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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무거운 것

내가 들기 힘든 것들

by 구슬붕이

1. 마음 한 겹이 제일 무겁다.


하기 싫은 마음

해야 하는데 놀고 싶은 마음

써야 할 때 쓰지 못하는 키보드자판.


눈 뜨기 전 눈꺼풀

무겁게 어둠으로 물든 세상

밝은 빛 들어오는 창 밖을 내다보려는 마음

더 자고 싶다는 무거운 커튼 한 장.


여름내 땀방울 쌓아 가을 오면

수확의 기쁨도 이길 가을걷이 일손이 버거워

수매 후 통장이 더 마이너스라 한숨일 부모님 마음.




2. 무거운 것도 처음에는 가벼웠다.


하늘 위 바람결에 흘러가던 구름

쉬어가도 못하는 무거운 몸

빗방울 눈송이 떨어뜨리면 좋겠건만

바싹 말라 가졌던 물마저 빼앗기면

다시 흘러 흐트러져 언제 다시 모이려나.


낮이 짧으면 밤이 길어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 같은데

할 일 미루는 내 마음이 무거워


지금 미룬 일들

한 해 농사 지을 밑천이고

전년 농사 마무리한 소득인데

품삯 받는 내 일손 여기저기 불려 나가.


내 인생 쌓아 온 시간 값은

얼마나 후하게 받아서 한 해를 살까

자식 놈 걷어 먹이고 키워 살아내게 할까

손끝은 무디고 눈은 침침해져 어두운데

무거운 마음 한 겹 멀어지는 바람에 흘려보내.


시간 내어 농기구 갈고닦아내

봄 되면 씨앗 뿌릴 준비 하려

물 길어 부을 양팔 튼튼히 키우고,

두 다리 재빠르게 흔들어 보면

무거웠던 팔다리도 가벼워지려나.




3. 살아가자 살아보자



내 마음 이길 힘은

"지금 시작"

"시작이 반"

"못하면 다시 하지."

"잘하고 있어."

"내가 잘해."

"하고 쉬자."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단지 지금은 방학이라 만나기 힘들 뿐, 다른 이들은 내가 여유롭게 보내던 시간에 더 열심히 살았을 거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 할 일 하면서, 더 많이 웃을 수 있었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더 많이 챙길 수 있었으니까.

그냥 지금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하는 것이 좀 힘들 뿐이다. 지금 자판을 두드릴 여유가 있는 것이 어딘가?


더 많은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좀 더 일찍 일하고 쉴 수 있었던 것,

아프지는 않아서, 부럽지는 않다.

좀 더 열심히 살면 운이 트이는 사주팔자라는데

몇 년 동안 더 열심히 살았더니 쌓이는 건 병원비 영수증이라 지금은 살살하련다.

열심히 하면 일복이 많아 일을 몰고 다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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