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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창훈 Jan 17. 2023

아주 주관적인 한국기행-제주도(1)

3박 4일 뚜벅이 제주 탐방기

교사의 장점이 무엇일까요?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 아이들로부터 받는 넘치는 사랑, 수평적인 관계 등을 꼽습니다. 물론 이러한 점 모두가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를 초월해 사랑과 배려가 유독 강조되는 사회 집단이 교육계를 제외하고 어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은 매력 있고 참 사랑스러운 직업입니다. 조금 속물적인 면에서도 교사는 충분히 '할 만한' 직업입니다. 다른 직업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지요. 눈치 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교사에게는 바로 '방학'이라는 사기에 가까운 특징이 있습니다.

논란이 많긴 합니다. '애들 쉬라고 만들어진 방학에 사회인이자 공무원인 교사가 쉬는 게 말이나 되느냐!' 하고 말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방학 동안 열심히 다음 학기를 준비하고 자기 계발에 힘을 쏟습니다. 41조 연수라는 것을 사용하여 방학을 대체 근무 형태로 지내는 것이기에 필히 자기 계발을 해야 하고, 다음 학기를 원활히 보내기 위해서 일 년 계획을 미리 구상하는 것이지요. 주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놀고먹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공무원으로서 관할 지역을 벗어날 때는 당연히 보고해야 하므로,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연가를 사용하거나 해외 연수를 신청해야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가타부타 말이 많았는데, 방학을 맞아 제주도를 다녀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주도 하면 돌과 바람, 여자가 많으며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고 해안자원, 식물자원, 방언과 같은 보물이 많다는 의미에서 3다 3무 3보라 부른다고 합니다. 면허 취득 일시가 기준에 맞지 않아 렌트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뚜벅이로 제주도를 거닐다 보니, 제주도를 오롯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량 없이 대중교통으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참고하시면 좋을 3박 4일 제주도 여행기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날- 우연히 만났기에 그만큼 아름다운.


제주도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여행지입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다녀오기도 했고, 수학여행으로 단체 관광을 가기도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대학시절 동기들과 함께, 혹은 이성친구와 함께 아름답고 설레는 추억을 쌓고 오곤 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 달 살기다 뭐다 하며 훌쩍 떠나 힐링을 하고 오는 제주도, 그야말로 국민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만큼 제주도로 향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입니다. 그중 가장 만만하고 저렴한 것이 비행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마주한 첫 난관이 바로 비행기 예매였습니다. 취항하는 항공사가 많고 항공편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어떤 비행 편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예매 이전 최근에 제주도를 다녀온 친구들에게 물어보자 특가 아닐 때 사면 바보다, 비수기에 미리 예매해라, 어차피 1시간도 안 걸리는데 메이저 항공사는 선택하지 말아라 등 주변에서 온갖 훈수가 빗발쳤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결국 기나긴 기다림 끝에 적당한 가격대로 가는 편 49000원, 오는 편 97000원에 예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가격으로 예매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에 특가로 만 원대, 2만 원대에 다녀온 후기를 보니 속이 쓰리긴 하더군요.

비행기에서 찍은 아름다운 제주의 하늘입니다. 비행기는 언제 타도 설렙니다.

오랜만에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설레고 마음이 붕 떠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슬픈 숙명 때문에 여권을 5년마다 갱신해야 했기에 졸업 이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는데, 비록 해외는 아니지만 비행기를 타러 간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한 사람의 국민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복잡 미묘한 행복감이 전신을 감쌌습니다. 여권이 필요하다, 신발 벗고 타라 등 귀여운 훈수로 친구들이 붙잡았지만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나름 여행 경력이 쌓였기에 피식 웃어넘기며 별 탈 없이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제주도에는 돌과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하던데 도착하여 공항을 나서자마자 이 중 바람의 많음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전날까지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변덕을 부려 엄청난 강품과 함께 비를 뿌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렌트를 했다면 몸 편히 다닐 수 있었겠다만, 타고난 게으름으로 차일피일 면허 취득을 미뤄 결국 뚜벅이로 다닐 수밖에 없었기에 비바람을 온몸으로 뚫으며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단 먹어야 움직일 듯하여 공항 인근 맛집 [제주 올래국수 본점-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특별자치도, 연동 귀아랑길 24]에 갔습니다.

지독한 길치라 찾아가는 길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엄청난 웨이팅이 저를 반겨주어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40분 정도 기다려야 했기에 인근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때우다 보니 어느새 제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대학 동기 중에 제주도에서 온 녀석이 있습니다. 그 녀석은 술만 마시고 나면 다음날 순댓국을 먹으며 '돔베국수 먹고 싶다.' 라며 끙끙 앓곤 했습니다. 기껏해야 고기국수가 얼마나 맛있겠냐며 핀잔을 주곤 했었는데, 내심 돔베국수 맛이 궁금해 속으로 입맛을 다셨었습니다. 기대를 한껏 안은채 입성한 [제주 올래국수 본점], 이 집은 정말 기운이 다르더군요. 자리에 앉자마자 별말 없이 내오는 큼지막한 대야 가득히 담긴 뽀얀 고기국수에 김치, 쌈장, 풋고추가 전부인 단출한 상차림이었지만 구수한 고기 삶는 냄새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식욕을 자극합니다. 우선 아무것도 넣지 않고 국물을 한 숟갈 드시길 추천합니다. 담백하고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 따스한 기운을 온몸에 불어넣으며 비로소 세포들이 깨어나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다음은 국수를 크게 집어 입을 데이는 것 따위 생각하지 않고 후루룩 욱여넣습니다. 탱글하고 미끈한 중면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스르륵 넘어갑니다. 국물을 머금어 면사리 역시 담백하고 든든한 맛입니다. 돔베국수의 아이덴티티인 고기를 빼먹어서는 안 되겠지요. 오랜 시간 삶은 것이 분명한 돼지고기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없어집니다. 녹진한 지방이 사르르 녹아 고기 결마다 침투하면 고기 본연의 진한 내음이 코를 통해 내뿜어집니다.


따로 먹어보았으니 이번엔 한 번에 삼켜봐야겠지요. 숟가락에 고기를 올리고 국물을 살짝 담아 촉촉함을 극대화시켜 줍니다. 반대손으로는 면을 집어 속으로 숫자를 셉니다. 먼저 면을 한껏 빨아들여줍니다. 하나, 둘 그리고 셋을 세기 전 국물을 머금은 고기를 입에 넣어줍니다. 면, 고기, 국물의 완벽한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며 온몸의 땀샘을 개방시킵니다. 땀과 콧물을 닦으며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는 한번 쉬어갈 때입니다. 고추를 집어 쌈장을 듬뿍 찍어줄 것입니다. 이런 건 맨손으로 야성 넘치게 먹어줘야 본래의 맛이 사는 법입니다. 청양고추인 듯합니다. 고기 기름으로 눅눅하게 덮인 입 안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순서입니다. 김치를 국물에 살짝 담가 온도를 맞춰준 후 고기나 면에 싸 먹습니다. 매콤하면서 아삭한 김치가 국수 맛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풀어 먹어도 좋습니다. 쌈장에 고기를 찍어 먹어도 별미입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벌써 건더기는 동이 나고 국물도 바닥을 보입니다. 밥을 말고 싶지만, 이름이 '돔베국수'인 만큼 국수로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숨을 크게 내쉬며 준비하고 그릇째 국물을 들이켭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이마와 등허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엄청난 만족감과 포만감을 뒤로하며 가게를 나섭니다.

고기국수입니다. 9000원에 제주를 오롯이 즐길 수 있습니다.


속을 든든하게 채웠으면 이제는 소화를 시켜야 할 때입니다. 겨울만 되면 귤을 몇 박스씩 쟁여두고 까먹는 낙으로 살기에 직접 귤을 따서 가져갈 수 있는 감귤체험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경험자들은 대부분 말렸습니다. 귤이야 그냥 사 먹으면 되는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직접 따서 먹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체험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버스를 타고 향한 [하례 감귤 체험 농장-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3899-5]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귀여운 감귤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노부부까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모습을 보아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명 기준 동행자 한 명 포함 17000원에 2.5kg 정도 통을 들고 다니며 귤을 직접 따 가져갈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밭에서 귤을 먹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귤피는 나누어준 봉투에 담아 가져 나와야 합니다. 귤을 딴다는 것이 참으로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맛있는 귤이 어떤 귤일까 고심하며 이리저리 살피고, 시험 삼아 동글동글하고 선명한 색감의 한 녀석을 경건한 마음으로 섭취하기도 해야 합니다. 한 나무에서 전부 수확하면 뒷사람이 가져갈 귤이 남지 않기에 까치밥을 남겨주는 심정으로 가장 맛있어 보이는 귤을 포기하고 돌아선 적도 많습니다.


체험이 주는 생동감이 미각에 반영된 것인지, 직접 수확해 먹은 귤의 맛은 남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귤피를 벗겨내자 공기 중에 퍼지는 향긋하고 산뜻한 귤내음이 코를 간질입니다. 선명한 주황색의 색감이 푸릇한 주변의 나뭇잎과 어우러져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반을 갈라 나누어 먹습니다. 귤을 먹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지만, 저는 한 입에 욱여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새콤 달달함이 좋고 꽉 찬 과즙이 얇은 막을 뚫고 입을 적실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즐겁습니다. 꿀꺽 삼키고 난 후 입 안에 알알히 남은 알갱이를 혀로 살살 굴리다가 앞니로 톡 터뜨려먹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그렇게 전문가인 척을 하며 이것저것을 비교하다 보니 어느새 준비한 통이 가득 찹니다. 이대로 나가기는 아쉬워 좀 더 깊이 들어가 사진도 찍고 목이 마를 때 즈음 귤을 하나 둘 따서 먹습니다. 키가 작은 귤나무 아래 허리를 숙이고 돌아다니다 보니 미로에 들어간 듯 길을 헤매게 됩니다. 다른 체험객들의 목소리와 귤모자에 의존하며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카운터에 다다릅니다. 향긋한 귤내음이 귀찮은 뒤처리로 기억되지 않게 꼭 어두운 옷을 입고 가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생긴 귤모자를 다들 쓰고 다닙니다. 약간의 유치함이 덧칠되어 여행을 즐겁게 해주는 듯 합니다.

다음은 잠시 쉬어갈 시간입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 했지만 한 손에 귤이 가득 찬 봉투를 들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애월 카페거리로 향했습니다. 애월, 어감부터 제주도의 올망졸망한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은 이름입니다. 사랑스러운 이름을 혀 끝으로 굴리며 귤의 잔향을 생각하자 어느새 애월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하늘은 어두침침하지만 애월의 향긋한 바다를 가리기엔 역부족인 듯합니다. 제방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해변에 내려가 사진을 찍으며 놀다, 문득 뒤를 돌아봤습니다. 익숙한 간판이 보입니다.

[카페 봄날-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특별자치도, 애월읍 애월로1길 25]입니다.

 너무 가고 싶었지만, 사람도 많고 차도 없어 포기해야 했던 그 카페였습니다. 후기를 찾아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곳이었는데 우연히 바라본 곳에 바라던 것이 나타난 그 기쁨. 우연이 가져다준 즐거움은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 헐레벌떡 짐을 챙겨 카페 앞에 섰습니다. 창문을 통해 주문을 하고 들어가는 독특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콜드브루와 라테를 시키고 들어가자 바다가 훤히 보이는 창가 앞 명당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이렇게 잘 풀리는 여행은 오랜만인 듯합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 불만이 쌓였는데, 오히려 사람이 없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쌉싸래한 커피 사이로 진한 바다의 향긋함이 밀려옵니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비가 그쳐 구름이 걷히고 한 줄기 빛이 비칩니다. 황금빛 윤슬이 수면을 타고 미끄러지며 그 사이로 가마우지 한 마리가 자맥질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평화롭고 신비한 풍경입니다. 날씨를 보고 여행을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어쩌면 이 장면을 담기 위해 제주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숙소로 향하기 전 카페거리 곳곳에 놓인 소품샵을 들렀습니다. 제주도에 갔다 오면 다들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한 아름 품고 오길래 궁금했는데, 전부 이런 종류의 가게에서 구매한 것 같습니다. 귤, 해녀, 돌하르방, 동백꽃, 당근 등을 소재로 하여 매력적이고 소담스러운 소품들이 지갑을 열으라 유혹합니다. 홀린 듯 이것저것 한아름 담았지만, 뚜벅이 여행자라면 피해야 할 행동 1순위가 많은 짐이기에 꾹 참고 내려놓았습니다.

카페 봄날에서 바라본 애월 앞바다.

어느새 사위가 어둑합니다. 더 지체하다간 어둠에 먹혀 길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첫날밤을 보낼 숙소로 향합니다.

[민박집 섶낭-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2길 41]

정류장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가로등이 희미해지는 즈음 아늑해 보이는 집 한 채가 눈에 담깁니다. 여행을 계획할 당시 숙소 예약은 동행자에게 일임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말 원하는 형태의 숙소였습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에 위치한 숙소에 들어가자 아늑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실내가 포근히 안아줍니다. 후기에 더럽히고 싶지 않은 느낌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입니다. 사용감이 가득한 장소가 어쩜 이리도 정갈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지 주인의 섬세함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민박집 섶낭]
브리타 정수기가 귀엽습니다.
반투명한 색채로 포인트를 준 키링. 빛을 받으면 한라봉이 수줍게 발그레해 집니다.

성공적인 하루의 마무리는 아무래도 맛있는 저녁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해 그러는지는 몰라도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까지 행복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왔으면 역시 해산물을 먹어야겠지요.

저녁은 [바다 해찬-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특별자치도, 한림읍 한림해안로 326 KR] 이곳에서 먹었습니다.

 사실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모님 모두 해산물을 못 드시는 터라 접할 기회가 없어 해산물의 비린내와 익숙지 않은 생김새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동행자도 저를 배려해 생회 보다는 해물 뚝배기와 물회를 주문해 주었습니다. 확실히 육지에서 먹던 해산물보다 신선해서인지 비린내도 덜하고 식감도 살아있는 듯했습니다. 아니면 여행의 기분과 바다에 취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복과 소라의 아삭함은 이를 밀어내는 듯 탱글 했고 산뜻한 물회의 국물은 지친 피로를 씻어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차가운 국물과 만나 탱탱해진 소면은 잔치국수를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구수한 된장 기반의 해물 뚝배기는 온갖 해물이 가득해 전복을 굳가락에 담아 국물을 살짝 적셔 삼키자 바다 특유의 깊고 시원한 맛으로 바다 바람이 몸을 한 바퀴 훑고 지납니다.


아이스크림과 간식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누워 내일을 생각합니다. 반나절만 있었을 뿐인데 벌써 제주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만족감에 휩싸여 간식을 입에 물고 <아메리칸 셰프>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내일은 어떤 제주가 다가올지 기대됩니다.

제주 첫날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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