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는 쌀쌀해져 새벽에는 얇은 패딩을 입고 산책하시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8월 25일을 끝으로 한동안 일상다반사(튕겨내기) 연재를 쉬고 있으니 브런치스토리팀에서 감사하게 "~글쓰기도 운동과 같아서~근육을 기르는 것처럼 매일 글을 쓰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개학과 더불어 빠르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9월 말에는 아들의 평생교육센터에서 과도한 화냄으로 말리시던 선생님께서 부상을 당하시는 불상사를 겪다 보니 아들 단속에 정신을 집중하게 되었다.
계획을 세워서 시간표대로 일하는 사람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누가 말했었나...
계획 없이 살아도 남는 시간이 없다 보니 계획을 세울 시간도 없이 살아가고 일기에 해당되는 브런치마저도 주 1회씩 두 권의 브런치북 연재도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며칠 전 에어컨이 에러 메시지를 보내며 아픔을 알리기 전까지는 브런치에 무언가를 쓸 생각은 못했다. 유난히 많은 비가 왔던 올해, 긴 장마와 불볕더위까지 잘 보내게 큰 도움을 준, 1등 공신 에어컨이었다. 옛 주인과는 만2년 동안 5번 안팎으로 가동했다던 에어컨은 우리를 만나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가동을 하고 있었다.
정말 장한 우리 에어컨! 네가 없었다면 어떡할 뻔했던가! 윗집 누수로 천장 젖었을 때, 거실 천장 벽지가 부풀어 올랐을 때도 해결사가 되어준 고마운 전자제품이었다.
이상에 대한 진단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AI가 직접 내렸다. 남편이 에러메시지를 찾아보니 실외기의 전기적 이상이란다.
전기공학과 출신 남편은 요즘 회사 일로 바쁘다 보니 에어컨의 이상에 대한 처치도 기계 문외한인 내가 잠깐씩 실외기 코드를 뽑았다 꽂으면 다시 냉방이 가능하기에 3단짜리 전자레인지장을 옆으로 밀어내고 응급처치만 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10월 3일 오전에 남편을 닦달해서 삼* 에어컨 서비스센터에 방문예약을 걸어놓고 다행히 가장 빠른 시간대인 10월 5일 아침 9시 10분에 방문기사님께서 오시기로 했다.
당일 아침, 아들이 교회에서 사회적응활동으로 강화도에서 고구마 캐기를 하러 가는 날이라 평소 학교 가는 시간대에 일어나서 씻고 급하게 서둘렀다. 활동하러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하기 전까지 기다리느라 에어컨 기사님 도착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편은 먼저 집으로 향하고접대용 커피와 간식 하나를 준비해서 털레털레 걸어서 귀가했다.
아파트 동 앞까지 도착하니 1층 베란다 실외기 쪽에서 방문기사 분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행히 다른 보조장비 없이 교체가 가능한지 현관문 열고 들어가니 남편 말로는 거의 처치가 끝나간다 했다.
에어컨 이상의 진단명은 실외기 보드 이상으로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거였다. 집주인보다 먼저 도착하신 방문기사분의 혜안과 밝은 귀로 실외기 이상을 잡아내셔서 무리 없이 진행되어 9시 40분경에는 모든 처치가 끝났다.
방문기사 분의 에어컨 사용에 대한 조언을 듣고 우리 집 에어컨의 오랜 사용을 위한 주의점(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러한)을 들었다.
우리 집은 원래 습기 차는 집은 아니라고 하시면서 제습기로 습기를 잡고 그냥 냉방, 무풍모드로만 돌리면 전기세도 적게 나온다 하셨다. 물론 에어컨에도 덜 영향이 가서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거다.
며칠 전 에어컨의 이상을 알기 전에 미세필터 청소가 떠서 필터를 분리해서 먼지를 털어내고 물로 닦고 건조해서 넣었다. 그런 후에 에러
메시지가 계속 뜨며 냉풍이 나오는 쪽에서 냉풍이 안 나와서 실내온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에어컨 전기코드를 뽑아보기도 하고, 앞쪽 냉풍이 나오는 슬롯도 청소해 보려고 하단부를 열고 빼보기도 했지만 비전문가의 손길은 허접할 뿐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앞쪽 냉풍 슬롯을 잘못 맞춰 냉풍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겨우 슬롯 방향을 조절하고 레버를 끝까지 당겨 바른 위치에 넣으니 냉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에러 메시지가 뜨면 코드 뽑았다 꽂기... 이런 응급조치만 진행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에어컨의 더 큰 이상이 생길까 걱정이 되었다.
전자제품 문외한이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한 해결법은 서비스센터 방문기사 요청이었다.
약은 약사에게, 진단은 의사에게, 전자제품 이상은 해당 전자제품 회사의 방문기사에게... 이런 식상한 문구가 진리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 짧은 생각이지만 브런치 연재를 손 놓고 있는 작가에게는 브런치 스토리팀의 메시지 한 번도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다.
글쓰기에도 운동과 같이 근육이 붙기 위해 매일의 훈련이 필요하듯 여러 사건 사고에도 대처하는 동안 내 마음에도 회복탄력성이라는 근육이 생기길 기원해 본다.
여름을 지내며 탈진한 에어컨에도 처방과 처치가 필요하듯 내 삶도 그러하리라. 에어컨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