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일찍 일어난 아들과 새벽 드라이브 후에 들어온 남편은 아들 등쌀에 할 수 없이 떠밀려 밖을 나갔다. 오전 9시쯤이니 보통 토요일치곤 빠른 아침시간이었다.
남편이 코*코에 가서 귤 5Kg짜리를 발견했다고 가격도 저렴한 1만 6천 원대이고 맛있어 보인다고 설명을 했다.
사진출저: 픽사베이
이미 우리 집 냉장고 안에는 사막샘(생협)에서 산 못난이귤, 그전에 저렴하게 구입한 푸른빛 도는 귤이 있어서 망설여지는데, 남편이 보기에 좋다 하니 별말 없이 알아서 하라며 지나갔다.
"집에 귤이 많으니 하루에 500g씩은 당신이 먹어야겠는데."
그 말에 대한 대답은 잠시 후에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새벽부터 깨었다 잠깐 오전잠이 든 내가 눈을 뜨니 남편이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울 겸, 귤 하나를 예쁘게 까서 내 손에 쥐어 줬다. 잠결에 우물우물 씹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 귤 엄청 다네... 엇..."
남편에게 이야기도 하기 전, 아들이 남편의 등을 밀며 귤 하나를 손에 들고 현관으로 나가고 있었고 박스 옆, 수북한 귤껍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먹은 귤이 10여 개. 그 껍질 속에 내게 준 귤과 아들 손에 든 귤까지 포함되어 있었을 거다.
최근 귤을 사고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어서 아직 귤철이 아닌가 그랬었다. 11월 중순, 코*코에서 산 귤이 이렇게도 달다니 무언가 배신감이 드는 상황이다.
어제와 오늘, 2주 동안 냉장고에 남아돌아도 직접 까서 그릇에 2~3쪽씩 올려놓기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귤을 아들이 옆에서 껍질을 까기 무섭게 통째로 집어 가고 있다.
글의 제목처럼 귤이 제 값일까는 의문이 든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몇 달 전 하우스귤과 비교했을 때 엄청 저렴하다. 하우스귤이 당도가 높다 해도 수확시기를 당겨서 생산되는 귤이다 보니 비싸고, 약간 저렴하게 세일되는 귤은 이미 냉장보관 기간이 있어서 쉽게 물러져서 아쉬운 정도였다.
토요일 남편이 구매한 것은 제 시기에, 저렴하게, 박리다매로 나온 귤에 크기는 S와 M정도로 보였다.
상자를 열심히 살펴보니 '특'이라 표기되어 있었으니 보통 귤의 크기 단위와는 좀 다르고 5Kg이라는 무게 단위로 쓰여 있었다. 닫힌 박스포장이 아니라 윗면이 투명 비닐로 덮인 흔히 만생종 감귤류 포장이라 특이했다.
사막샘에서도 제철귤이 많이 나오지만 가정으로 배송되는 귤이라 매장에서 직접 고르고 사는 것이 아니었고 인터넷구매는 택배로 배송 오는 과정 때문에 약간의 훼손은 있었던 터였다. 남편이 구매한 귤의 상태가 양호하고, 거기에 여태껏 먹어온 귤 중 가장 맛있다는 것!외형은 백화점에 진열된 정도의 완전 둥글고 납작한 형태는 아니지만(온주귤) 보통 귤색이라 불리는 색상으로, 남편이 약간 푸른빛 도는 귤도 있다 했지만 딱 예쁜 먹음직스러운 색상이었다.
2주간 내가 구매했던 귤은 소포장된 못난이 노지귤이었다. 초록빛 돌고 바람과 비를 맞아 검댕처럼 보이는 상처가 많았다. 귤껍질 자체가 질기고 실온 보관해도 잘 무르지 않고 색상도 초록초록했다. 당도는 그럭저럭, 귤이구나 할 정도로 그냥 10월 말, 11월 초순까지 구매했으니신맛이 조금 더 나서 후숙 하면 더 단맛이 느껴질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노지귤의 억셈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받아들이고 신맛도 감사해하며 먹고 있었건만 남편이 사 온 귤 덕에 단맛이 많이 도는 겨울의 맛을 느꼈다.
남편은 영등포시장에서 장사하시던 부모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시장에 자주 드나들던 사람이다. 과일을 사도 주부인 나보다 더 나은 안목으로 빠르게 좋은 물건을 골라낸다.
보는 눈 없는 본인은 크기와 색깔, 고르기까지 꽤 오래 뚫어져라 보고 또 보건만 더 나은 선택이란 자신이 없고, 남편은 한눈에 척 마음에 드는 걸 골라내니, 감각일까 이 부분에서 수재인 것인가 알 수 없다.
24년 같이 산 세월이 쌓였건만, 아직도 다 알긴 어려운 사람,남편이다. 덕분에 달고 시원한 귤 먹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오늘 아침, 상한 귤 하나를 발견하고는 저녁에는 10개씩 비닐에 담아 야채칸에 넣는 정성을 보인 남편. 오래보관칸에 있는 사과를 피해 보관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