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은 역사 속에 부끄러움으로 남는 날이었다. 12월 3일 밤늦은 시간과 12월 4일 오후 1시경 국회본회의에서 계엄령 해제 개표 후 해제 가결, 긴급한 몇 시간을 보냈다.
12월 4일 새벽4시경에는 일단락이 되어서일까 조용하게 출근해서 일터에는 평소와 같은 일상이 흘렀다.
"얘들아, 너희들 잠은 잘 잤니?"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 3학년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요?"
학생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본다.
남학생 한 명이 말한다.
"어제 계엄령 발표했었잖아!"
"그게 뭔데? 먹는 거야?"
웃으면서 말하는 여학생. 그래 너에게는 그럴 수도 있구나.
"우 씨, 말을 말아야지!"
남학생의 탄식 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그게 뭐예요?"
"모르면 됐어. 지금 선생님이 말해주긴 좀 그래. 부모님께 여쭤 봐."
12월이면 성적에, 각종 업무 마무리로 바쁠 시기라, 여기저기 신경 쓸 것도 많다.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2주 전까지 학생들의 교외체험학습도 많은 시기다. 평가를 해도 빠지는 학생들이 있어서 중요한 부분 가르쳐서 평가를 해놓아도 체험학습 다녀와서 못 배웠다 그러면 잠깐 내용을 알려주고 또 시간을 내야 한다. 계엄령이 있던 당시에 외국으로 가족여행 다녀왔다 12월 9일에 온 학생이 있어서 다시 위의 대화가 반복되었다.
12월 11일, 대통령 대국민담화 이후에, 그전 대화에 먹는 거냐고 물었던 학생과 달리, 평소에 눈치가 없어서. 학생들의 야휴를 받는 남학생이 또 비슷한 말을 했다. 본인은 웃으라고 한 말이었으리라.
"계엄령이 먹는 거 아니었어요?"
삼계탕도 아니고 먹는 거겠냐! 전쟁 비슷한 상황에 나라에 내려지는 엄청 무서운 거라고 앞서 한탄했던 남학생이 설명을 했다. 12월 4일에는 모를 수도 있어서, 이번 주에는 지난주의 급박한 상황을 해외에 있어서 몰랐다는 학생이 있어서였지. 매일 뉴스에 나오고 부모님들께서 텔레비전을 전혀 못 보게 하는 집이 아닌 이상,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기에, 눈치 없는 학생의 말 뒤에 우리 반 학생들의 분위기가 많이 싸해졌다.
"누구야, 그게 웃으라고 한 말이니?"
갑자기 고개를 숙인다. 정말 몰랐다는 말을 하기에는 자존심 상했을 것이고, 나라의 중요한 일에 농담처럼 말을 내뱉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은 생겼을 것이다.
"계엄령(戒嚴令)은 쿠데타, 내전, 반란, 전쟁, 폭동, 국가적 재난 등 비상사태로 인해 국가의 일상적인 치안 유지와 사법권 유지가 불가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과 같은 국가 원수 또는 행정부 수반이 입법부의 동의 아래 군대를 동원하여 치안 및 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이다."
계엄령은 위의 위키백과 내용처럼 국가 비상 상태에 대통령이 선포하는 것인데 위의 전제 조건이 없이 국가의 일상적인 치안 유지와 사법권 유지가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원인과 조치사항이 거꾸로 되어 혼란을 초래한 이번 일은(이렇게 한 줄로 퉁 치기에는 정말 복잡한 감정이 앞선다.) 2024년 12월을 살아가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당혹감을 느끼게 했다.
그보다 더한 분노가 지난 열흘간 표현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행동과 발언이 어떤 무게인지 모르는, 대한민국을 어떤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지, 그 순간의 자신의 실책이 무엇인지모르는 누군가 대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역사와 후손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부끄러움은 정상적인 사고와 이성을 가진 나머지 사람들의 몫이란 말인가?
내 자녀와 후손들에게 부끄러움 대신 떳떳하기 위해 야광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부모님들, 세월호와 이태원참사로 또래를 잃어본 MZ세대들, 2016년 딱 그 시기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던 그 세대가 다시 집회현장에 나온 모습을 TV와 휴대폰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
2020년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남편에게 요즘 체감되는 경제 상황은 더 심각하단다.
12월이면, 늦게까지 차량행렬이 이어지고, 모임을 마친 사람들의 귀가로 이어지던 대로들에 차량이 덜 몰려 내 아들의 드라이브 시간에는 막힘이 없어진 게 내가 느끼는 정도다. 어찌 될지 모르는 정국에 친목모임과 망년회, 송별모임이 취소되는 상황에 한숨 쉬는 소상공인들의 모습이 뉴스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집 근처 골목식당들만 보아도 평일 주말의 북적북적함 정도는 있어야 할 텐데, 밤 9시면 어른들의 술모임의 감소로 한산하다.
평일 저녁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무실 밀접지역이 가까운 SRT역사 부근에 있어 그 근처를 돌아볼까? 아들의 귀가시간에 통과하는 그 지점에서 12월이면 늦게 도착하다, 요즘 업무로 늦어지는 엄마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씻고 활동지원사와 함께 산책까지 나갔다 온 걸 보면 확실히 차량 소통이 원활해질 만큼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어진 것이다.
새로운 한 주간에는 내 인생에서도 부끄러워할 일이 덜어지도록 일터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 아이들 앞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도 학생들이 보고, 함께 진지하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학생들의 미래도 밝아지리라.
가장 명예로울 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생긴 어려움을, 앞으로의 세대가 대신 짊어지고 힘듦의 순간을 살아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신이여,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를 지켜주소서!"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정의가 실현되길, 내가 가진 자리의 중요함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책임감과 잘못에 따른 처벌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시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