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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사과 Jan 03. 2023

아바타 <물의 길> 리뷰

영상 혁명에 이은 관람 패러다임의 전환-스포 있음

2009년 개봉한 [아바타]에 이어 2022년 12월 14일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판도라 위성에 다시 돌아온 RDA의 무자비한 위협에 맞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겪게 되는 여정과 전투,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아바타 <물의 길>은 아바타의 세계관을 확장함과 동시에 5편까지 예정된 대장정의 서막을 올리는 신호탄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MCU나 DCU처럼 시네마틱 유니버스, 프랜차이즈 없이 단독 영화로 이미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1편과 달리 '아바타'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프랜차이즈 영화로 개봉된 아바타 <물의 길>은 19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고정 팬덤과 더불어 겨울 성수기 개봉, 중국 시장의 적은 규제 등의 호재가 있어 무난히 순풍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손익 분기점은 최소 15억 ~ 최대 20억 달러로 감독이 인터뷰에서 '영화 역사상 최악의 비즈니스 사례'라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높은 손익 분기점을 자랑하는데, 개봉 3주 차에 벌써 글로벌 수익 14억 달러가 넘어간 것을 보아 전작에 이어 다시금 역사적인 흥행 대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2022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인 <탑건: 매버릭>에 이어 일반 상영관 기피 현상이 불거지고 있는데, 영상미를 강조한 영화 특성상 관객의 특별관 선호도가 높아 벌어지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으나, 일반 상영관에서 시청한 후 다시 특별 상영관에서 시청하거나, 다음 차수 특별 상영관을 예매하는 등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아바타 신드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GI 기술의 진화와 더불어 3D 기술의 혁신적인 변화, 상영관 음향 시스템의 상향 편준화 등 영상미와 스케일을 강조한 영화일수록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대 영화 산업 구조에서 그 첨단에 서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자신의 세계관을 어떻게 그려나가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설정


영화의 설정은 기본적으로 전작과 동일하다. 판도라 행성(엄밀히 말하면 위성이지만 편의상 행성이라 부르겠다.)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나비족 및 판도라 생태계의 대립을 다루고 있으며 몇 가지 디테일이 추가되었다. 전체적인 설정을 알고 싶은 분들은 다음 글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아바타<물의 길> 보기 전 알고 가면 좋은 정보

나비족

전작에서 밝혀진 바로 나비족은 토착생물 중 유일한 '지성체'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나비족은 뒤통수에 달린 신경다발로 다른 동적 생명체나 자연물과 연결하여 교감하고 소통하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구의 인간과 같은 위치의 생명체이지만 생태계 전체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자연을 입맛에 맞게 이용하거나 재단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자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물의 길>이 개봉한 이후 나비족 또한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적응하며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 밝혀졌다. 1편에 등장한 나비족인 '오마티카야 부족'은 짙푸른 피부색과 날렵한 몸매, 길쭉한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2편에 등장하는 나비족은 '멧카이나 부족'으로 비취색의 피부, 두꺼운 팔과 꼬리, 탄탄한 몸매를 보인다. '멧카이나'의 부족장이 제이크 설리의 가족을 두고 '숲의 부족'이라 부르며 그들의 생김새가 바다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아 자리 잡은 터전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여 외형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설리의 가족이 적응 기간을 거쳐 완벽히 바다에 적응한 것과 '멧카이나' 부족 또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같은 사상을 공유한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는 단순히 형질이 변화한 것으로 나비족의 본질이 사라진다고는 할 수 없다. 그저 생활 방식이 약간 차이 날 뿐이다.

'멧카이나' 부족의 모습. '오마티카야' 부족과 확연히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다.

여러 섬이 제도를 이루고 있는 곳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멧카이나' 부족과 다른 바다 부족의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은 지구의 여러 수상 민족, 특히 '폴리네시아계 민족'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어 poly(많은)와 nesia(섬)의 합성어 polynesia(폴리네시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폴리네시아 제도는 약 1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 살아가는 폴리네시아계 민족은 바다에 적응하여 발달한 항해술을 가지고 있으며 '사모아 족', '마오리 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멧카이나' 부족은 이들과 같은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몸에 새겨진 타투, 혀를 내미는 시그니쳐 포즈 등 폴리네시아계 민족의 전통문화와 흡사한 부분이 있다. 아바타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감독이 직접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연과의 공존을 전제로 하여 캐릭터를 디자인하였다.


판도라의 해상 생태계


전작에 등장하는 반가운 토착생물도 여럿 등장한다. 다이어 홀스, 타나토르 등의 지상종을 비롯해 시그니처 크리쳐인 비행종 이크란까지 1편을 유심히 봤다면 눈에 익은 생물체가 많이 보인다. 다만 배경이 바다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초중반부를 제외하고 '이크란'을 제외한 전작의 생물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감독이 바다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서인지, 훌륭한 디테일로 빚어낸 판도라의 해상 생태계를 감상할 수 있다. 그중 으뜸은 바로 '톨쿤'이라 불리는 지적 생명체로 지구의 고래에 해당하는 생물이다.

'톨쿤 족'의 추방자 '파야칸'과 '로아크'의 유영

'톨쿤'은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으며 음파와 몸짓, 눈짓으로 대화하는 지적 생명체이다. 작중 RDA 소속 해양 생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보다 높은 수준의 독자적인 문화, 철학, 언어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크게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무리를 지어 회유(回遊)하는 종이며 회유하는 이유는 작중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입을 크게 벌려 작은 플랑크톤 등을 먹고,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며 음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한 두 마리의 새끼를 어렵게 낳아 길러 애착이 강하다는 것 등으로 미루어보아 고래와 유사한 점이 많다.


나비족은 '톨쿤'의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 이들을 '톨쿤 족'이라 칭하며 일생의 동반자로 대우한다. 그들이 바다 부족의 생활권에 다시 돌아오는 때를 기다려 반갑게 맞이하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축제를 벌이는 것이 영화의 백미이다. '톨쿤 족'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절대로 살육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멧카이나' 부족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초의 노래' 시대에 전쟁을 벌이며 서로 살육을 반복한 '톨쿤 족'은 이에 환멸을 느끼고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살육을 금지했다고 한다. 이는 예외 없는 규칙으로 자기 방어에도 해당된다. 작 중 설리 가족의 두 번째 아들 '로아칸'이 깊은 교감을 나누게 되는 '파야칸'이 이를 어기고 자신과 어머니를 공격한 인간에 대항하여 공격하자 '톨쿤 족'에서 추방당했다고 한다.


'톨쿤 족' 이외에도 '멧카이나' 부족의 주요 이동 수단이 되는 '일루', 전사들이 타는 '추락', 상어 같은 '아쿨라' 등이 해상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명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해양 식물(식물로 분류하기 어렵지만 편의상 식물로 하였다.) 또한 판도라의 해상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거대한 해조류, 자연 발광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호군, 말미잘 등이 그것이다. 나비족의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홈트리 또한 바다에 잠겨있다.

'일루'와 '추락'
판도라의 경이로운 바다 생태계

더 강해진 RDA

작 중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RDA는 이전보다 더 악독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작으로부터 15년이 흐른 뒤 '벤처 스타'라 부르는 성간 우주선을 이끌고 본격적인 침략을 개시했는데, 첫 등장 당시 일대의 숲을 불사르며 일시에 개간하는 장면은 한 씬으로 RDA의 막강한 위용을 보여준다. RDA는 착륙 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식민지 전초기지인 '브리지 헤드'를 건설하고 자원 수송용 자기 부상 열차를 건설한다. 함대 규모로 단숨에 판도라 일부를 식민지로 삼은 RDA의 목표는 매우 직접적이고 단순하다. 작중 책임자인 '아드모어 장군'에 따르면 더 이상 지구는 가망이 보이지 않으며 이를 위해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적대적인 토착 세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RDA의 성간 우주선 '벤처스타'와 포경용 건쉽 '시 드래곤'
크랩슈트
RDA의 전초기지 '브리지헤드'

대규모 침공을 개시한 RDA는 좀 더 치밀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전 작의 메인 빌런이었던 '쿼리치 대령'과 그 부대원의 유전정보와 기억을 이식해 '아바타'를 만들어 토착생물의 적대적인 반응을 회피하고 토벌한다. 대인 장비가 주를 이루었던 1편에 비해 중장비가 대거 투입되어 대항하기 어려웠는지 나비족 또한 습격 후 노획한 장비를 주로 사용한다. 결국 집요한 추격에 제이크 설리 가족이 '멧카이나' 부족에 몸을 의탁하게 되며 '쿼리치 대령'은 바다에서 주로 활동하는 '톨쿤 사냥팀'과 함께 활동한다.


'톨쿤 사냥팀'이 사용하는 장비는 전작의 건쉽을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정을 비롯해 게의 형태를 가진 로봇, 음파 폭탄 등으로 무장한 사냥팀은 '톨쿤'의 뇌에서 추출할 수 있는 불로불사의 물질 '암리타'를 목표로 한다. 이로서 언옵타늄과 더불어 암리타 까지 확보할 수 있는 보고인 판도라를 포기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줄거리


RDA가 철수한 이후 판도라는 일시적인 평화를 얻는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는 가정을 꾸리고 다섯 자녀를 갖는데, 이 중에는 그레이스 박사의 아바타가 낳은 '키리', 나이가 어려 냉동 수면을 할 수 없기에 두고 간 인간 아이 '스파이더'도 있다. 이들은 판도라에 적응하며 나비족의 생활 방식대로 살아간다. 나비족에 협력한 인간 과학자들도 설리 가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연구를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하늘에 못 보던 별이 뜨고 설리는 그것이 새로운 침공의 징후라는 것을 알아챈다. RDA의 목표는 언옵타늄의 채굴과 더불어 판도라를 완전한 식민지로 거듭나게 하는 것. 제이크 설리는 이에 저항하여 '오마티카야 부족'과 '설리 가족'을 군대화하게 된다. RDA의 대응은 이전처럼 미적지근하지 않았다. '쿼리치 대령'과 그 부하들을 아바타화하여 적진에 침투시키고 '브리지 헤드'라는 전초기지를 세워 주변을 개간하는 등 공격적이고 치밀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동시에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에 반감을 가진 '쿼리치 대령'을 보내 그들을 납치해 오도록 한다.


제이크 설리는 부족을 이끌면 게릴라전을 반복한다. 광물 수송 열차를 폭파하여 장비를 노획하는 등 분전을 거듭하는 제이크 설리를 반란군의 주축으로 지정한 RDA는 설리 가족을 목표로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더'가 납치되며 위협이 눈앞에 놓이자 결국 제이크 설리는 족장의 지위를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이크란을 타 '멧카이나' 부족으로 피신한다. '멧카이나' 부족은 전쟁 영웅 제이크 설리를 알고 있지만 그들의 전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받아들이기를 주저한다. 동맹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제이크 설리의 호소에 결국 설리 가족을 받아들이는 '멧카이나' 부족장은 "스스로의 무용함이 모욕이 되지 않도록." '멧카이나' 부족의 생활 방식을 알려주라 한다. 생김새도 다르고 아바타의 피가 섞인 이들은 배척받지만, 설리 가족의 두 번째 아들 '로아칸' 사건 이후 부족의 일원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 그레이스 박사의 딸 '키리'는 누구보다, 심지어 '멧카이나' 부족의 아이들보다 더 바다에 깊이 교감한다.


한편 '쿼리치 대령'은 '스파이더'를 길잡이 겸 통역사로 데리고 다니며 나비족의 생활 방식을 알아간다. 이크란 까지 길들이며 수색 범위를 넓혀가던 그들에게 한 가지 신호가 잡히는데, 이는 미등록 비행체의 신호. '키리'가 '멧카이나' 부족의 홈트리를 통해 '에이와'와 교감하던 중 발작하며 쓰러지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인간 과학자들이 다녀오던 신호가 RDA 측에 잡힌 것이다. 바다 부족에 설리 가족이 숨어있음을 안 '쿼리치 대령'은 '톨쿤 사냥팀'의 지원을 받아 다른 바다 부족을 들쑤신다. '멧카이나' 부족장의 명령으로 설리 가족에 대해 발설하지 않은 바다 부족들은 삶의 터전이 불살라지는 고통을 겪고 '톨쿤' 사냥으로 설리 가족을 끌어낼 단서를 잡은 '쿼리치 대령'으로 인해 '멧카이나 부족의 코앞까지 포위망이 좁혀지게 된다.


'로아크'는 엄한 아버지 제이크 설리 때문에 스스로를 쓸모없는 자식이라 여기고 있었다. '멧카이나' 부족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 덕분에 죽을 위기에 처한 '로아크'는 위기의 순간 자신을 구해준 '톨쿤 족'의 추방자 '파야칸'과 깊이 교감한다. 추방당했기에 동족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파야칸'에게 '톨쿤 사냥'의 위험을 알리러 '로아크'와 설리의 아이들, '멧카이나' 부족장의 딸 '츠이레야'가 가지만 결국 잡히게 된다. 더 이상 설리 가족만의 일이 아니게 되자 '멧카이나' 부족은 전투를 하기 위해 출동한다. 하지만 영악한 '쿼리치 대령'의 노림수에 걸려든 제이크 설리가 혼자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자 추방자 '파야칸'이 다시금 살육의 금기를 깨고 '바다에서 몸을 던져' RDA를 공격한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제이크 설리의 첫 째 아들 '네테이얌'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시 드래건'에 오르지만 탈출 과정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분노에 찬 네이티리와 제이크 설리는 혼전 중 다시금 잡혀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 드래곤'에 올라 '쿼리치 대령'과 격전을 벌인다. RDA를 물리치는 데 성공하지만 뒤집힌 배에 갇혀 죽음을 목전에 둔 그때, '키리'와 '로아크'의 도움으로 진정한 바다의 가르침이자 또 다른 삶의 방식인 '물의 길'을 깨닫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한편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쿼리치 대령'이자 아버지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스파이더'는 그를 구출해주고 다시금 설리 가족에게 돌아간다.


선조들의 만에서 '네테이얌'의 장례식을 치른 후 제이크 설리는 홈 트리와 교감하며 상실의 상처를 치유한다. '멧카이나' 부족은 선조들의 품에 안겨 잠든 '네테이얌'을 추모하며 설리 가족을 동족으로 받아들이고 설리 가족은 다시금 긴 여정을 떠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제이크 설리의 눈을 굳은 결심에 찬 눈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감상 포인트

아바타 <물의 길>은 평단과 관객의 예측대로 바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수상의 모습을 CGI로 구현하여 아름답게 빛나는 판도라의 바다와 그 생태계를 보여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작 중 장면이 회전하며 '파야칸'과 '로아크'가 바다를 유영하며 수면 아래에서 손을 뻗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수면 위를 가르는 듯한 연출로 표현된 이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단숨에 '파야칸'을 비롯한 해상 생태계의 시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관객에게 새로운 세상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충고해주는 듯하다.


스토리에 대해 비판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단순한 구조로 구성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러닝타임도 길고 시각적인 볼거리가 넘치며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깊이 공감해야 하는 영화 특성상 치밀하고 복잡한 스토리는 자칫 관객의 몰입과 감상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상업영화의 한 부류이기 때문에 흥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판도라의 가장 위험한 것은 판도라를 너무 깊게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중 제이크 설리가 하는 말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제이크 설리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판도라의 경이로움을 전달하려 한다. 동시에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강조하고 싶은 생태계의 균형, 유대, 존중 등의 이야기를 교조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체험하고 느끼게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감탄을 자아내는 외계이지만 영화를 통해 실제에 가깝게 체험하며 피부로 느끼게끔 한 것이다.


감독은 자연 생태계의 경이로움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도 인물 간의 감정적 유대관계와 연결점을 긴 러닝타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달하려 했다. '쿼리치 대령'과 '제이크 설리'는 서로에게 안티테제임과 동시에 이해자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력이다. 제이크 설리는 '쿼리치 대령'을 통해 심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쿼리치 대령'은 제이크 설리를 통해 나비족의 생활 방식을 익히고 유대관계의 소중함을 어느새 깨닫는다. 단순한 대립관계를 넘어서 복잡해지는 이들의 관계가 속편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또한 그레이스 박사의 딸 '키리'가 에이와에 직접적으로 연결이 가능해진다는 복선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설리 가족과 판도라 생태계의 관계도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을 통해 영화 관람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을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OTT시장이 방대해지며 영화 관람 산업이 축소되는 와중에 영화관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영화는 더 이상 영상을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을 몰입도 있게 체험하는 문화의 장이다. SF/판타지 영화를 관람하며 그 세계에 들어간 듯한 경이로운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상상력의 극한을 전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비판이 많지만 현재 영화 산업의 첨단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고 싶다면 꼭 봤으면 한다.


아바타 프랜차이즈는 5편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13년이 걸린 만큼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작 중 최고의 존중의 표현으로 사랑을 담아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I see you."


사진 출처- 나무위키

정보 출처-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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