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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Jun 11. 2024

자동차 트렁크에 사람을 싣고 달리다

내 꿈이지만 오랫동안 찝찝했어

장르 불문 영화 보기 좋아하지만 유독 공포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남편과 결혼 전 리메이크된 영화 '헌티드 힐'을 함께 본 이후, 자주 영화 보러도 못 갔지만 공포영화는 볼 생각이 없었다. 가끔 꿈속에 장면이 나오면 조금 각색을 해서 심리적 묘사가 추가되거나 주인공의 관점에서 영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이해하는 꿈 정도였다.


몇 해 전 본인이 성인 남자로 추정되는 역할로 과하지 않은 만남에 사람을 쓰러트려 정신을 잃게 만들고 병원 대신 차 트렁크에 싣고는 어디론가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인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고, 트렁크에서 시신이 된 사람을 꺼내서 땅에 묻는다.


그 이후 TV에서 실종된 사람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경찰차가 지나갈 때나 혼자 있을 때 자수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으로 꿈이 끝났다. 꿈에서 깨어 일어났는데도 내가 정말 사람을 죽였나? 트렁크에 사람을 집어넣고 트렁크 문 닫는 느낌이 너무 생생해 며칠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꿈 해몽을 찾아보니 다행히 흉몽은 아니었다. 어떤 일의 해결을 말한다고 나왔다. 무고한 사람을 죽였으니 더 뒤탈이 없다던데 대신 심리적 두려움과 죄책감(꿈이지만)이 남는다면 일은 잘 해결되지만 뒤처리가 깔끔하게 되지 못한다는 정도였다.


그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이 평범한 일이고 남편은 회사원, 아들은 학교를 다닐 시기였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을 사는 가족들이니 말이다.


꿈속의 자아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살아간다. 그동안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영화 같은 꿈은 많이 꾸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꿈은 처음이어서 몇 해 전이지만 기억에 남는다. 트렁크에 사람을 싣고 익숙한 거리를 천천히 달리던 것, 헤드라이트 불빛에 보이던 정경과 앞서 걸어가던 사람들의 뒷모습 등이 머릿속에 남아서 혹시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자아가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꿈속의 나는 평소의 나보다 체격도 좋고 훨씬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며 치밀한 모습을 보인다. 현실의 내 모습이 그러하지 못하니 더 그런 모습으로 그려지나 보다. 꿈에서라도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일상을 살아보는 나 자신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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