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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글에 재미가 없다면 누가 읽나?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 읽는 위키백과는 재미있나?

by 구슬붕이

<대문사진: 컴퓨터 모니터 뒤에 숨어있던 선생님을 감시하던 꽥꽥이 러버덕과 햄찌의 모습>


최근 카카오브런치에서 작가 구독 멤버십을 시작한다는 안내를 봤다. 성실하게 글을 올리시고 한편마다 막대한 노력으로 완성하신 작품을 업데이트하시는 작가분들께 희소식이건만,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응원하기 기능을 설정하지 않고, 지인이 아니면서 직장에서 흔히 만나 뵙는 학부모 분들도 다가서기 쉬운 공간이라 생각해서 선뜻 알림방에도 올릴 수 있었던 곳이 브런치 공간이었다. 이제 멤버십 기능이 생기니까... 브런치 초보면서 필력이 뛰어난 글이 아닌 구슬붕이의 브런치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더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다.

이번 해는 고학년을 담임할 확률이 높은데 다음 대화가 내 이야기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크다.


"우리 쌤이 사실 브런치 작가 멤버십에 못 들어갔대."

"그게 뭔데?"

"구독하기 해서 유료로 작가 글 볼 수 있는 기능인데, 검증된 작가만 할 수 있는 거래."

"뭐야, 그럼 울 쌤 글 잘 쓰는 것도 아니구나."

"그러게~ 우리한테는 맨날 책 읽으라 잔소리하고, 열심히 하면 글 쓰는 것도 돈이 된다더니........"

"너나 잘하세요! 그래야겠다. 하하하"

"맞아, 맞아, 크크크!"

따뜻한 겨울 낮시간, 실내에서 쉬고 있는 내게 아련하게 울리는 악몽 같은 순간이다.


일단 홍보 기간에 해당하는 지금 이 시점에 여러 요일별 연재에서 검증된 작가분들의 목록이 떠 있고 파일럿 기간이라 이름 된 첫 시기를 보내고 있다.

브런치북 중 '꿈 이야기'를 2024년의 마지막 꿈을 올리면서 다음 글쓰기는 아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다고 생각된 글로 브런치 작가 신청했다 고배를 마셨던 여러 번의 실패의 기억이 우울한 순간이면 떠오르곤 했다.


내게도 작가 멤버십을 통과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작년 열심히 본인의 이야기를 써내셨던 작가분들의 올해의 책, 브런치 대상 당선작들을 보며 한 번은 들러 글을 읽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아직 소비자인 내가, 생산자가 되어 판매할만한 글을 내놓을 순간이 올 것인가?


브런치 시작 시기가 봄이었다면, 해가 바뀌어 2025년이 된 겨울, 갑자기 추워진 겨울 저녁 바람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재미가 없다면, 필요한 정보가 있고, 글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어야겠지? 읽을거리가 있어야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할 것이 아닌가? 찾아올 사람 없는 내 뜰에 누군가 들어와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에 만족하던 이 공간에도 새로운 의미를 두어야 할 텐데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당분간 다음 학년인 우리 반 학생들에게는 구슬붕이라는 사실은 비밀이다. 이번 해 학생들은 4학년이 되면 그 이름을 잊어버리길 기대해 본다.

부족함을 알고도 달려왔건만 이제는 달리기 대신 근력 운동을 해야 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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