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서 하교지도하시는 1학년, 2학년은 물론이고 우리 반을 제외한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뛰는 학생은 드문 작은 학교이기에 중학년이라 다른 반은 교문까지 하교지도는 드물건만 우리 반은 거의 매일 하교지도를 한다. 이유는 단골 교문까지 질주하는 학생들이 있어서다. 교문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나로 치졸한 감정싸움까지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교줄을 서는 교실 뒷문부터 계단을 내려와 운동화를 갈아 신고 다시 서는 줄, 서로 자기 순서는 여기라고 투닥거리는 모습까지 보인다.
문제는 1,2등은 다투며 뛰는 학생들의 성향이 강골인 데다 논리성이나 언어적인 부분, 아니면 소리 지르기에 뛰어난 면도 있어서, 안전지도와 규칙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아, 왜요~?"
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초3의 귀여움을 얼굴 가득 담고 선생님을 플러팅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어떻게 애정을 무기로 이럴 수 있을까? 교문을 나설 때까지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이 직업 특성상 귀여운 애교 따위는 옆으로 비켜! 마음속으로 소리 지르며, 엄한 표정으로 교문으로 하교하는 동안 뛰지 말라는 말을 한번 더 해야 한다.
오늘 오전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럴 때는 눈감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지도와 생활지도에 성공하기 위해 현실 정국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기도를 해야 하것만 그 스트레스를 잠으로 풀고 있다.
뛰어가는 학생의 책가방을 대신 들어준다 그래도 아~ 왜요, 싫어요! 를 외칠 것 같고 어머니들께 문제를 이야기해도 투정으로 생각하실 것 같아 조심스럽다.
교문을 벗어나도 삼삼오오 모여 어머니들께 책가방을 던지고 가까운 공원놀이터로 뛰어가는 것을 1학년 때부터 보아온 학생들이라 내 탓이 아니라 말하고 싶지만 그것도 비겁한 변명이겠지?
내일 당장 학생들과 안전을 위한, 특히 등하교 시간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로 모둠별로 역할놀이를 하고, 인터뷰 형식으로 교문까지 거의 50미터의 거리를 왜 질주하는가로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구성해 볼까 고민해 본다.
지금 맡은 학생들은 1학년 때는 담임으로, 2학년 때는 안전한 생활 교과로, 현재는 다시 담임과 옆반 선생님으로 만났기에, 서로 너무 허물없이 지낸 것이 문제였을까, 금요일에 바쁜 일이 많아 잔뜩 할 거리를 자신들끼리 많이 해서 그런 걸까... 학생들끼리 내적 친밀감과 군중심리일까 평소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로 겨우 2~3명 하교지도할 때와 다르게, 이례적으로 7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한 번에 교문까지 나간 날이라 들떠서 그런 걸까 생각이 많아진다.
신발 갈아 신고 나온 교문까지 멀리 떨어진 현관 쪽을 나설 때, 7명의 학생들이 발을 동동 거려 일찍 인사하고 멀어져 가는 모습이 한 떼의 철새 떼가 비상하듯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바라보며 미소가 아니라 기함한 담임선생님을 생각조차 안 할 학생들이고 지금 현재 즐거운 주말이겠지... 주일 오후니 남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보내고 있을 지금 이 순간이다.
나만 기억하고 생각하는 이 상황에 내일은 어떻게 생활지도해야 하나 학생들과 안전한 생활을 위한 안전지킴이 서약이라도 해야 할까 생각하지만 하교하는 순간이면 잊어버리고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대문사진은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달리기 모습을 달리 표현할 수가 없어서 강아지들 뛰는 모습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우리 학생들 모습은 귀엽지만 이제 많이 커서 귀엽지만은 않습니다. 얼룩말 떼 사진과 고민하다 강아지 사진으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