 멋진 미남, 미녀가 아니어도 혼자 청량한 느낌과 새가 된 기분을 느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내게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똑똑해지면 무서움을 깨닫게 되나 보다.


요즘은 지난번 마을 전체 사람들이 대부분 도깨비로 변하는 꿈이나 암울한 꿈이 밤이면 찾아온다. 할 일을 못하고 자거나 주변의 빗소리에도 우중충한 색감의 꿈이 나타난다.


예전보다 밤이면 자주 깬다. 꿈도 짧고 시리즈물은 아니건만 비슷한 배경의 꿈이 반복된다. 주말에 꿨던 꿈 중 하나는 꿈 해몽을 찾아볼 만큼 생각은 나지만 신 꿈의 분위기와는 달리 밝았다.

지금의 내 가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꿈이었다. 여행을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현실의 남편을 떠올리는 막장드라마 같은 꿈이었다. 실제였다면 일탈이겠지만 꿈속 세계에서는 2번째 결혼으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 밤이 지났는데 아침이 되지 않고 밤으로만 시간이 이어지는 꿈이었다. 꿈속의 대화들은 즐거웠고 많이 웃었다. 

늘 글의 분위기와는 다르지만 시간대가 밤으로만 이어진다는 공통점은 있다. 꿈 해몽으로는 타인과 더 친밀해지고 싶은 내면의 열망이 드러난 거였다. 전 남편으로 나오는 현재 남편과 더 가까워질 꿈이면 좋으련만 꿈은 거짓말을 하진 않나 보다.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었나 보다.


최근 브런치에서 단편소설이나 고전작가들에 대한 비평글을 읽고 잠들기에 근대 또는 르네상스 시대의 꿈을 꾸곤 했다. 예전 귀족들의 생활을 향유하는 듯한 꿈이지만 정작 사람들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고 내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속 익숙한 저택과 고풍스러운 가구들 색감들만 기억난다.

드라큘라물에 나오는 약간은 어둡고 짙은 농도의 색감이 연속되고 약간은 피비린내가 풍기는 듯한 주변의 모습들... 역시 내 취향은 공포물은 아니건만 현실 속의 어려움에 대한 훈련인지 꿈으로 암울한 옛 시대를 살아본다. 과 죽음이 공존하던 때이니 지금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단단하지 않았을까?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최근에는 잠에서 깨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가뿐했던 기억이 흔치 않다. 종횡무진 어딘가를 여행하며 모험을 해서 피곤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꿈속에서도 혼자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소파에 누워있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꿈속에서도 쉬어보고자 하는 나의 강한 열망이 나타나는지 낮잠을 자도 밤, 밤에 자는 꿈에서도 밤이 배경이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데... 진지하게  '걸어서 세계 속으로'나 햇살 좋은 나라들을 여행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잠들까 생각해 본다. 오랜만에 꿈속에서 아침을 보고 싶다.

유선방송에 '미라'나 고전물이 된 '레이더스', '인디애나 존스' 이런 걸 검색해서 보며 어린 시절 모험가의 꿈을 다시 꿔 볼까... 오늘밤은 진짜 밤을 새워서라도 할 일을 마무리해야 하건만, 벌써 잠에 들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죽으면 계속 잘 텐데 살아서 왜 자꾸 자려하는지 물을지도 모른다. 죽으면 꿈을 못 꾸지 않는가? 뇌는 끝없이 세포들이 움직여줘야 도태하지 않기에 (특히 시력을 처리하는 뇌 부분) 눈을 감고서도 무언가를 보고 있듯 활성화시키려 꿈을 꾼다는 말을 남편한테 들었었다.

역시... 평소에 꿈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남편은 아는 게 많다.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는 부분은 전혀 입력조차 하지 않기에(대부분의 상식, 역사, 전공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막힘없이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제일 어려워하는 질문이  "오늘 점심에 뭐 먹었어요?"다.) 내 남편은 자신의 흥미분야 꿈만 꾸겠지? 오늘 퇴근 후에 물어봐야겠다.


<밤이면 괴물로 변하는 마을 뒷이야기>


오늘 저녁 아들이 일찍 자리에 들었다.

자려고 일찍 누워있다 아들이 화장실에 딸기청과 딸기라떼를 과도하게 먹어서 토한 걸 치우러 들어간 엄마를 찾으러 화장실 문을 열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허리를 숙여 바닥을 닦고 있던 엄마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긴 머리, 낮은 곳에 있던 얼굴... 물소리... 꿈속에서 도깨비로 변한 나를 보며 무서워하던 평범한 쪽진 머리의 아주머니의 그 표정과 비슷한 표정으로 아들은 비명을 질렀다.


혹시 내 꿈속의 그 존재를 너도 봤었니?

2주 연속 주말 밤이면 한 차례씩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는 아들이라 혼자 자는 건 위험하다.

요 몇 달간의 밤이 나만 힘든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지난번 도깨비 꿈속에서 나를 마지막 공격했던 존재가 내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는데 너무 생생해서 깼던 기억이 있었다. 그 존재는 작은 고양이 같았는데 아들 쪽에 있다 내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다음의 글은 그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기거하는 아파트 지하실에 몇 달 전 고양이 한 마리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몰라도 들어갔다 굶어 죽은 체 발견되었다 한다. 내가 사는 집 베란다  아래쪽에는 고양이들의 공중화장실이 있다. 가끔 고양이 배설물이 보여 경비아저씨들께서 모래나 흙을 덮어서 냄새가 안 올라오게 해 주신다.

안방 아래쪽 지하실에는 환풍기와 철그물로 막혀있는 창문이 있다. 가끔 누가 그러는지 모르지만 조금씩 열려있다.

최근 고양이 관련 글을 올리시는 작가님 글을 보니 문을 유독 잘 여는 고양이가 있단다. 우리 아파트 지하실은 창문을 연다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지하가 높은 편이라 지하실 철제문을 열어야만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들어오긴 했지만 나가지는 못해 굶어 죽었던 고양이의 넋이 마음이 약해진 내 꿈이나 아들에게 찾아오는 게 아닐까?

이사 온 날 1층 공용복도 쪽 창문에 고양이 먹이로 보이는 사료 알갱이가 한 움큼이나 놓여 있었다.

예전 누군가가 신선한 사료를 올려놓았나 보다.


이사 간 집주인일까? 이틀에 한 번 꼴로 야간근무 후 들어오는 옆집 아가씨일까? 혹시 죽은 고양이를 발견한 관리실 직원일까? 꼬리에 꼬리는 무는 꿈속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다.


지하에서 들리는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입을 다무는 관리실 직원분들... 밤이면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 납량특집이라도 좋으니 속시원히 어놓아 보시지요! 창가에 고양이 사료 한 움큼씩만 올려놓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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