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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딸내미 마음, 아버지 마음

식자재마트에서 사 오신 LA양념갈비

by 구슬붕이

<대문사진: 픽사베이>


설명절이 시작되는 주말에 친정으로 내려갔다. 남편 직장은 1월 31일 금요일 출근을 해야 했다. 설날이 수요일이라 시부모님 뵙고 남편 사촌들까지 보도록 친정에 먼저 다녀왔다.


서울에서 경상도 끝자락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다행히 남편이 운전을 싫어하지 않고 아들도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연휴 시작 전 토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아들이 잠들기 시작하면 숙소를 정한다. 예전에도 들렀던 숙소였다. 다음 날, 친정이 1시간 30분 남은 지점에서 다시 출발했다.


도착해서 몇 가지 선물과 짐가방을 내렸다. 명절 준비로 미리 택배로 보내놓은 과일 상태를 살피니, 홈쇼핑에서 구매한 세척사과가 너무 작았다. 레드향 보낸 것은 대형이라 좋아 보였다. 다른 가족들도 먹거리를 챙길 거라 생각하니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일요일 두 끼를 냉장고 속을 뒤져 먹거리를 챙겼다. 친정아버지께 그런 부분이 아쉬우셨을까? 월요일이 되자마자 시장가방을 챙기시는 모습이 보였다. 임시공휴일이었던 1월 27일 오전에는 눈이 조금씩 내렸다. 딸의 만류에도 먹거리를 조금 사 오신다고 나가셔서 얇게 썰어 놓은 문어와 양념된 LA갈비를 사 오셨다.


아버지 치아는 전체 틀니 셔서, 갈비는 드시기 힘든 음식이다. 문어도 마찬가지. 심지어 본가에 함께 사는 올드미스 언니도 고기를 씹기 힘든 치아상태다.

그 두 가지 음식을 보며 갑자기 콧등이 시렸다. 명절 준비는 하고 싶으시고, 작년에 하기 힘드니 재료 사 오지 마시라 화냈던 게 생각났다.

재료 대신 반조리된 음식과 랲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된 음식들. 멀리서 온 막내딸 부부와 손주에게 맛난 음식을 먹이고 싶으셨나 보다.


설날 오전이면 울산언니와 새언니께서 몇 가지 요리를 준비해서 오기로 하셨건만, 먼저 시댁으로 출발해서 명절음식을 함께 먹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우셨나 보다. 아버지 마음이 짐작되니 뭉클해졌다.

지난번 왔을 때 양념갈비 불조절을 잘 못 하셔서 태우듯 굽는 걸 봤었다. 이번에는 딸인 내가 갈비를 구웠다.

아버지께서는 준비를 하라는 말은 따로 안 하신다. 식사 시간이 되면 먼저 준비하시려고 가스불에 프라이팬부터 올리신다. 메인요리만 준비하면 다른 건 자동세팅 되는 줄 아시는 건 여전하셨다.

굽고 1시간 지나 드라이브 나갔던 아들과 남편이 들어와서 함께 모여 식사했다. 식은 LA갈비지만 그 속에 든 아버지 마음은 따뜻했다.

같은 곳에 모여 식사하는 가족.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한상에 모여 앉으니 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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