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잠 못 이루는 작가님들께 좋은 꿈 꾸시는 밤들 되시길 바랍니다.
<커버사진: Pixabay. SusuMa님의 사진>
2023년은 백호의 해였다. 그 해 1월, 겨울에 꿈을 꿨다. 한 번에 백호가 3번 깜짝 출연을 했다.
한 마리는 크게 어슬렁 거리며 다가왔고, 한 마리는 숨어 있었나 보다. 창문 밖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 한 마리는 방치된 상자 속에 처량하게 아기 백호의 모습으로 들어있어서 잡동사니(사실 구겨진 폐휴지를 몇 개 치웠다.)를 몇 개 치워주며 잠든 호랑이를 바라보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아침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했다. 좋은 꿈을 꾸었으니 로또를 사볼까 하다, 마침 미용실 원장님께서 평소에 로또가 자주 소액으로 당첨되곤 하신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백호랑이가 출연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니 길몽이라며 그럴 때는 로또를 사야 한다 그러셨다.
잠깐 시간이 되시니 본인도 로또 찍어놓은 번호를 넣으러 가신다고 서비스로 내가 찍는 번호로 로또를 찍어주신다 하셨다. 급하게 내가 찍은 번호와 원장님께서 흥얼거리며 고르시던 번호를 들고 자전거로 길 건너 복권방에 다녀오셨다.
생애 처음 미용실 원장님께 로또 복권을 선물로 받은 날이었다.
1주일을 고대하고 로또 발표일에 보니 번호 2개만 맞췄다. 이른바, "꽝"이었다. 무려 백호랑이 3마리 출연에 꽝이라니... 재물운은 정말 없나 보다 했다.
한참 동안 잊고 지내다 2024년이 되고서야 그 꿈이 의미 없는 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2023년 한 해를 돌아보니 각각 다른 의미의 3가지 꿈을 한 번에 꾼 거였다.
그 해 감사하게도 교과담임을 맡아서 힘든 학생들을 피한 것이 내게 다가온 큰 백호랑이였나 보다. 숨어서 나를 지켜보던 백호랑이는 내게 무언가 생길 위험신호를 알려준 거였다. 마지막 잡동사니 속에서 찾아낸 아기호랑이는 그해 청렴문화제 장려상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상품으로 문화상품권을 받았는데 그 금액이 3만 원이었다.
2023년 2학기 업무 중 가장 비중 있었을 교원능력개발평가가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고 이후 대규모집회로 이어지자 그 해 한정으로 철회된 것도 있었다. 큰 백호 2마리가 번갈아가며 나온 건 꽤 큰 일에 대한 길몽이자 예지몽이었다.
마지막으로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던 아기 백호랑이가 있었기에 지금 이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2023년 교과실에서 함께 근무하시던 귀한 선배 선생님께서 내 부족한 글쓰기를 보시고 시를 계속 써보라 하셨다. 결국 7전 8기로 도전 10개월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2023년 쉽지 않은 가을과 겨울, 2024년 봄과 여름을 지나면서 의미가 부여되는 꿈, 사실 꿈 이야기 중 기억나는 제일 최근 꿈이다.
최근 꿈속의 난, 더 이상 어벤저스급의 능력을 지닌 탐험가도 아니고,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학교에 있는 꿈은 그나마 시험만 내리 치는 수험생의 모습일 때가 많아서 불만인데 언제쯤 학교를 탈출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꿈은 어떨지 짐작할 수 없다.
***호랑이 색상에 관계없이 다시 찾아와 주시면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고이 접어 혼자 로또를 여러 장 살 겁니다. 또 찾아와 주시길... 미리 이 글을 써 놓고 매일 호랑이 사진을 쳐다보며 기다리다 연재 요일에 맞춰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