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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Nov 03. 2024

남편아, 내 말 좀 들어봐! 끙차!

말 듣는 게 말(馬) 드는 것보다 쉽지 않나?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친정으로 내려갔다.

토요일이 친정어머니 기일 열흘 전이고,  다음 주말은 시간 안 되는 가족이 있어서 각자 가능한 시간에 홀로 남으신 친정아버지를 뵈러 내려가기로 했다.

이번 주 고향에서는 11월 1일~3일 국화축제가 열려서 길이 막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고향이 있는 시내에서는 오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요즘 건강이 나아진 언니가 열심히 식사준비를 해서, 오전시간 누워서 쉴 수 있었다.

남편과 아들은 서울에서나 어디서나(해외에 여행을 가도) 자동차로 드라이브 중이라 출발시간이 다가와서는 언제 출발할지, 고향 어른들이 다니는 교회에 갈지 물어보니

 "이제 올라가야 할 텐데..."

이러며 남편이 쓱 방을 나갔다. 차라리 내 뜻대로 고향교회에 잠깐 들르고 국화축제 구경이라도 갔으면 좋겠지만 여행이나 나들이에는 전혀 관심 없는 두 남자는 아무 생각이 없이 차에 타 있었다.

오전 10시 20분경, 오늘은 큰언니도 일찍 나가려고 정장 입고 준비 중이었고 친정아버지도 외출 전이시라 우리도 나갈 시간을 정해서 나가든지, 다른 가족이 돌아오는  낮 12시가 될 때까지 대기하든 빨리 정해야 했다. 고향집은 단독 주택이라 아파트도 아닌 데다 4차선 도로 옆 주택가라 현관문과 대문을 열쇠로 잠그고 나가야 하는 곳이다.

아침나절 누워있다 10시 30분이 넘어가자, 남편이 지금쯤 나가자는 상황에,  어찌할지 물어봤던 상황이라 대문 쪽으로 나가길래 따라나가 지금 나가면 안 되니 준비해야 된다 이러고 들어오는데 남편이 차를 몰고 나가는 장면을 봐 버렸다. 대문에서 휴대폰을 둔 방까지 이동하는 시간만큼 후에,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화하니 바로 들어온다고 한 남편...


언니는 집을 지킬 사람이 없으니 외출을 안 하겠다 그러고 문을 잠가주셔야 하는 아버지는 근처 어딘가에 나가셔서 들어오지 않으신 상황... 10시 40분이면 들어올 줄 알았던 남편은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잠시 후 이웃집에 들렀다 10시 43분경 들어오신 아버지는 천천히 하라 하시고, 바로 들어온다는 남편은 15분이나 지나서 겨우 나타났다.

잠시 묵었던 언니방에 두었던 큰 여행가방, 내 가방 2개, 남편 양압기, 고향집에 필요할까 싶어 가져갔다 퇴짜 맞은 프라이팬과 냄비 2개가 든 큰 코스트코 시장가방, 화장품박스, 2박 3일 벗어놓은 옷가지를 툴툴거리며 거실에 챙겨놓은 상태. 늦게 나타난 남편이 내 폭풍 잔소리를 들으며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문 밖까지 짐을 다 옮겨놓고 문 잠그고 나가시라 그럴 걸, 멀리서 온 막내딸 가족이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와 언니를 뒤로 하고 고향집을 떠났다. 그 시간이 10시 51분.


남편과 아들은 자동차에 타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아들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남편은 평소 듣는 유튜브 동영상들을 보기 시작한다. 이 패턴은 급하게 어디를 가야 되는 상황에도, 시댁과 친정, 설과 추석, 시댁식구들과 만나는 외부에서의 식사장소나 시댁가족들 집 어디를 가도 똑같은 패턴이다.

어디를 가나, 아들이 나가자 그러면 남편은 급히 식사를 마치고 아들을 데리고 나간다. 그동안 혼자 남은 며느리는 시댁식구들과 남편과 아들 없는 시간을 버티다, 시댁 식구 중 누군가 가야 된다 그러면 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어디를 가나 자주 사라지는 남편과 아들 덕분에 이동이 쉬웠던 적이 없었다. 오늘에야 폭발한 나는 자동차로 고향집을 벗어나자마자 폭풍 잔소리를 시작했다.

웬만한 다른 날도 아니고, 고향가족들도 정해진 일정이 있는 시간대에 무턱대고 아들과 습관적으로 나가버리는 남편은 내 숱한 말에 배부를 만큼, 근 1년 치 쌓아온 아내의 불만을 들어야 했다.

갓길에라도 차를 멈춰 이야기를 하자 그러니 주유소에 가서 주유를 한단다. 이대로 가면 남편은 또 그대로 하겠네 싶어 주유 후에도 장전된 잔소리 총알을 기관총처럼 발사했다. 투두투두투두....!


그러나, 결국 어른인 남편이 아니라 아빠를 끌고 나갔던 아들이 엄마한테 그만하라고 내 손을 부어 잡고 힘을 쓴다. 엄마도 지지 않고 놓으라고 소리치니 더 용을 쓰며 엄마 말을 자른다.

아들과 남편은 같은 편이었다. 집에서 편히 쉬던 엄마가 잔소리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싫었나 아들은 손을 빼던 나에게 얼굴을 한 대 맞고도 물러서지 않고 잔소리를 못하게 했다.


남편은 내 잔소리도, 아들의 용씀도 그대로 두고, 머리가 아픈지 잠깐 쉬겠다고 눈을 감고 있었다.

주유소에 차를 주차한 상태이니 안 가고 뭐 하나 찾아온 주유소직원이 차를 붙여달라 그런 후에 아무 말 없이 멀리서 강 건너 불구경 중이었다.


한참 뒤 화난 나와 아들만 씩씩거리고 있고 남편은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작전상 후퇴지 내가 여기서 끝내지는 않으리라.


10시 51분에 출발해서 저녁 6시 27분 현재, 경남 마산에서 모란사거리까지 올라왔다. 이번 주말에 외부에 나갔던 사람들이 많았는지 몇 시간 전부터 계속 국도와 다른 시의 한적한 도로로 돌아 돌아 집으로 가고 있다.


남편아! 내가 말(다그닥 다그닥 히잉~!)을 들어달라 그랬나, 내 말 들어달라 그랬지.

-차라리 말 듣기보다 말(馬 | Horse)을 들려고 용을 쓰는 걸 선택할 사람이다.

결혼해서 첫 부모님 찾아뵙는 날 기다리는 부인은 상관없이 근처 전철역과 마을 버스정류장을 제외하고 3번 전화할 때마다 장소가 달랐던 남편, 결혼하고 아들이 20대가 되어도 똑같다.


남편이 5분 거리를 15분 넘게 걸려 돌아온 이유는, 길 가운데 멈춰 선 자동차 한 대 때문이었단다.

어떻게 10여 분이나 지나서 그곳에서 빠져나와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올 수 있을까? 남편 앞에 10여 대나 차가 정차한 상태여서 그런 상황인지 모르고 있다 한 바퀴 돌아서 반대방향에서 그 상황을 알았단다. 성격이 좋은 건가 근처 모든 상황에 무관심한 건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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