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붕이 Nov 10. 2024

피하려는 길이 겹치다.

그냥 내 길을 갈 뿐인데

 예전에 살던 집과 같은 동으로 이사하다 보니, 불편하지만 아파트 동 앞문보다는 뒷문을 이용하고, 마을버스에서 내려서도 똑같이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이유는 단 하나, 혹시 만날지 모르는 그 길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서다.


 불편한 서로는 그냥 어찌 살던 기억 속에서 잊혀 신경 안 쓰고 살길 원하나 본데, 그게 안되나 보다.

2주 전쯤에는 직장에서 걸어오면서 아파트 단지 정문이 아니라 산책로가 있는 샛길로 들어오다 공원 쪽에서 익숙한 이야기 소리를 들었다. 스마트폰 녹화기능을 다. 그 또래의 누군가를 만나면 꼭 내 얼굴을 보면 욕을 하기에, 아니면 사실이 아니라 나의 피해의식인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나를 발견한 듯 샛길의 후문 가까이 와서는 이야기 소리가 끊기더니 작게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에이... 아니겠지? 그냥 잘못 들었던 거라 이러면서 다시 돌려 들으니 작게 욕소리가 녹음이 되어 있었다.


 주말에 아들이 아빠와 사회적응활동에 참가하여 근처 산 둘레길 산책을 갔다. 아들과 남편을 배웅하러 모임장소에 갔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또 아파트 동의 정문이 아니라 뒷문으로 들어갈 때 누군가 2명의 여자분이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 또, 익숙한 누군가다. 모르는 누군가와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가슴이 뛴다. 사춘기 소녀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보고 설레는 그런 느낌이랑은 정반대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그런 싸함이다.

그냥 지나가기 멋쩍어서 인사하는 척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뒷문 쪽 세대비밀번호를 입력하다 틀려서 잠깐 더 입력하는 동안 머리 뒤쪽이 간질거린다. 왜 하필 오늘 급히 나오느라 스마트폰을 안 가져와서 프리패스가 안되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입력하다 틀리고... 아직도 이 모양이다.

이미 지나가면서 누구랑 이야기하나 궁금해서 홱 돌아보았던지라 괜히 찝찝하다.



 토요일 산행(둘레길 산책)을 다녀온 아들, 남편과 식사장소에서 함께 바비큐 식사 후,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아쉬운지 남편을 앞세워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들어와서는 낮잠을 잤는데 그 잠이 밤잠으로 이어졌다. 오전 산책길 햇살이 강해서였나, 아들은 잠깐씩 화장실 다녀오느라 깰 때 빼고는 계속 자서 14시간 정도 긴 잠을 잤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웹툰도 보고 이야기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위층에는 주말 동안 각자 집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지 사람이 없을 텐데... 지하층에도 사람은 없는데 작고 기분 나쁜 소리가 한밤중과 새벽녘에 들렸다. 의식하고 들어서 그렇지 우리 집 위아래층은 아닐 거다.


 지난주에 우리 집 지하 쪽 빈 공간에 20센티 넘는 큰 배수관 3개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안 그래도 1호부터 5호 라인 60세대의 하수관이 부엌 쪽 거실 아래층에 모이는데 거기다 3개의 배수관이 더 추가되어 60세대의 물 내려가는 소리가 지하에서 더 힘찬 소리로 울려서 들린다. 화장실에서 기기를 쓰는 집이 있으면 미세한 울림과 소리까지 잔잔하게 전달된다. 피하려야 피할 수가 없다.

 아들이 저녁에 화난다고 뛰면 못하게 말리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둔다. 거기에 소리 하나 추가된다고 뭐가 그리 조용할까? 옆집에서는 싫어하겠지만 알집매트가 깔린 안방, 작은방과 연결된 옆집까지는 신경 쓰지 않으련다.

 오늘 새벽과 오후에도 잠깐씩 우리 집 베란다 아래쪽에서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넌 신경 쓰지 않고 울 수 있어서 좋겠다 혼자 생각한다.

새벽에 이런저런 소리에 잠을 깨서 지하층에 다녀왔다. 목,금 이틀동안 지하층에 배수로 배관이 추가되었다.


이전 21화 남편아, 내 말 좀 들어봐! 끙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