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도 좋아져서 낮에는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도 거의 정지한 상태처럼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야간에는 하늘이 담긴 풍경 찍는 게 너무 어렵다. 야간모드를 해제하면 좀 낫겠지만 그럴 새도 없이 자동차 속에서 보이는 하늘을 놓칠 수 없어 셔터를 눌러댄다.
하늘이 멋져도 제대로 찍을 수 없다.
멀리 있는 하늘은 정지한 듯 보이지만 가까운 경치는 바로 초점이 뭉개진다.
꼭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로등과 무선통신 송신탑
갤러리 AI지우개 기능을 이용해 보기 싫은 부분은 잘라낼 수 있다.
연속으로 찍다 보면 국도변 가로등이 야간모드 셔터 속도로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게 간격이 설정되어 있는지 건질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위의 몇 장의 사진은 어디 내놓을 수는 없지만, 수십 장의 엉터리 사진 속에서 살아남은 몇 장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아빠 차 드라이브에 한 번씩 동행하다 보면 아들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느라 옆자리의 엄마에게는 무심해서 남는 시간 동안 적당하게 예쁜 하늘이 나타나면 셔터를 눌러댄다.
서울에서 조금 벗어나 남양주나 구리시 쪽으로 나가면 높은 건물이 없는 탁 트인 하늘을 종종 만난다. 만약, 장롱면허인 내가 드라이빙을 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시외로 나가서 한적한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일 거다.
올림픽 공원에서 만난 예쁜 나무들이다. 더 예쁘게 찍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남편 차에 올라서 뒷좌석 회장님 신세일 때만큼 한가한 때가 없다. 뚜벅이의 강점을 발휘해서 걸어 다니면서 찍으면 좋을 텐데 산책 중에는 사진 찍을 여유가 없다. 앞서 뛰어가다 뒤쳐진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을 보면 발걸음이 빨라진다. 화내는 아들을 달래며 갑자기 보이는 하늘에 눈이 간다. 다소 산만한 어른의 모습인 듯하다. 아들 마음, 내 마음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가을 하늘은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바라보는 사람에게 항상 아름다움을 베푼다.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매일을 이겨내기 힘드리라.
언젠가 하늘과 주변 풍경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기대하며 최근 가장 아쉬운 단상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