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장마도 길고 열대야도 긴 더운 여름이다. 오늘 아침은 다행히 비 오지 않고 조금 시원해져서 에어컨 가동을 멈추고 환기를 시키느라 온 집안 전등을 끄고 창문이랑 현관문을 열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방충망 중문만 닫아놓았다.
며칠 잠잠하던 야밤의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일찍 깨기는 했지만 상쾌한 새벽공기가 기분 좋게 했다. 덕분에 아들도 오전 6시쯤 기상해서 샤워하고 간단한 아침식사 후 남편을 깨워 산책을 나가서 한가롭다.
1층 집주인분이 이사 가기 전 저녁에 에어컨 없이 방충망만 닫아놓고 창문을 열고 자면 시원해서 만 2년 동안 에어컨을 5번도 안 틀었다 하신 말씀이 실감 나는 아침... 이런 1층의 시원함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개학 후 이틀, 29일간의 여름방학 동안 한가롭게 실내에서만 지낸 시간이 길었나... 개학식 전날 교실에 들어가니 실내온도가 섭씨 37.5도였다. 4시간 정도 창문까지 열어놓고 에어컨을 가동해서 열기를 뺐다. 이대로 다음 날 학생들이랑 같이 있다간, 학생들의 찜통더위에 대한 호소로 힘들 듯했다.
가정에서 직장이라는 환경 변화에 적응이라도 시키려 했을까? 8월 14일 말복저녁부터 21일 밤까지 아들의 오후, 저녁, 야밤의 산책이 길었다. 특히 8월 15일과 17일에는 남편 직장이 워낙 바빠서 광복절과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바람에 쉬는 날은 새벽부터 오전, 오후, 저녁까지 하루 10여 차례의 산책이 이어졌다.
아들은 에어컨으로 시원한 실내를 거부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바깥으로 나갔다. 아들도 바깥이 무덥다는 건 알아서 첫 번째 보이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 먹고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의 다음 편의점으로 이동한다. 단골 편의점을 찍고 근처 지하철이 있는 큰 사거리로 돌아서 동네를 한 바퀴 돈 후 집으로 들어온다.
집 현관문을 급히 열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샤워를 한다. 편의점에서 2+1으로 구매하는 엄마의 습관을 잘 알아서 음료수를 하나, 또는 두 개까지 먹고 노래를 들으며 휴식한 후, 다음 산책을 위해 엄마를 일으켜 세운다.
"아들아, 너는 악덕고용업자야!"
태어나게 했단 이유로 평생을 볼모로 잡은 아들은 오늘도 집사인 엄마가 자신보다 낮은 각도로 휴식하는 꼴을 못 본다. 그래도 뱃살도 뺄 겸 땀을 비 오듯 흘려서 옷이 흠뻑 젖는데도 10여 차례나 바깥활동을 한다는 게 대견해 따라 나간다.
이 정도면 산책만으로도 근력 강화가 되면 좋으련만 사뿐사뿐 가볍게 땀 흘리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지 한방병원 진료는 꼬박꼬박 받아야 허리며 무릎, 어깨가 아프다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운동이라기보다 과로에 가까운지 며칠 패턴을 반복해서 익숙해지기보다 몸살이 나려 했다.
직장의 더위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걷고 아이들이랑 뛰고 활동하는 것은 버거웠는지 저녁이면 에너지가 소진된다. 거기에 마지막 땀방울까지 흘리게 하는 아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긴 여름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