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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Oct 13. 2024

희망의 반대말은 두려움이다.

양치기 소년이 되는 엄마

*2024년 5월 2일에 쓴 글입니다.


아들내미 덕에 부푼 꿈을 안고 1층으로 이사한 후 나는 여러 번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1층이라 괜찮을 거라는 주위 만류에도 거실과 안방, 작은방에 다시 두툼한 폴더 매트를 깔고 오랫동안 쓰던 뽀로로매트도 다시 바닥에 깔렸다.


비염약 부작용인지 안절부절못하는 아들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도 아닌  '1층 중간 세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옆집 잠도 방해하는 듯 보인다.


다시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들과 남편이 저녁에 나간 사이 다시금 화장실과 앞쪽(지하층 거실 아래쪽 창)에서 몇 번 톡톡 하던 소리가 들리더니 예전처럼 익숙한 소음이 귀에 울린다.

언제 전문가랑 힘을 합쳐 현장을 급습해야지... 이러면서도 귀찮아지는 나 자신... 한 가족을 근처에서 못 살게 하려고 참 끈질기게도 괴롭힌다.


천하태평 남편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힘들지 않고 항상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고 엉덩이를 붙이지 않는 아들은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 중간의 짧은 평안함을 느끼고자 하는 나만 불편하다.


경비실 아저씨께 이야기를 드려도 그냥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사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매번 그러겠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을 옆집 신혼부부는 어떤 생각일까... 아들과 나가기 전에 보니 외출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만나면 불편하게 해 드려 미안하다 그래야 할까... 마음 편하자고 1층으로 이사는 왔지만 괜찮다는 말은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왔어요!"의 긴장감 넘치던 거짓말과 같다.

이러다 내가 뱉는  "괜찮다."는 말이 거짓말이 될까 봐 두렵다. 희망은 멀리 있고 불안과 스트레스는 가까이 있다. 희망은 용기를 주지만 불안은 두려움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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