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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사과 Dec 22. 2022

불 만한 넷플릭스 리뷰(4)

<바바리안>-시즌 2는 나오지 말았어야.

울창한 숲이 주는 은근한 두려움이 병사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지중해를 자기 호수로 만들고 서, 남유럽, 북아프리카, 아나톨리아, 레반트를 정벌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세계에서 최강자가 된 로마 병사들에게도 이 숲이 주는 공포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상대는 게르만 족, 로마에서는 그들을 호전적이며 용맹하지만 서로 갈등이 잦아 연합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적막한 숲 속은 로마군에게 야릇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20km에 달하는 긴 대열을 이루며 행군하는 로마군은 측면에서 가해지는 기습에 취약했기에 '아르미니우스'가 대응하겠다며 스스로 자원하였다. 게르만 족 출신이지만 로마에 볼모로 보내져 로마인으로 자란 '아르미니우스'는 병사를 이끌고 나아갔지만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만다.

로마군 내에 불안감이 거세게 타올랐다. 새로이 임명된 '푸블리우스 퀸크틸리우스 바루스'는 이전 게르마니아 총독과는 다르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주로 동원하여 부족을 압박했기에 게르만 족의 저항에 대한 불안 요소가 있었으며, 하필 '바루스'의 양자이자 부관 노릇을 하던 '아르미니우스'가 로마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 숲 속에서 투창이 날아온다. 워 페인트를 칠한 흉악한 생김새의 게르만 족이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와 로마군을 기습한다. 제대로 된 반항을 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를 최강이라 자부하던 로마군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다. 어느새 게르만 족처럼 워 페인트를 칠한 '아르미니우스'가 무수한 로마군을 베어 넘기며 자신의 양아버지 '바루스'의 앞에 선다. 그리고는 그의 목을 치며 표효한다.  게르만 부족 연합의 완벽한 승리였다. 바바리안 시즌 1 6화에 등장하는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드라마의 묘사와 실제 전투의 양상과는 다르지만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강조하기 위해 각색하여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게르만 부족으로 태어나 로마의 볼모이자 시민으로 성장한 '아르미니우스'가 고향을 정벌하기 위한 원정에 동원된다. 군인으로서 로마에 충성하겠다 했던 맹세를 지킬 것인지, 자신의 뿌리를 선택할 것인지 고뇌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바바리안>은 '아르미니우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고뇌, 성장, 로마의 팽창주의에 대한 게르만 족의 투쟁을 다룬다. 당시 승리를 거듭하며 지중해 인근 국가들을 정벌하여 제국을 건설하던 로마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는 이후 로마의 팽창을 중단하게 하는 등 로마의 대응 전략 자체를 바꾸게 했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기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전투 장면으로 약간의 인기를 끌고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경을 알고 보면 더욱 알차게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이기에,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려 한다.


배경


앞서 서술했듯이 로마는 당시 지중해 연안 지역을 정벌하며 제국을 건설하였다. 2차 삼두정의 승자이며 스스로를 '프린키피아(일등시민)'이라 불렀던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의 혼란기를 수습하며 성공적으로 제정 로마 시대를 열었다. 여러 지역으로 원정을 다니며 수많은 실전을 치른 군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제 개혁을 이룬 로마는 더욱 적극적으로 팽창주의를 실현하려 했다. 반면 게르만 족은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서로 갈등이 잦았고 실전 경험 및 훈련량이 적어 로마에 비해 초라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 이후 로마는 게르만 족과 국경을 맞대게 되었다. 로마로서는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 게르만 족을 정벌해야 했는데, 이들의 호전성과 울창한 산림이 주를 이루는 지역의 복잡성 때문에 로마에게 게르마니아는 변수 창출이 가능한 위협 요소 중 하나였다. 즉 로마의 존속을 위협할 만한 위험성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대로 두면 변수로 작용해 제국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아우구스투스는 갈리아 정벌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체계 구축을 하지 못했기에 소극적인 군사행동으로 게르마니아를 경계하며 갈리아를 '로마화' 하는데 집중한다.

토이토부르크 숲. 산림이 울창하다.-출처 위키백과

기원전 20년, 드디어 갈리아 지역을 속주화 하며 게르마니아 정벌을 시행하려 하지만 오히려 갈리아 일대의 로마군이 공격당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출정한 군단마저 패배하게 된다. 제국은 위협을 좌시하지 않는다. 당장 게르마니아를 정벌하지 않는다면 갈리아 지역은 물론이고 속주화 한 다른 지역에서 반란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고 총 초기 8개 군단, 이후 충원으로 총 11개 군단을 파견하며 정벌을 시작한다.


전쟁은 생각보다 장기화되었다. 전쟁과 더불어 진행된 로마의 이간계는 게르만 족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다.  '아우구스투스'의 양아들이자 로마의 2대 황제가 되는 '티베리우스'를 비롯한 로마 지휘관은 친 로마파 게르만 족과 동맹을 맺어 게르마니아를 압박했다. 하지만 '바루스'의 전임자 '아헤노바르부스'가 기존에 사용하던 외교 전략을 사용하며 반발이 거세졌는데, '신뢰'를 중요시하는 게르만 족의 외교 전략과 로마의 외교 전략이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헤노바르부스'를 소환하고 아우구스투스의 최악의 인선이라 불리는 '바루스'를 게르마니아 총독으로 임명한다.


  극 중에서 '바루스'의 양자이자 부관으로 등장하며, 게르만 족 출신인 '아르미니우스'가 '바루스'와 함께 게르마니아로 향한 것도 이 즈음이다. '아르미니우스'는 게르만 족의 일파인 케루스키 족 세기메르의 아들이다. 세기메르는 로마에 항복한 뒤 자신의 두 아들을 로마에 볼모로 보낸다. '아르미니우스'는 로마에서 성장하며 로마의 교육을 받고 시민권까지 얻는다. 그의 헌신적인 모습은 누가 봐도 친 로마파 게르만족이었기에 '바루스'는 그를 매우 총애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르미니우스'는 로마를 배신하고 게르만 족으로 돌아선다. 그 동기에 대해 로마에서 받은 차별, 고향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등을 꼽지만 드라마 <바바리안>에서는 이를 복합적으로 차용해 '아르미니우스'가 돌아서게 된 계기를 만든다. '아르미니우스'는 게르만 족의 신뢰를 얻어 부족 연합을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 '아르미니우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바루스'의 통치가 전임자에 비해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었기에 게르만 족의 반발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를 기다리던 게르만 족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발칸 반도에서 '일리리아 대반란'(바토스 전쟁) 11개의 군단 중 8개의 군단이 철수하게 된다.


로마에서 군사 교육을 받고 복역하며 그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꿰뚫고 있던 '아르미니우스'는 안내역을 맡아 로마군을 '토이토부르크 숲'으로 안내한다. 극 중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거둔 것과 달리 로마군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로마군은 게르만 족의 기습에도 대응하여 물리친다. 하지만 이미 적진 한가운데 있던 로마군은 숙영지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계속되는 기습에 지쳐 자멸한다. 로마 역사상 최악의 패전 중 하나인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시즌 2의 아쉬움


'아르미니우스'는 독일의 국민 영웅으로 실제로는 부족을 통합해 왕의 위치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후 독일 민족주의 바람을 타고 영웅으로 추앙되었다. 사실 '아르미니우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순간은 전투를 기점으로 사라졌지만, 시즌 1의 인기 덕분인지 <바바리안> 시즌 2가 제작되었다. 시즌 2는 '아르미니우스'가 새로 부임한 총독에 맞서 게르만 족을 다시금 연합하려 하지만 친 로마파 게르만 족의 일파인 카티족의 족장 하드간과 대립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넷플릭스는 정치적 올바름을 선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과도한 원작 재해석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시즌 1에서 게르만 족의 처절한 사투와 그들의 생리를 보여주며 현대인이 가진 전사들에 대한 로망을 보여주었지만 시즌 2로 넘어가며 뜬금없는 동성애 설정, 역사적 사실과 어긋나는 무리한 블랙워싱 등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빈약한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 설정을 추가하여 개연성을 부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의도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소재로 하여 '끼워넣기' 하는 것은 오히려 넷플릭스가 원하는 올바름에서 멀어지는 길이 아닌가 싶다.


과한 설정과는 별개로 시즌 2는 스토리 자체도 빈약하다. 시즌 1에서 어느 정도 완결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서사가 부족한 인물을 추가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헤친다. 이는 단순히 시즌 2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시즌 1에서 보여준 인물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게 하여 몰입을 방해한다. 결국 시즌 2에서도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못했기에 시즌 3을 기다리게 되었지만 인물들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그들의 관계에 진전이 있을지 등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해외 사극의 용두사미 결말이 예상된다. 굳이 시즌 2를 만들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총평


시즌 1은 전개, 로마군 복식 고증 등 꽤나 볼거리가 많은 웰메이드 사극이다. 고증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보완한 것과 시청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일정 부분 고증을 포기한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반면 시즌 2는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총점 5점 만점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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